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농어촌 기본소득’ 지역, 신용카드 소비 16% 늘었다

올해 2월 말 시작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 10개군에서 시행 초기 한 달간 신용카드(체크카드 포함) 소비가 약 1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발소와 공부방, 예술학원 등에서 소비 증가 폭이 컸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농어촌특별세를 활용해 기본소득액을 늘리고 영구 도입하자고 제안하면서, 효과성과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세청의 ‘3월 월간 경제지표’를 보면,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지역의 3월 신용카드 사용액은 1594억원에서 1845억원으로 1년 새 15.7%(251억원) 증가했다. 전국 평균 증가율(2.9%)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지역별로는 전남 신안군의 카드 소비 증가율이 67.8%로 가장 높았고, 경북 영양군 53.4%, 전북 장수군(29.7%)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지난 2월26일부터 2년간 시범 사업으로 인구 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전남 신안군과 경북 영양군, 전북 장수군 등을 포함한 10개군 농어촌 지역 주민들에게 월 15만원씩 지역사랑상품권을 체크카드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2월말 처음 지급된 기본소득 지급액(9개군)이 407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이 가운데 상당액이 카드소비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소득은 지급받은 뒤 3~6개월 사이에 지출해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올해 본예산에 국비 2337억원(40%) 편성됐다.
소비 증가 분야는 생활밀착형 업종에 집중됐다. 시범 지역 전체에서 신용카드 사용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이발소로, 지난해 2741만원에서 올해 3월 5130만 원으로 87.2% 뛰었다. 이어 교습소·공부방(80.2%), 예술학원(66.9%), 안경점(66.8%), 스포츠교육기관(60.3%) 차례로 증가 폭이 컸다. 이는 기본소득이 특정 업종으로 쏠리지 않도록 정부가 주유소·편의점·하나로마트에서 쓸 수 있는 금액을 합산 5만원 한도를 둔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시범 지역의 전체 사업자 수 증가율은 3.1%로 전국 기준(1.7%)보다 높았고, 생활업종 사업자 증가율도 2.4%로 전국 평균(1.5%)을 웃돌았다. 피시(PC)방, 실내장식가게, 헬스클럽 분야 등에서 사업자 증가 폭이 확대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에 농어촌 기본소득으로 인구가 증가한 충북 옥천군 사례를 거론하며, 농어촌특별세(농특세)를 활용해 기본소득액을 늘리고, 영구 도입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실제 올해 4월까지 농특세는 5조7천억원 걷히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2조3천억원)보다 150% 증가했다. 코스피 주식을 매도할 때 거래 금액의 0.15%는 농특세로 걷히는데, 올해 주식 시장 호황 덕분이다. 하지만 주식 거래가 활발하지 않을 때엔 관련 세수도 줄어 안정적인 재원이라 보기는 어렵다. 국회에선 농어촌 기본소득을 인구감소지역 69개군 전체로 확대할 경우, 연 4조9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계했다.
다만 실제 정책효과를 두고는 아직 따져볼 것이 많다는 전문가 의견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사업의 재정적 효과는 총매출이 아닌 1인당 지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농어촌 기본소득은 소비쿠폰처럼 경기 부양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 수 증가에 따른 고용 효과나 인구 유입 지표도 함께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11일 올해 추가경정예산(706억원)을 바탕으로 5곳 안팎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 지역을 추가 선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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