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의료제품법의 도입과 한계 [지평 테크레이더]

실사용데이터를 활용한 실사용 평가 제도(제15조 제1항), AI 알고리즘 구성요소에 대한 성능평가(제40조), 허가 전 사전 검토 제도(제39조) 등도 기업 입장에서 반가운 변화다. FDA의 SaMD(Software as a Medical Device) 규제 프레임워크나 EU MDR(EU 의료기기 규정)이 실사용증거(RWE)를 지속적 안전성 검증의 핵심 수단으로 채택한 흐름과도 맥을 같이 한다. 우수 관리체계 인증 시 허가 자료 일부를 면제해주는 조항(제18조 제1항)은 스타트업의 규제 부담을 낮추는 실용적 장치로 기능한다.
우선, 규제 대상 판단 기준의 모호함이다. 해당 기술이 의료적 판단이나 치료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제2조 제2호), 이 기준 자체가 지나치게 개괄적이어서 결국 사례별 해석에 기댈 수밖에 없다. 비침습적 기술을 이용한 웰니스 제품과 의료기기 사이의 경계 문제는 규제 적용 여부를 둘러싼 기업의 불확실성으로 직결된다.
![[제미나이]](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1/mk/20260611070302950wony.png)
의료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보호 간의 긴장 관계도 빼놓을 수 없다. 실사용 평가가 확대될수록 방대한 의료데이터 수집과 공유가 전제되는데, 이는 개인정보보호법 체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의료데이터는 의료인의 전문적 판단이 개입된 정보라는 점에서 데이터 소유권 귀속 문제가 민감하며, 수만 개에 달하는 의료기관들 사이에서 실질적 정보 공유를 이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다. 가명화와 재식별 가능성, 데이터 이동권 같은 세부 쟁점들도 향후 규제 충돌의 진원지가 될 공산이 크다.
사이버보안 의무(제13조, 제14조)의 확대가 중소기업ㆍ스타트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는 문제, 의료기기법ㆍ약사법 등과의 복잡한 준용 구조(제5조 제1항)가 초래하는 규제 불확실성, AI 기반 기기가 원격지에서 의료 판단을 보조하는 경우 의료법상 원격의료 규제와의 충돌 가능성도 실무적으로 중요한 현안이다.
법의 성패는 규제의 존재 여부보다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에서 갈린다. 신기술과 관련된 규제는 우선허용ㆍ사후규제 원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하위 시행령과 가이드라인을 통해 해석 기준을 신속히 명확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규제 당국과 산업계 사이의 지속적 대화 채널도 그만큼 중요하다. AI 기반 의료 환경이 현실이 된 지금, 디지털의료제품법은 단순한 개별 법률을 넘어 새로운 의료 규제 패러다임의 기틀로 자리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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