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조종사가 군복을 벗는 이유는…‘돈(Money)’[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이현호 기자 2026. 6.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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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항기 기장은 연 8억 원대
軍조종사보다 두세 배 많아
각국 공군 조종사 확보 비상
KF-16 전투기에 탑승하고 있는 조종사. 연합뉴스

최근 10년간 우리 공군을 떠난 베테랑 조종사가 900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자진 전역한 숙련 조종사는 총 896명에 달한다. 숙련 조종사 1명을 양성하는 데 수십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군 조종사 유출은 국가적 손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숙련 조종사 양성에 투입되는 비행교육·비행훈련 비용은 F-35A 전투기 61억7000만 원, F-15K 전투기 26억7000만 원, KF-16 전투기 18억4000만 원, FA-50 경공격기 16억3000만 원, C-130J 수송기 12억10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항공기 운영·유지비 등 전비태세 유지 비용까지 포함하면 실제 양성 비용은 1인당 수백억 원에 달한다.

공군의 핵심 전력인 베테랑 조종사들은 왜 군복을 벗고 민간 항공사로 향하는 것일까. 항공 전문매체 심플플라잉(Simple Flying)은 최근 보도에서 최첨단 전투기를 운용하는 군 조종사들이 민항기 조종사로 이동하는 가장 큰 이유로 보수 격차를 꼽았다. 더 높은 보수를 찾아 군을 떠나는 현상이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플플라잉은 특히 F-35와 같은 첨단 전투기 조종사는 단기간에 양성하기 어려운 고급 인력이지만, 민항기 기장의 보수 수준과 비교하면 경제적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애국심과 사명감만으로 숙련 조종사를 붙잡기 어려워지면서, 전투기 확보 못지않게 조종사 유지가 각국 공군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높은 보수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근무 여건을 앞세운 민간 항공사와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군 조종사의 민항기 이직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심플플라잉에 따르면 미국 대형 항공사의 장거리 국제선 기장은 총보수 기준 연간 55만 달러(약 8억5000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 반면 미군 전투기 조종사의 연간 총보상은 경력과 계급에 따라 약 7만5000달러(약 1억1500만 원)에서 20만 달러(약 3억600만 원) 수준에 머문다. 단순 비교할 경우 민항기 기장의 보수가 전투기 조종사보다 2~3배가량 높은 셈이다.

한국 공군 F-35A 3대가 한미 연합공중훈련 ‘쌍매훈련’에서 미 공군 F-16 2대와 편대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공군

이 때문에 미 공군도 조종사 이탈을 막기 위해 유지 보너스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일정 기간 추가 복무를 약속하는 조종사에게는 최대 12년간 60만 달러(약 9억 2000만 원)를 추가로 지급한다. 20년 이상 복무하면 연금과 의료 혜택도 받는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 지원에도 민항사의 높은 보수와 월등히 안정적인 근무여건 때문에 군 조종사의 이탈을 막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당장 군 조종사는 비행 임무와 함께 지속적인 작전 준비와 행정 업무, 파병과 훈련 등의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반면 민항기 조종사는 비행을 마치면 업무가 끝나는 구조라 상대적으로 나은 일·생활 균형은 군 조종사가 민항기 조종사로 이동하는 강력한 유인으로 작용하게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공군의 고민거리다. 유럽의 경우 전투기 조종사와 민항기 기장 사이의 보수 격차가 매우 크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주요국 공군 조종사는 안정적인 급여와 연금, 복지 혜택을 받기는 하지만 민항기 조종사 기장의 연봉은 이를 훨씬 웃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웃 나라 중국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중국은 항공모함 운용에 필요한 해군 항공 조종사에게 높은 위험수당과 인센티브를 붙이는 방식으로 조종사 유지 정책을 쓰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군 입장에서는 전투기 성능 못지않게 조종사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며 “민간 항공사와의 보수 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이 이어지면 군 당국은 군 조종사를 붙잡기 위한 고민은 단순한 걱정이 아닌 전력 공백까지 우려해야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밀톡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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