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 전수조사 앞두고 상속농지 비상…“팔 수도 맡길 수도 없다”[Pick코노미]

이정훈 기자 2026. 6. 1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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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조사 착수 뒤 매각·위탁 문의 증가
농가인구 4년 새 31만 명 줄어 수요 부족
상속농지 팔려 해도 임차·매수자 없어
농지은행 매입도 단가 상한에 막혀
“방치하면 처분 의무”…소유자 부담 가중
10일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의 한 농지에 밭고랑 흔적은 남아 있지만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 전수조사 이후 방치·상속농지 위탁 문의가 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임차인을 찾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종=이정훈 기자

약 3년 전 부모에게서 충남 지역 농지 1300평가량을 물려받은 A 씨(64)는 최근 들어 부쩍 마음이 급해졌다. 정부가 농지 전수조사에 들어가면서 오랫동안 손대지 못한 상속농지를 더는 그대로 둘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매각을 알아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땅은 오래 방치돼 있었고 농기계가 드나들기 어려운 맹지에 가까웠다. 가격을 공시지가보다 낮춰도 매수 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농지은행 위탁도 여의치 않았다.

A 씨는 “농사를 직접 지을 수도 없고, 팔리지도 않고, 맡기기도 어렵다”며 “이럴 바에는 소유자 동의를 받아 무상 기부라도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농지 전수조사가 본격화되면서 상속농지를 보유한 비농업인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직접 경작하지 못한 채 장기간 농지를 갖고 있던 이들이 처분이나 위탁을 서두르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받아줄 매수자나 임차인을 찾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가 경자유전 원칙을 앞세워 농지 관리 강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농지를 내놓는 사람은 늘고 실제 농사를 지을 사람은 부족한 미스매치가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10일 찾은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의 한 밭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 밭은 1년가량 제대로 관리되지 않다가 최근 농지은행 위탁 절차에 들어갔다. 밭고랑은 남아 있었지만 곳곳에 키 큰 풀이 올라와 있었고 일부 구역은 잡풀이 넓게 번져 있었다. 농지로 쓰였던 흔적은 분명했지만, 새 임차인이 곧바로 들어와 경작하기에는 추가 정비가 필요해 보였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 관계자는 이 농지에 대해 “경지 정리가 돼 있어 조건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면서도 “전수조사 이후 방치해온 농지에 농사 지을 사람을 찾아달라는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상속농지 처분이 어려운 배경에는 농촌 인구 감소가 자리 잡고 있다. 국가데이터처 농림어업총조사·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020년 231만 4000명에서 2024년 200만 4000명으로 줄었다. 4년 만에 31만 명, 비율로는 13.4% 감소했다. 같은 해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55.8%에 달했다. 농지를 팔거나 임대하려 해도 실제 경작할 사람이 줄어드는 구조적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정부가 경자유전 원칙을 강조하니 농지를 사려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농사를 지을 사람 자체가 부족한데 일단 땅을 농민에게 맡기라는 식으로 접근하면 현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지은행의 역할도 전수조사 이후 한층 복잡해졌다. 과거처럼 단순히 농지를 위탁받는 수준을 넘어 실제 임차인을 구할 수 있는지, 경작 여건이 되는지, 공공임대용 매입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문의가 들어오면 현장 확인을 거쳐 접근성, 농지 상태, 정비 필요성 등을 살피고 임차인 물색 가능성을 판단한다.

하지만 임대수탁이 곧바로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농지은행에 농지를 맡기려면 새 임차인이 실제로 경작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갖춰져야 한다. 잡목 제거, 배수 정비, 진입로 확보 등 필요한 정비 비용은 원칙적으로 소유자가 부담한다. 무엇보다 임차인이 나타나야 계약이 성사된다.

농지은행 관계자는 “위탁을 신청하면 바로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지만 임차인이 있어야 계약이 가능하다”며 “입지나 상태가 좋지 않은 농지는 공고를 내도 임차 수요가 없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 매입도 문턱이 낮지 않다. 정부가 공공임대용 농지 매입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지역별 매입상한단가를 넘는 농지는 사들이기 어렵다. 이 사업은 농지를 공공이 확보해 청년농 등에게 임대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경작 여건이 좋은 우량 농지가 우선 대상이 된다. 방치 기간이 길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농지는 매입 대상에서 밀리기 쉽다. 세종처럼 농지가격이 높은 지역에서는 예산이 있어도 단가 기준에 막혀 매입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상속농지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방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상속으로 농지 소유가 허용되더라도 농지로서의 기능은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각이나 임대가 어렵다는 사정은 인정되지만, 농지 이용 의무나 처분 의무까지 면제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지가 농지로 이용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처분 의무가 발생한다”며 “매각이나 위탁이 쉽지 않은 현실은 있을 수 있지만, 농사를 지을 사람이 나타났을 때 활용할 수 있도록 농지의 형상과 기능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noug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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