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창사 첫 파업’ 카카오, 판교 성공신화의 이면

마주영 2026. 6. 10. 19:42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어발 사업 실패, 노동자가 대가 치러”

거리 가득 메운 IT 노동자 800명
‘경영 책임·고용불안 문제’ 지적
무리한 영역확장 탓에 재정 악화
직원들 구조조정·희망퇴직 피해
29일 ‘로그오프’ 형식 추가 파업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10일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유스페이스 광장까지 성과급을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2026.6.1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10일 정오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아지트 앞 광장은 IT노동자 8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카카오 본사 및 계열사의 노동자들이 점심시간에 향한 곳은 식당이 아닌 도로였다. 판교 테크노밸리 일대를 행진하는 카카오 노동자들을 동종업계 직원들도 걸음을 멈추고 지켜봤다.

카카오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파업을 겪고 있다. 전국화학식품석유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연 부분파업에 2천여명 조합원 중 800여명이 나왔다. 여기에는 카카오 본사 뿐 아니라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인테크인, 엑스엘게임즈, 카카오페이 등 4개 계열사 법인이 동참했다.

파업의 표면적인 이유는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의 의견차지만, 속살에는 경영 책임과 고용 불안 문제가 있다. 회사 인원이 2배에서 2분의 1로 고무줄처럼 오가고 계열사 50개 가량이 수 년 사이 사라지는 등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집단 중 하나라곤 믿기 어려울만큼 변동성이 크다는 것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 직원 이모(35)씨는 “입사 때 클라우드 사업을 하던 회사가 몇년 사이 AI, 비즈니스 메신저 등 사업 영역을 무리하게 확장했다. 이후 투자가 끊기기 시작하면서 회사 재정이 급격히 어려워졌다”며 “그 결과 직원 수가 약 500명이던 회사가 순식간에 1천200명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400명으로 줄었다.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을 통해 경영 실패의 대가를 노동자에게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모빌리티, 플랫폼, 금융 등 각종 분야로 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2023년 계열사가 147개로 늘었지만, 이후 적자 회사를 대상으로 꾸준한 매각을 거친 결과 지난해 계열사가 94개로 줄었다.

모바일 메신저를 주축으로 교통, 게임, 엔터까지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한 카카오는 일각에서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결과적으로 경영진이 무리한 사업 확장을 밀어붙인 대가를 노동자가 치르고 있다는 문제 의식이 파업 밑바탕에 있다.

디케이테크인에서 일하는 김모(40)씨는 “직원 대부분이 적절치 않다고 평가한 일까지 밀어붙이는 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더니 실패로 이어졌다”면서 “경영 실패 책임이 있는 리더들이 사업 계획에서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편 크루유니언은 오는 29일 출근한 뒤 일을 하지 않는 이른바 ‘로그오프’ 형식의 추가 파업을 예고했다.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Copyright © 경인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