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22% 인상, 대란은 없었다

'독일 최저임금 22% 인상: 대란은 없었다(Nothing crazy)!' 독일 노동경제연구소에서 발간한 논문의 영문 제목이다. 무뚝뚝한 독일 사람들이 논문 제목에 crazy라는 단어를 넣었다는 게 신기했는데, 알고 보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데이비드 카드 교수가 했던 말을 그대로 가져다 논문 제목에 썼다고 한다.
논문은 2022년 독일의 최저임금 22% 인상이 노동자의 시급, 월급, 고용, 노동시간에 미친 인과적 영향을 삼중차분법으로 분석한다. 잠깐, 최저임금을 한 해에 22% 올렸다고? 그렇다. 2022년 독일 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2022년 1월에 9.82유로로 인상된 최저임금을 2022년 7월에 10.45유로로 1차 인상하고, 10월에 다시 12유로로 인상했다. 특히 10월의 12유로 결정은 통상적인 위원회 권고를 넘어선 정치적 결단이었다. 도소매·운송·식당·청소·간병 등 다양한 서비스 업종의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직접적 영향이 있었다. 사용자단체와 경제계 일각에서는 임금 대폭 인상에 따른 고용 충격이나 물가 폭등을 경고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실업대란도 물가 폭등도 없었다. 독일 노동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2022년 정책 영향집단에 속한 저임금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평균 5.7% 상승했고, 월 단위 임금은 4.5% 상승했다. 그런데 고용 유지율이나 지역 단위 고용률에서는 유의미한 음(-)의 효과가 관측되지 않았다. 다만 노동자의 주당 노동시간이 1.1% 감소했다. 독일의 고용주들은 사람을 해고하지 않았고 노동시간을 아주 미세하게 축소하는 것으로 대응했다는 뜻이다. 현재 독일은 2027년까지 최저임금을 14.6유로로 올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최저임금이 올랐다고 무조건 사람을 해고하지는 않는다는 것. 노동시장은 교과서적이고 단순한 수요-공급 모델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이는 데이비드 카드 교수가 1994년 발표한 '최저임금과 고용'이라는 논문의 결론과도 일치한다. 카드 교수는 1992년 뉴저지주가 최저임금을 18% 인상했을 때 패스트푸드 산업의 고용을 최저임금 인상이 없었던 펜실베이니아주와 비교했다. 당시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줄어든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카드 교수의 데이터는 반대를 가리켰다. 최저임금을 인상한 뉴저지주의 패스트푸드 업종 고용은 오히려 소폭 늘었다. 이 연구로 최저임금 논쟁의 지형이 달라졌다. 그리고 30년 후인 2022년, 독일의 데이터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근 그리스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4월 발표된 '그리스 최저임금의 고용에 대한 영향: 2016~2024년의 추정'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그리스에서는 2019년 중도우파로 불리는 미초타키스 총리가 당선된 이후로 최저임금을 적극 인상했다. 그리스의 법정 최저임금은 2019년 650유로에서 2026년 6월 현재 920유로로 상승해 누적 41.5%라는 인상률을 기록했다. 2025년에는 6%, 올해는 4.5% 인상이 이뤄졌다.
논문에 따르면 2016~2024년 그리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효과는 "미미하거나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수준"이다. 최저임금 적극 인상 전후를 비교해 보면, 그리스의 실업률은 2019년 15.9%에서 2025년 8.9%로 내려왔다. 고용률은 2019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상승했으며, 팬데믹 이후 관광업이 살아나면서 경제성장률도 양호한 흐름을 보인다. 202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그리스가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유지로 가계 가처분소득을 끌어올려 소비 회복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독일은 에너지난과 제조업 경쟁력 하락이 고민이고, 그리스는 2017년부터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주거난과 불평등이 심각해졌다. 임금이 올라가도 집값과 임대료가 급등하면 민생 회복에 한계가 있다. 다만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거나 지속적으로 인상해도 고용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들은 한국이 참조할 가치가 충분하다.
한국 통계를 보면 윤석열 정부 3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11.4%, 최저임금 인상률은 9.5%로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 구매력은 오히려 떨어졌다. 지난해에도 물가상승률 2.1%, 최저임금 인상률 2.9%로 큰 차이는 없었다. 올해는 내수 소비 회복을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높이고 도급제 노동자를 최저임금 제도 안에 포괄할 필요가 있다. 주거 대책, 노동법 사각지대 실질적 해소, 돌봄 정책 업그레이드,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정책을 병행한다면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독립연구자·활동가(livewit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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