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연임 포기 압박에… 정청래 “국민은 영원, 정권은 짧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6·3 지방선거 후 첫 공개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에 대한 평가와 인식에 공감한다”며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친명계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 면전에서 책임론을 언급했다. 그러자 정 대표는 회의 말미에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 “계파 보스 시대는 마감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도 친명계는 “부적절하다”며 정 대표를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가라앉아 있던 명·청 갈등 조짐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은 더욱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선거에서 확인된 민심을 다각도로 살피겠다”며 “선거 과정에서 확인된 비판과 질책도 받들어 부족한 것은 채우고 가다듬을 것은 가다듬겠다”고 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4일 “전국적으로 큰 승리를 안겨주신 국민께 깊이 감사드린다. 다만 서울을 탈환하지 못해 아프다”고 했다. 그러나 직후 당내에선 정청래 책임론이 부상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고 하면 문제가 다르다”며 “국민이 주는 경고”라고 했다. 당 관계자는 “정 대표가 결국 고개를 숙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친명계 황명선 최고위원은 정 대표를 앞에 두고 사실상 정 대표의 당대표 불출마를 요구했다. 황 최고위원은 “지도부가 압도적으로 이겨야 할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지 못하고 실패했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최근 같은 이유로 최고위원직을 내려놓았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대통령의 말씀을 지도부 모두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정 대표를 압박했다.

친청계 최고위원들은 반박했다. 문정복 최고위원은 “비난을 하는 건 쉽지만 침묵하는 이의 고뇌가 더 무겁다는 건 알아주기 바란다”며 정 대표를 감쌌다. 박규환 최고위원도 “일각에서 사실을 왜곡하며 공천 과정을 비난하거나 선거 결과를 폄훼하고 동지를 조롱하는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후 정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민심이 천심이다. 국민이 곧 하늘이다. 국민을 이기는 정권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파 보스와 낙하산으로 공천받던 시대를 마감한 것이 노무현 시대의 정치 개혁이었고, 그것이 1인 1표, 당원 주권 시대로 이어졌다”고 했다. 친명계에선 정 대표의 ‘정권은 짧다’란 발언’을 두고 “정 대표가 친명계를 향한 속마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친명 핵심인 문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집권 여당 대표 언어로는 매우 부적절하다”며 “우리 당의 미래가 심히 걱정된다”고 했다. 청와대는 정 대표 발언에 대해 “국회 및 당무에 관한 사안에 직접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당권 경쟁을 벌이는 정 대표와 김민석 총리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6·10 만세운동 100주년 기념식에서 만나 포옹을 하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사퇴 압박까지 받는 정 대표가 대통령 등 친명 지원을 받고 있는 김 총리를 안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궁금하다”고 했다.
민주당은 차기 당권과 맞물려 정청래 책임론을 둘러싸고 친명, 친청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이날 논평에서 “이길 선거를 놓쳤다”며 “지도부는 백의종군으로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박지원 의원은 라디오에 나와 “정청래 대표 등 지도부는 억울해도 총사퇴하고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정 대표가 주도해 처리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를 놓고도 논쟁이 벌어졌다. 친명계는 당원 지지세가 높은 정 대표가 당대표 연임을 위해 이 제도를 바꿨다며, 보완책을 만들자고 하고 있다. 8월 전당대회에서 처음으로 이 제도가 적용되는데, 정 대표에게 유리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이날 비공개 지도부 회의에선 친명계 최고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정 대표 주도로 당초 당대표, 최고위원 선거에만 적용됐던 1인 1표제를 시도당위원장 선거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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