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정선거 선 그은 대학생들의 6·10 시국선언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전국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10일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국정조사·특별검사를 통한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국가 기본권 침해 구제대책 마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구조개혁, 시민 참여형 개혁 감시기구 설치 등을 촉구했다. 민주화 이후 사회적 발언과는 거리를 두어온 대학생들이 이처럼 조직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드문 일이다.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관리로 일부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침해당했다. 이 중대 사태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는 이들의 요구는 상식적이고 타당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내놓는 해법의 큰 줄기 또한 이들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여야는 지난 9일 국정조사요구서를 제출했고, 검찰·경찰은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착수했다. 검경 수사로 부족하면 특검을 도입하고, 선관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데도 여야의 의견이 일치한다.
그런데도 18개 대학 총학생회가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대학생들이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대내외에 공표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사태가 불거진 뒤 지난 일주일간 분출한 대학생들의 규탄 목소리를 학생 대표기구인 총학생회가 공식적으로 대의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고 본다.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서 극우적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들이 발표한 시국선언은 부정선거론, 계엄옹호론 등 비상식적 주장과 선을 긋고 진상규명·책임자 처벌·재발방지책 마련이라는 사안의 본질을 환기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날은 6·10 민주항쟁 39주년이다. 총학생회들이 이날 시국선언을 발표한 건 민주화의 전환점이 된 1987년 그날의 상징성도 감안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참정권은 절대 침해돼선 안 될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시민들이 윤석열의 12·3 내란을 목숨 걸고 막은 것도 참정권을 포함한 시민들의 정치적·사회적 권리 일체를 박탈하려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동시에 참정권은 민주주의의 최소요건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 누구도 차별·배제·혐오의 대상이 되지 않아야 건강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대학생들의 목소리가 민주주의에 대한 더 깊고 넓은 공론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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