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GO] 이인선 위원장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이 대구를 지켰다”

황재승 기자 2026. 6. 1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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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p 접전서 역전까지…대구시장 선거 막전막후
원팀 전략·박근혜 유세·보수 결집이 만든 반전

6·3 지방선거의 열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일부 지역의 투표용지 부족 논란이 후폭풍처럼 번지고 있다. 그만큼 이번 선거에 쏠린 국민적 관심이 예사롭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가운데서도 대구시장 선거는 단연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무총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면서 선거판은 초반부터 최대 격전지로 달아올랐고, 국민의힘 추경호 후보와의 대결은 출구조사마저 오차범위 내 접전을 예고할 만큼 막판까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승부였다. 그 선거를 진두지휘한 인물이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이다. 경북일보TV '만나GO'는 선거 직후 이 위원장을 만나 대구 선거전의 이면과 당의 향후 과제를 들었다.

대담: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
진행: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
▲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이 9일 대구 동구 경북일보 스튜디오에서 경북일보TV '만나GO'에 출연하고 있다. 권남인 기자 kni@kyongbuk.com

△어려운 자리에 서는 것이 나의 몫

이인선 위원장은 이번 선거를 한마디로 "굉장히 어려웠다"고 압축했다. 그러나 그 어려움의 무게를 짊어진 방식은 담담했다.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마치고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는 "내가 지나온 길을 보면 쉬웠던 자리는 한 자리도 없었다"고 돌아봤다. 어려운 상황의 한복판에 서 있다는 사실이 힘겹지만, 그것이 자신의 몫이라는 인식이 그를 움직이게 한 동력이었다.

선거 초반의 구도는 국민의힘에 극히 불리했다. 이재명 정부가 60%에 달하는 지지율을 등에 업고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운 데다, 상대 후보는 총리 출신의 거물급 정치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국민의힘은 후보 선정에만 한 달 이상을 허비했다. 이 위원장은 "처음에는 이건 어렵겠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길 수 있는 카드가 없었다는 것이 그의 냉정한 자기 진단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판세는 미묘하게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권자들이 두 후보를 비교하는 과정에서 김부겸 후보가 대구를 떠나 양평에 정착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부각됐다. 반면 추경호 후보는 경제부총리를 역임하면서도 지역을 지켜왔다는 신뢰감이 쌓였다. 이 위원장은 "시민들이 점차 후보 간 비교를 하면서 여론이 박빙으로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이 9일 대구 동구 경북일보 스튜디오에서 경북일보TV '만나GO'에 출연하고 있다. 권남인 기자 kni@kyongbuk.com

△원팀 전략, 그리고 포용의 선택

이 위원장이 선거 초반부터 가장 공을 들인 것은 내부 결속이었다. 경선 과정에서 컷오프된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택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인 분기점이 됐다고 그는 평가했다. "마지막에는 뭉쳤기 때문에 이겼다"는 그의 말은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원팀 전략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됐는지를 보여주는 증언이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이탈 당원에 대한 그의 태도였다. 김부겸 후보 측으로 넘어간 당원들을 제명하자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이 위원장은 이를 단호히 막았다. "우리 잘못이었기 때문"이라는 그의 말에는 자기 성찰이 담겨 있었다. 그는 오히려 "우리가 늠름하게 보여야지 초조하게 보이면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상대 캠프가 이탈 당원들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TV 토론에서도 이를 거론한 것을 두고 이 위원장은 "초조함의 발로"라고 읽었다. 시민을 갈라치기하는 방식은 맞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그는 맞불 홍보를 의도적으로 자제했다.

12명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선거 전면에 세운 것도 이 위원장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시의원과 구의원들에게는 "추경호 후보를 먼저 찍어달라고 호소한 뒤 자신을 찍어달라고 외치게 했다"고 그는 전했다. 김부겸 바람이 불면 기초의원 선거까지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조직 전체를 하나로 묶었다.

△수성못의 기적, 박근혜의 귀환

선거 막판의 흐름을 결정지은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성못 유세였다. 이 위원장은 선거 전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직접적인 지원 유세 요청을 꺼내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나라와 경제의 어려움을 언급하며 "대통령께서 한번 나와주시면 좋겠다"는 말을 꺼냈고, 박 전 대통령은 즉답을 피하면서도 "한 표 한 표를 잘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그 말에서 도움의 신호를 읽었다.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수성못이 생긴 이래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온 적이 없었다"는 그의 말은 현장의 열기를 그대로 전한다. 이 위원장은 그 장면이 단순한 유세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에 실망해 투표를 포기하려던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만든 결정적 모멘텀이었다는 것이다. "그게 5%만 돼도 10%의 차이가 난다"는 그의 계산은 선거 결과로 증명됐다.

△0.8%p의 역전극

개표 당일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지상파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0.8%포인트 차 접전 결과가 나오자 국민의힘 캠프는 술렁였다. 격차가 오차범위 안이었지만 캠프 내부에서는 "쉽지 않겠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고, 패배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 위원장은 "졌다는 이야기였다, 저쪽 캠프는 좋아서 하늘을 찌를 듯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사전투표 보정값이 반영된 출구조사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판세는 뒤집혔다. 6월 4일 0시 58분을 전후해 본투표 개표가 시작되자 추경호 후보의 득표율이 치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완전히 역전극이었다"는 이 위원장의 표현에는 그날 밤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국 성적표와 마지막 기회

대구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은 전국 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냉정한 시선을 유지했다. 당초 예상치였던 '15 대 1'보다는 나은 성적이지만, 그래도 좋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 그의 평가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진 그 선거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은 두 곳밖에 건지지 못하는 참패를 당했다. 이번 탄핵의 충격파가 그때보다 훨씬 강했음에도 이 정도 성적을 거뒀다는 점에서, 그는 "잘 해보라는 기회를 줬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기회"라는 말을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한동훈 복당과 당의 미래

선거 직후 당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한동훈 의원의 복당 문제에 대해 이 위원장은 신중하면서도 원칙적인 입장을 밝혔다. 당의 외연 확장을 위해 복당이 필요하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명에는 이유가 있었고, 본인이 반성하고 당원들을 설득하는 시간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이번에 생각 이상으로 굉장히 잘 싸우신 것 같다"며 한 의원의 정치적 자산을 인정하면서도, "자기 고백의 시간 혹은 당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가 더 근본적으로 우려하는 것은 당의 구심력 부재였다. "형님 같은 역할, 원로 역할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부족하다"는 진단은 당내 세대 갈등과 리더십 공백을 정면으로 짚은 것이었다. 거대 여당과 맞서기 위해서는 결국 뭉쳐야 한다는 그의 결론은, 대구 선거에서 직접 실증한 원팀 철학의 연장선이었다.

△감사와 결심 사이에서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 위원장은 대구 시민과 당원들을 향한 감사를 거듭 표했다. "백척간두의 상황에서도 보수의 심장 대구·경북에서 우리 당을 지지해 주신 유권자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에는 진심이 배어 있었다. 그는 추경호 당선인에 대해서도 "신뢰가 있고 실력이 있는 경제 전문가로서 비어 있던 대구 시정을 잘 살펴보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의 말 뒤에는 결심이 따라왔다.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들이 "지금까지의 태도보다 10배로 더 진실하게 열심히 시민들의 바람에 어긋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다짐은, 이번 승리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책임의 시작임을 스스로 선언하는 말이었다.

보수의 성지를 지켜낸 이 위원장의 전쟁은 개표 종료와 함께 끝났다. 그러나 그가 말한 "마지막 기회"의 시계는 이제 막 돌아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