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상흔 치유 나선 광주…민간인 희생자 추모사업 확산
각 자치구 위령제 개최·위령비 건립
명예회복·역사 바로세우기 본격화

10일 광주시 동구에 따르면 동구는 다음달 준공을 목표로 용산동 627-3 일원(옛 광산군 용산리 몰몽재)에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비를 설치하고 있다.
이곳은 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월 14일 이장과 반장 등 마을주민들이 경찰의 소집에 응했다가 구금된 뒤 이틀 후 사살돼 암매장된 장소다.
과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조사에서는 경찰이 인민군에 몰수된 재산을 보전하기 위해 주민들을 부역자로 몰아 사살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확인됐다.
당시 경찰 측은 전시 상황에서 업무수행차 했던 일을 양민학살로 처벌할 경우 경찰 사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고, 결국 관련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1기 진화위는 해당 사건을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으로 판단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동구에서는 학동 산108-9 일대 말량동고개 등지에서도 민간인 희생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구는 위령비 설치가 마무리되는 오는 7월 말 위령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광산구도 이달 중 지평동 409-9·409-11번지 일대에 위령비 건립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곳은 1950년 7월 23일 광주에 진입했던 인민군이 10월 국군의 광주 수복 이후 철수하면서 빠져나가지 못한 빨치산(무장공비)의 거점 야산들과 인접한 곳이다.
진화위 조사에서는 군·경이 인민군의 협박으로 식사를 제공한 주민들을 부역자로 몰아 학살하거나, 계엄 상황에서 3명 이상 모이면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이유로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시던 주민들을 끌고 가 사살하는 등 다수의 민간인 희생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1950년 7월 11일 당시 광산군 삼도면 암탉골에서는 사상 통제를 목적으로 조직된 반공단체인 국민보도연맹 가입자 500여명이 집단 희생된 사건도 발생했다.
이번 사업은 북구가 지난해 광주 자치구 중 처음으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위령사업을 추진한 데 이어 다른 자치구까지 동참하면서 이뤄졌다.
북구는 지난해 6월 동림동 불공고개, 양산동 장고봉고개, 문흥동 도동고개 등 집단 희생지 3곳에 추모비를 설치했고, 같은 해 7월 합동 위령제를 개최했다. 북구에서는 1950년 7월 5일~22일 광주형무소 재소자 2300여명이 적법한 절차 없이 군·경에 의해 즉결 처분된 것으로 조사됐다. 북구는 올해도 오는 8~9월 중 위령제를 열 계획이다.
서구와 남구는 아직 관련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은 “6·25 전후 이념 대립 속에서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된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며 “특히 여순사건 등의 영향으로 광주·전남 지역의 피해가 컸지만, 시간이 오래 흐르면서 피해 사실을 증언하거나 알릴 후손조차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피해 규모가 명확히 드러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혼란의 시기에 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후손들이 반드시 감당해야 할 책무이자 역사적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윤준명 기자 yoo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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