“안전한 산은 없다”…바뀐 장맛비에 더 위험해진 산사태 [장마가 온다]②

이세흠 2026. 6.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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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KBS 기후위기 대응팀은 [장마가 온다] 연속 보도를 시작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위협적인 장마 양상과 우려되는 피해, 향후 전망까지. 생생한 현장취재에 기상전문기자의 깊이 있는 분석을 더해 꼼꼼하게 짚어보겠습니다.


장맛비 예측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시간당 100mm 집중호우는 과거엔 그야말로 '예외적' 현상이었습니다. 1970년대, 80년대라고 해서 없었던 건 아니지만 주로 섬이나 산악 지역 등 격오지에 나타나 우리가 관측하기 어려웠던 것이죠.

그런데 최근엔 내륙과 도심 지역에서도 이런 현상이 드물지 않게 나타납니다.

손석우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과거엔 극한 호우의 조건으로 '지형적 요건'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최근에는 기압 배치나 대기 중 수증기량 등 다양한 요소들로 인해 폭우가 내릴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기상청 관측 자료 살펴보니…시간당 100mm 집중호우 급증

자료 :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기상청 관측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5년 사이 시간당 100mm 넘는 비가 연 10회를 넘긴 경우는 3차례 있었습니다.

예전보다 관측 지점이 점점 늘고 있다는 걸 감안해도 최근 10년 새 '극한호우'는 뚜렷한 증가세를 보입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장맛비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점입니다.

폭우가 집중되는 해와 그렇지 않은 해가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내릴 땐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내리고, 비가 덜 오는 해는 강수량이 예년보다 적은 극단적 형태를 보입니다.

2022년 8월, 전선 상에서 발달하는 MCS(중규모 대류 시스템)


유희동 전 기상청장은 장마의 패턴이 바뀐 건 2017년 쯤부터였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10년 동안을 보면 정체전선의 형태가 잘 나타나지 않고, 어떤 해는 전선이 어디 있는지조차 밝혀내기 어려워졌다는 겁니다.

장맛비는 대신 전선상에서 팝콘처럼 피어오르는 MCS(중규모 대류 시스템)의 형태로 집중호우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만큼 '예보'도 어려워졌습니다.

유희동 / 전 기상청장(연세대 대기과학과 특임교수)

"기존에 이 일을 해오던 사람들이 지식과 경험이 백지상태에 있는 사람보다도 새롭게 발생하는 상황들을 예측하기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거죠."

"전에 100을 분석했다면 지금은 최소 150을 분석해야지만 어느 정도 (예보가 현상을) 따라가는 상황이에요. 시간도 그만큼 모자라고, 여러 가지 인력 여건상 예보관들이 어려운 상황이죠."

■ 극단적 호우, 큰 피해로 직결…최근 10년 돌아보니


이처럼 극단적으로 변하고, 예측하기도 어려운 집중호우는 한번 퍼붓기 시작하면 즉각적이고 복합적인 피해로 이어집니다.

2022년 8월 8일,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이 잠겨 3명이 숨진 안타까운 사고 기억나실 겁니다. 당시 서울 동작구에는 시간당 141mm의 비가 쏟아졌고, 강남의 저지대가 물에 잠겼습니다.

2023년 7월 15일엔 전날부터 이어진 비에 경북 예천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7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됐습니다. 같은 날 충북 오송에서는 하천이 범람해 지하차도가 물에 잠겼고, 차량 19대가 침수되고 빠져나오지 못한 14명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행정안전부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간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피해는 160명입니다.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내린 날을 포함하면 199명으로 늘어납니다. 최근 들쑥날쑥했던 장맛비에 따라 인명피해 숫자도 크게 증가하고, 요동치고 있는데요.

요소별로 보면, 산사태와 급경사지 토사 유출로 인한 인명피해가 약 43%로 가장 많았고, 하천 재해가 32%, 지하공간 침수가 19% 정도였습니다.

■산사태, 최대 2km까지 토석류 흘러…지금 같은 비엔 안전한 곳 없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통계에서 보듯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낸 건 산사태와 토사 유출이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 이기환 연구원은 산의 경사도에 따라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는 토석류가 최대 2km 떨어진 곳까지 덮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당시 이런 토석류가 수백m 이상 흘러내려 주변 민가와 아파트를 덮쳤고, 16명이 숨졌습니다.

우리나라 산지 가운데 급경사지로 분류되는 경사 20도 이상인 곳은 약 30~40%로 추정됩니다. 이런 산림 환경에서 시간당 100mm 이상 호우에 '안전한 산'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기환 / 국립산림과학원 산사태연구과 연구원

"생활권 주변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졌던 산들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그게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2023년도 경북 예천의 사례가 그렇고 지난해 경남 산청의 사례가 그렇듯이요."

"마을 주민분들은 늘 '100년 동안 이렇게 무너진 적이 없다'라고 말씀하시는데, 다시 얘기하면 그렇게 안전하게 여겨졌던 산들조차도 지금의 강우 상황에서는 (안 무너진다고) 장담할 수가 없는 여건이 돼 버렸다는 얘기거든요."

■ 침수와는 다른 해법…주민들 '대피하는 법' 배워야

정부는 2022년과 2023년 큰 호우 피해가 난 뒤 도심 침수피해에 대한 대책을 집중적으로 세웠습니다.

서울의 경우 침수를 막기 위해 주요 지점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뚫고, 인명 피해 위험이 있는 지하차도 145곳을 새로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침수보다 더 많은 인명피해를 낸 산사태·토사 유출은 이런 방재 시설 확충만으로 대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구조적인 대책이 아닌, 다른 성격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정참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 / KBS 재난방송 전문위원

"우리나라의 약 60~70%가 산지입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아침에 구조적으로 개선되기는 힘들고, 다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예산도 없습니다. 국민들이 좀 불편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사전 대피 시스템이 가장 적절한 대책입니다."

"예천 등 산사태 피해를 살펴보면 (피해자들이) 대부분 10년 이내의 귀농 인구들입니다. 검증된 지역, 안전하다고 판단된 지역을 벗어나 개발 행위가 일어나면서 산사태나 토사 유출이 일어나는 경우들이 제법 있습니다. 인구가 줄다 보니까 빈 농가나 폐가들이 많이 발생하잖아요. 과거부터 집이 위치했던, 안전이 보다 검증된 곳들을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주민들이 위험할 때 곧바로 대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피 요령이 익숙해질 때까지 교육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산림 주변 개발 시 인허가 과정에서 안전성을 더 세심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산림청은 지난달 발표한 '2026 산사태 방지 종합대책'에서 산사태 취약지역을 더 발굴하고, 산림인접건축물의 위험성을 사전에 직접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산지 주변에 사는 주민들도 집중호우 시 내가 있는 곳이 위험하다는 걸 사전에 인지하고, 재난문자가 오면 안내에 따라 즉각 대피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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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흠 기자 (hm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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