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뚝심 투자… 삼성重, 해양플랜트 잭팟

신수지 기자 2026. 6. 11.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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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만 8조 규모 FLNG 수주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대 규모의 호주 프렐류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삼성중공업은 전 세계 FLNG 11척 중 7척을 수주했다.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이달에만 총 8조원 규모 FLNG(Floating Liquefied Natural Gas·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를 잇달아 수주했다. 지난 8일 이탈리아 국영에너지 기업 ENI의 모잠비크 ‘코랄 노르트’ 프로젝트를 23억9000만달러(약 3조6500억원)에 수주했고, 9일(현지 시각) 미국 LNG 개발업체 델핀 미드스트림과 ‘델핀 FLNG 프로젝트’ 1호기를 28억8000만달러(약 4조3300억원)에 계약했다.

델핀 프로젝트는 미 역사상 최초의 FLNG 사업이다. 루이지애나 해상에 연간 최대 1320만t 규모 LNG를 생산할 FLNG 3기를 건조하게 된다. 먼저 입찰이 이뤄진 델핀 1호기 계약금액은 초대형 LNG 운반선 한 척 가격(약 2억5000만달러·3700억원)의 10배를 훌쩍 넘는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정제한 뒤 LNG로 액화해 저장·하역하는 해양플랜트로 ‘바다 위 LNG 생산기지’다. 갑판 위에 육상의 LNG 플랜트를 집약해 만들어야 한다. 천연가스를 영하 162도로 냉각 액화하고 불순물을 걸러내 저장한 뒤 LNG 운반선으로 옮겨 싣는 하역 설비까지, 복잡한 공정이 바다 위에서 이뤄진다.

◇삼성重, 전세계 FLNG 64% 수주

삼성중공업은 이번 수주로 현재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신조(新造) FLNG 11척 중 7척을 쓸어 담아 시장 점유율 64%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는 코랄 노르트를 비롯해 캐나다 시더, 말레이시아 ZLNG 등 총 3기의 FLNG가 건조되고 있다. 대형 FLNG 3기가 단일 조선소에서 동시에 건조되는 것은 세계 최초다.

지금은 효자 사업으로 부활했지만 FLNG로 대표되는 해양플랜트는 한때 한국 조선업 불황의 상징이었다. 2010년대 초 당시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해양 시추선을 경쟁적으로 저가 수주했다가 조 단위 적자를 냈다. 실패의 핵심 원인은 ‘설계 능력 없는 수주’였다. 선체 건조 능력은 세계 최고였지만, 설계는 프랑스 테크닙(TechnipFMC), 미국 맥더못(McDermott) 같은 해외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잦은 설계 변경과 공사 지연이 비용 폭증으로 이어졌고 유가 급락이란 악재마저 겹쳐 발주처가 인도를 거부하거나 파산했다.

◇AI 확산·美 제재 등도 호재로 작용

이후 경쟁사들은 해양플랜트 대신 상선과 군함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지만 삼성중공업은 R&D 투자를 이어가며 노하우를 축적했다.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던 해양 설계 능력 강화를 위해 판교와 부산에 R&D센터를 세우고, 미국·인도 등지에서 우수 설계 인력을 대거 발탁했다. 그 결과 2023년 독자적인 FLNG 표준 모델을 개발했고, 이번 델핀 프로젝트에서는 최초로 EPC(설계·조달·건조) 전 과정을 수행하게 됐다.

시장 환경도 우호적이다. AI 확산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LNG 사용량이 늘고 중동 전쟁 여파로 LNG 공급처 다변화도 시급해졌다. 발주처도 확대되는 추세다. FLNG 시장의 유일한 경쟁사였던 중국 위슨조선소가 지난해 미국의 제재 대상이 되면서 글로벌 수요도 삼성중공업에 쏠리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FLNG 시장을 넘어 해상 데이터센터(FDC)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회사 관계자는 “FLNG 추가 수주를 이어가면서 FDC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개발과 글로벌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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