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관여’ 軍 방첩사령부 해체… 3대 핵심 기능 전부 쪼갠다
각각 다른 기관 신설해 맡기기로
방첩 인력은 절반으로 대폭 축소
국방부가 10일 국군방첩사령부를 해체하고 핵심 기능을 국방방첩본부, 국방보안지원단, 국방부조사본부 등에 나눠 이전하는 ‘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안’을 발표했다. 1977년 국군보안사령부로 창설됐던 방첩·보안 전담 사령부가 49년 만에 해체되는 것이다. 군은 조직 개편 작업을 다음 달 말까지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장관은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12·3 불법 계엄의 과오를 딛고 진정한 국민의 군대로 나아가기 위한 ‘방첩사 해체 및 기능 개편안’을 보고드린다”며 “우리 군의 정보기관이 다시는 정치에 개입할 수 없도록 조직과 임무를 재구조화하는, ‘국민의 군대 건설’의 역사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군 정보기관(방첩사) 개혁’을 공약했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 일부 인원이 12·3 비상계엄에 관여한 것이 문제였다. 정부 출범 이후 국방부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는 지난 1월 방첩사를 해체하고 핵심 기능을 이전하는 방첩사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국방부 안은 이를 대부분 수용했다.
이날 국방부가 발표한 방첩사 해체·개편안에 따르면, 방첩사 핵심 기능인 ①방첩 정보 ②보안 감사 ③안보 수사 기능은 서로 다른 기관에 이전된다. 방첩 정보 기능은 국방부 산하에 신설되는 ‘국방방첩본부’가 맡게 된다. 사실상 방첩사의 후신이지만 사령부가 본부로 격하되고, 3성 장군이 맡던 사령관 대신 2성 장군 또는 군무원(2급)이 본부장을 맡는다. 3000여 명이었던 기존 방첩사 인력 중 절반쯤이 방첩본부로 이동하고, 장성도 방첩사(7명)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 감사 기능 중 방산·사이버 보안은 방첩본부가 담당하고, 보안 사고 등 군 내 보안 업무는 200여 명 규모로 국방부 산하에 신설되는 ‘국방보안지원단’에 옮겨진다. 방첩사가 갖고 있던 기밀 유출 등에 대한 안보 수사 및 계엄 시 합동 수사권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된다. 방첩사의 안보 수사 인력 200여 명은 조사본부로 이동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방첩사의 동향 조사·인사 정보·세평 수집 및 군인들의 불법·비리 정보 수집 기능은 ‘권력기관화 수단’이라며 폐지하기로 했다.
방첩사는 국가 전복, 테러, 간첩 작전, 방산 스파이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억제하는 ‘방패’ 역할을 맡아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해체 및 개편’으로 방첩 기능이 약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남성욱 숙명여대 석좌교수는 “방첩은 보안과 방첩, 안보 수사가 물 흐르듯이 연결돼야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데 각 기관에 쪼개면 유기적인 협력이 어렵다”며 “사실상 대한민국 방첩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분산된 기능을 조율하기 위해 방첩·정보·보안 기관을 지휘·감독할 전담 조직을 신설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전담 조직의 이름은 아직 미정이다. 다만 전담 조직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지 알 수 없고, 기존의 방첩사보다 비대한 권력을 가진 조직이 국방부 장관의 직속 권력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군 내에서 제기된다. 군 관계자는 “방첩사 대신 국방부 조사본부가 강화되는데 조사본부는 그동안 ‘내란 혐의’에 대한 무리한 조사를 해왔다. 내란 몰이에 더 힘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각군에서 방첩사로 전출됐다가, 이번 방첩사 해체로 원래 부대에 복귀하게 될 간부 수백 명의적응이나 진급 등 인사 문제도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보직 배치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방첩 업무와 무관한 부대로 복귀한 이들은 당장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영관급 진급 심사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정부가 방첩사의 전신인 ‘기무사령부’를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해편했을 당시 기무사에서 전출 전 부대로 복귀한 일부 간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
1977년 출범한 국군보안사령부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민간인 사찰이 폭로되면서 1991년 국군기무사령부로 이름을 바꿨다. 기무사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 국면에서 계엄령 선포를 검토하는 문건을 작성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문재인 정부에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후 현역 장교의 대북 기밀 누설 사건 등이 터지자 윤석열 정부는 방첩 역량과 조직 강화를 명분으로 방첩사로 명칭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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