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의도 없었다” 선관위, 증거보전 대상 투표용지 상자 폐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물증으로 꼽힌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 상자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이미 폐기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법원이 해당 상자에 대한 증거 보전을 결정하고 현장 검증에 나섰으나 확보에 실패하면서 부실 관리 및 증거 인멸 의혹을 둘러싼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 법조계와 선관위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민사51단독(김지연 부장판사)은 오후 3시 증거 보전을 위해 잠실7동 제2투표소 현장 검증을 진행했으나 대상물인 보관 상자가 존재하지 않아 빈손으로 철수했다. 앞서 법원은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이 제기한 증거 보전 신청을 인용해 해당 상자의 확보를 지시한 바 있다.
송파구 선관위 측은 해당 상자가 전날인 9일 낮 12시경 폐기물 업체를 통해 이미 수거 및 폐기됐다고 밝혔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원으로부터 증거 보전 대상 목록을 송달받은 시점은 폐기 이후인 9일 오후 5시 30분 쯤이라며, 보관 지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선거 직후 각 투표소에서 반납된 물품이 산더미처럼 쌓여 법적 보관 의무가 없는 투표용지 배부용 종이 박스 등을 폐기물 업체를 통해 처분하던 중이었다”며 증거 인멸의 고의성을 전면 부인했다.
해당 상자는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야기한 선관위의 행정 실태를 입증할 결정적 물증으로 평가받아 왔다. 지난 5일 투표 종료 35시간 만에 경찰이 투표함을 반출한 직후 현장에 진입한 시위대가 발견한 이 상자 겉면에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 1900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잠실7동 제2투표소의 전체 선거인 수가 3856명임을 고려하면 실제 배치된 투표용지는 전체 유권자의 49.3%에 불과한 수치다. 이는 선관위가 공식 회의 없이 내부 전결로 하향 조정했던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조차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자료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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