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수도권 배제' 충돌…추미애 경기도의 첫 시험대
이재명 정부 '호남 우선' 드라이브에 대기업도 후공정 투자 검토 분위기
지방도 지중화 등 실무 대안 끝낸 경기도 "역차별 규제 법 위반 소지"
추 당선인 측 "인수위 단계서부터 면밀히 살필 것" 신중한 기류
'친명 핵심' 추미애, 당정 기조와 경기 실리 사이 '갈림길'

정부의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에 담긴 '수도권 배제' 조항이 경기도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드라이브에 김동연 현 지사가 공식 반대하며 제동을 건 가운데 3주 뒤 취임하는 '친명 핵심' 추미애 당선인이 어떤 태도로 경기도정에 임하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당정 기조와 지역 실리 사이에서 추 당선인이 마주할 첫 번째 시험대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9일 SNS를 통해 "반도체특별법 시행령안,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며 정부 조항을 정면 비판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지정 요건을 '수도권 외의 지역'으로 한정한 초안 조항을 겨냥한 것이다. 경기도는 이미 산업통상자원부에 해당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공식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
李 대통령 '호남 우선' 드라이브…시행령 초안 '수도권 꽁꽁'
이 갈등은 이재명 대통령이 쏘아 올린 '지방 우선 정책'과 맞물리며 전선이 급격히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지방균형발전을 위해 호남에 좀 더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비수도권 드라이브를 공식화했다.
수도권 집중 유지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경고음은 올해 초부터 나왔다. 지난 1월 당시 국회 안호영(더불어민주당·전북 완주·진안·무주)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장은 한 매체에 나와 "용인 클러스터는 호남 등 지방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송전선로 건설이 주민 반대로 사실상 물리적 불가능에 봉착했다"며 공장의 지방 이전 불가피성을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경우 용인 국가산단 토지 매입 전인 초기 단계라 입지 재검토 여지가 있다"며 대기업이 전력 생산지로 공장을 직접 옮기는 '에너지 지산지소(현지 생산·현지 소비)'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이같은 압박은 결국 하위 법령안 개정 과정에 반영됐다. 정부 시행령 초안은 대기업의 비수도권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수도권의 손발을 묶는 규제 패키지에 가깝다. 시행령 제15조는 클러스터 지정 신청 자격 자체를 '수도권 외 지역'으로 원천 제한했다.
반면 비수도권 산단에는 전력망·도로 등 기반시설 조성 비용과 국유재산 사용료를 최대 100% 감면하는 파격 특혜를 담았다. 세제 혜택과 해외 우수인력 유치 지원도 모두 수도권 제외 조항이 촘촘히 박혔다.
대기업들도 정부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신설 반도체 공장 대상지로 호남 지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풍부한 재생에너지 기반을 활용해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압박에 대응하고 정부 보조금을 챙기겠다는 전략이다. 두 기업 모두 인프라 부담이 큰 전공정(팹) 대신 전력 수요가 적은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호남에 추가 조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경기도 "전력망 실무 해법 냈는데 역차별" 반발
경기도는 이 같은 압박 기류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용인 클러스터는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지사 시절 직접 유치한 사업으로, 도는 그동안 전력·송전망 확보 문제에 대한 실무적 대안을 지속적으로 마련해 왔다.
실제 경기도는 지난 1월 한국전력공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용인~이천 구간 지방도 318호선 지하에 전력망을 지중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송전탑 대신 신설도로 하부를 활용해 주민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SK하이닉스 산단에 필요한 3GW의 전력을 확보하는 선제적 조치였다. 도내 소규모 재생에너지 자원을 통합하는 모델을 통해 RE100 리스크에도 대응해 온 터였다.
실무 절차를 가동 중인 경기도는 정부의 '수도권 배제' 움직임이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갉아먹는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도는 지난달 산업부의 움직임을 포착한 직후 비상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하고 반대 의견서를 냈다. 수도권을 원천 배제하면 경기도에 예정된 총 1천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가 위축되고, 하위 시행령만으로 지자체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모법의 위임 범위를 벗어나 위법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공약' 걸린 추미애 호(號)…당선인 측 "면밀히 살필 것"
여권 내 비주류였던 김 지사가 배수진을 쳤지만 문제는 이 갈등이 3주 뒤 출범하는 민선 9기 '추미애 호'로 고스란히 넘어간다는 점이다.
추 당선인 역시 후보 시절 'K-반도체 생태계 완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
추 당선인은 팹리스부터 생산, 소재·부품·장비, 후공정, R&D(연구개발) 및 실증까지 포괄하는 전 주기형 생태계 조성을 약속했다. 아울러 반도체기술원·대학원 유치, AI 반도체 전략위 설치, '경기미래투자공사' 설립 등을 공언했다. 특히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조성을 위한 국비 확보'를 명시했다.
정부안대로 경기도가 특례 대상에서 배제되면 추 당선인이 공약한 국비 확보와 생태계 구축 사업은 시작부터 제동이 걸린다.
경기 남부 반도체 중심지들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특례를 받지 못해 대만 TSMC 등 글로벌 경쟁사에 주도권을 내주면 기회비용 손실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논란이 확산되자 산업부는 "시행령 내용은 아직 확정된 바 없으며, 협의를 거쳐 입법예고할 예정"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추 당선인 측은 "반도체 산단과 관련 사업들은 경기도 경제와 첨단산업 경쟁력의 핵심 기반인 만큼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꼼꼼히 챙기겠다"며 "시행령은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취임 이후까지 면밀히 살피겠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 정부안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균형발전이냐, 산업 경쟁력이냐.' 경기도 이익을 위해 이재명 정부의 기조에 맞서 목소리를 낼 것인가, 친명 핵심의 무게감을 활용해 당정 간 물밑 조율로 타협안을 찾을 것인가. 시행령 입법예고 시점이 취임과 맞물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새 경기도의 첫 대정부 전선이 어디에 그어질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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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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