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3년 만에 4% 찍었는데...트럼프 “난 인플레 좋아한다”[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2026. 6. 1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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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규 특파원의 워싱턴 플레이북<195>
5월 CPI 전년대비 4.2% 상승, 에너지 24%↑
트럼프 “수치 마음에 든다...전쟁 끝나면 급락”
민주당, SNS용 동영상 편집 “선거 광고로 활용”
트럼프, 최근 “미국인 지갑 사정 상관 안 해” 언급도
트럼프 당선시킨 인플레, 중간선거서 치명타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3년 만에 4%대를 찍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는 인플레이션을 좋아한다”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당장 미국 민주당은 이를 문제 삼으며 트럼프 대통령 공격에 나섰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드 대통령을 당선시킨 고물가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우선 10일(현지 시간)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4.2% 올랐다고 발표했다. 전문가 예상에 부합하긴 하지만 2023년 4월(4.9%) 이후 3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월 대비로는 0.5%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전쟁발 고유가 영향이 컸다. 전쟁 이전인 지난 2월 물가 상승률은 2.4%였지만 3월 3.3%, 4월 3.8%를 기록하더니 5월에는 4%대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이 전년 대비 23.5%나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연 행사에서 5월 물가 지표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정말 마음에 든다. 수치가 훌륭했다. 나는 인플레이션을 좋아한다(I love inflation)”고 답했다. 그러면서 “왜인지 아나?”라고 반문하며 “전쟁이 끝나자마자 물가가 급락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 우호적 매체인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좋아질 인플레이션 수치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수치가 많이 낮아질 것이고 그게 내가 얘기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장 민주당은 이 발언을 물고 늘어졌다. 차기 민주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게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엑스(옛 트위터)에 트럼프 대통령의 ‘나는 인플레를 좋아한다’는 발언이 반복 재생되는 동영상을 올렸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이 직면한 (식료품의) 비용 증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 온라인매체 폴리티코는 “중간선거 기간에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공화당을 공격하는 광고에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을 공격하는 TV광고에 “나는 인플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반복해서 재생할 것이란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에 공격 여지를 주는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최근 이란과 관련해서도 “나는 미국인들의 지갑사정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내가 고려하는 유일한 사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막는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중간선거까지 5개월이 남았지만 고유가로 인한 고물가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공화당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상도 커지고 있다. 약 30%의 트럼프 대통령 ‘콘크리트 지지층’이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들도 고유가 앞에서 마냥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다. 폴리티코는 “인플레이션은 지난 몇 년간 전세계의 모든 집권당을 무너뜨린 주요 이슈”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이후의 고물가가 전세계 모든 집권당을 무너뜨렸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때의 9%대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을 집요하게 물고늘어진 끝에 승리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이번주 초 발표된 로이터통신-입소스 조사에서 등록 유권자의 22%만이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비 정책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물가는 4.2%가 올랐지만 지난달 미국 임금 상승률은 3.4%에 그치며 점점 미국인들의 재정 상황이 빠듯해지고 있는 것도 미국인들의 불만을 키우는 요소다.

※이태규의 워싱턴 플레이북을 구독하시면 트럼프의 정책이 한국의 경제·안보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워싱턴=이태규 특파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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