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수처의 황당한 ‘노쇼’…‘7억 뇌물’ 피고인 풀려났다

김우준,정상빈 2026. 6.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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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부패범죄 척결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지난 2월, 공수처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고위공직자 비리를 밝혀내 실형을 끌어냈다며 내놓은 입장문입니다.

이른바 '현직 경무관 뇌물 사건'이었습니다.

공수처는 불법 장례 사업 등을 봐주는 대가로 7억 원대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현직 경무관을 재판에 넘겼습니다.

1심 재판부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무관에게 징역 10년을, 뇌물을 건넨 혐의로 의류업체 대표 김 모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공수처 설립 이후 첫 실형 판결이었습니다.

공수처는 그 이후 '본연의 책임'을 다했을까요. 불과 몇달 뒤,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법원 연락' 세 번이나 갔지만…보석 심문 '노쇼'

지난 5월 22일, 구치소에 있던 핵심 피고인 김 씨(뇌물 공여자)가 풀려난 겁니다. 징역 3년을 선고받은지 4개월 만입니다.

김 씨가 보석을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인 건데, 그 과정이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형사소송법 97조는 판사가 보석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검사의 의견을 물어야 하고, 검사도 지체 없이 답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97조(보석, 구속의 취소와 검사의 의견)
① 재판장은 보석에 관한 결정을 하기 전에 검사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② 구속의 취소에 관한 결정을 함에 있어서도 검사의 청구에 의하거나 급속을 요하는 경우외에는 제1항과 같다.
③ 검사는 제1항 및 제2항에 따른 의견요청에 대하여 지체 없이 의견을 표명하여야 한다.

법원은 절차대로 공수처에 문서를 보내 의견을 물었습니다. 첫 번째 연락은 지난 5월 15일이었습니다.

법원이 보석 청구에 대한 의견 요청서를 보냈고, 사흘 뒤 공수처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공수처는 아무 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두 번 더 연락했습니다. 보석 심문 기일이 잡혔다고, 날짜가 바뀌었다고, 통지서를 거듭 보냈습니다.

보석 심문 당일인 5월 21일, 서울중앙지법 502호 법정. 피고인과 변호인은 나란히 자리에 앉았지만, 공수처 검사석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끝내 검사 누구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판사는 피고인 측 주장만 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보석에 반대하는 검사 의견이 없었던 상황, 결국 이튿날 석방 명령을 내렸습니다.

알고 보니 공수처는 김 씨가 구치소 밖으로 나올 때까지 보석 심문이 열렸다는 사실조차 몰랐습니다.

■ 공수처 황당 해명…"문서 전달 실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공수처의 해명은 이렇습니다.

"법원에서 온 문서를 내부 문서 수발 담당자의 잘못으로 검사실에 전달하지 못했다."

내부 배달 사고 때문에 검사가 문서를 못 받았다는 설명입니다. 납득할 만한 설명일까요?

전·현직 검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통상 재판 과정에서는 담당 검사실에서 주기적으로 사건 검색을 통해 재판 일정을 조회하는 게 상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현직 검사는 "사건이 넘쳐나는 검찰에서도 이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공수처가 맡고 있는 재판이 그리 많지도 않은데, 사실상 사건을 방치했다는 것.

'서류 전달 실수'가 원인이 아니라, 공수처 내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KBS 취재가 들어갈 때까지, 공수처는 담당자 징계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질의를 하자 "징계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했습니다.

■ 기본부터 다시 다져야 할 공수처

죄를 지은 사람에게 합당한 벌을 내리려면, 수사 기관은 수사만큼이나 공소 유지에 힘써야 합니다. 재판 과정에서 증거 인멸 등이 이뤄지지 않도록, 피고인 신병 관리도 신경 써야 합니다.

공수처는 그 기본 단계에서 발이 꼬였습니다.

설상가상, 이번 보석 심문에 불출석한 사건 담당 검사는 이달 말 임기가 끝나 공수처를 떠납니다. 결국 다른 검사가 남은 재판을 떠맡아야 합니다.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1호 인지 사건'마저 허술하게 다룬 공수처, 국민들은 과연 신뢰를 보낼 수 있을까요.

이 사건 1심 선고 뒤 공수처가 남긴 이 다짐, 스스로 다시 새겨야 할 겁니다.

공수처는 국민의 신뢰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정하고 엄정한 수사와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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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준 기자 (universen@kbs.co.kr)

정상빈 기자 (normalbe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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