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 이긴 당에서 내부 충돌, 민주당도 윤 정권 닮아가나

민주당 친이재명계와 친정청래계가 10일 지방선거 ‘책임론’을 놓고 충돌했다. 친명계 모임인 더민주혁신회의는 “이길 선거를 놓친 지도부는 백의종군으로 책임지라”며 정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정 대표에게 차기 전당대회 불출마를 고려하라고 했다. 친명계 최고위원은 현 지도부를 “실패한 지도부”라고 규정했다. 정 대표에게 다음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말라는 압박이다.
정 대표는 선거 직후인 지난 4일 “전국적으로 큰 승리”라고 했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8일 기자회견에서 “이겨야 하는 곳을 졌다. 승리는 최소한 아니다”라고 했다. 이후 친명계가 일제히 정 대표 책임을 묻고 나섰다. 친청계는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지도부를 비난한다”고 반발했다. 친청계는 서울시장, 부산북갑 등 주요 지역에서 패한 것은 이 대통령이 직접 고른 후보들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갈등의 본질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재명계와 정청래계 중 누가 당권을 잡느냐는 싸움이다. 친청계 당 대변인은 “우리가 윤석열이 어떤 사람을 찍어서 당대표 시키는 것을 엄청나게 욕했는데 이 대통령이 지금 이걸 하시는 건가”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퇴했다. 정 대표는 이날 “대통령의 평가에 공감한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겠다”면서도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뼈 있는 말을 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가면서 공항 환송 행사에 늘 참석하던 정 대표를 처음으로 빼고, 대신 김민석 국무총리를 불렀다. 당 대표 선거에서 김 총리를 지원한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대통령이 직접 당권 경쟁에 뛰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선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는 일이 윤석열 정권 초기에 국힘에서 벌어졌던 일과 닮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 윤 정권은 대선에서 이긴 뒤 당 대표를 쫒아내기 위한 당내 갈등이 심각하게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시도지사 16곳 중 12곳을 이겼다. 선거에 이긴 정당에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당 대표직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는 것이 비슷한 것이 사실이다.
이날 이 대통령 지지율이 2주 전보다 9%포인트 떨어지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거의 비슷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집권 세력의 행태도 국민의 평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반응했다. 정당에서 당권 경쟁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만 집권당은 달라야 한다. 국정과 민생에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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