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극우에 점령된 잠실 개표소… '대진연 몰이' 피해자들 고소 나섰다

이재명 2026. 6. 10.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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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조기에 '부정선거·윤 어게인' 재등장
'대진연' 색출에 2030 청년 대거 이탈
쫓겨난 시위자, 폭행·모욕한 극우 고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가 엿새째 이어지고 있는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시민들이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항의하는 '잠실 개표소 시위'가 극우세력에 다시 점령되면서 시위대 내부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성조기와 부정선거론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신상 털기를 당하거나 시위 현장에서 쫓겨난 참가자도 많다. 피해자들은 극우세력의 공격에 맞서 고소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섰다.


'대진연 음모론' 피해자 집단 고소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봉쇄 시위 엿새째인 10일, 현장에선 다시 '부정선거' 구호가 울려퍼지고 있다. 잠시 사라졌던 성조기가 나부끼고, 심지어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표 도둑질을 멈춰라), '윤 어게인' 문구까지 등장했다. 시위 초기 극우 유투버 전한길씨 같은 부정선거론자들의 극단적 주장을 자제시키던 이들은 목소리를 빼앗겼다.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 앞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문구들이 붙어 있다. 박지연 인턴기자

부정선거론자들은 '재선거' '부실선거'를 외치는 청년들을 한국대학생진보연합(대진연)으로 몰아가며 무차별 공격을 퍼붓고 있다. 대진연이 시위대로 잠입해 부정선거를 부실선거, 재선거로 축소시키려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온라인에서 신상털기, 조리돌림 등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 대진연 활동 자료와 시위 영상 속 인물을 비교해 동일인으로 의심되면 즉각 명단에 올려 제거 표적으로 삼는 식이다.

6일 시위 참가 후 '재선거' 의견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겼다가 부정선거론자들로부터 소위 좌표가 찍혀 댓글 테러를 당한 신수정씨는 9일 악성 댓글 작성자 18명을 사이버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신씨는 "논쟁이나 비방을 넘어 직업·외모 비하와 욕설이 난무해 SNS 알림이 끊이질 않았고 공포감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졌다"며 "모든 민·형사상 대응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단체 고소도 추진되고 있다. 7일 밤 대진연으로 지목돼 공격당한 안지환(28)씨는 SNS를 통해 '6·3 재선거 요구 피해 시민 모임'을 결성했다. 그는 "무차별적인 신상털기와 폭행, 폭언 등 공격에 공포를 느껴 현장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며 "주권자의 순수한 목소리를 냈을 뿐인데 가짜 프레임으로 쫓아내고 광장을 찬탈한 극단적 세력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 정치 세력이 행한 국기문란급 가짜뉴스 사태"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폭행 사태도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며 재선거를 요구하는 '잠실 개표소 봉쇄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9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한 참가자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 실제 폭행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시위 도중 대진연으로 몰려 폭행당한 30대 참가자는 9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폭행·명예훼손 등 혐의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은 사건을 접수해 즉시 배당했다. 같은 날 시위대 일부가 한 중년 여성을 향해 "대진연이다"라고 소리지르자, 인파가 몰려가 "나가라" "꺼져"라고 위협해 경찰이 분리 조치한 일도 있었다.

5일부터 시위 봉사를 해 온 20대 박모씨는 "기부 물품을 정리하고 쓰레기를 치우느라 정작 시위에는 참여하지 못했는데, 갑자기 극우 집회로 변해 있더라"며 "'재선거'를 외치면 중국인이나 간첩으로 몰아가니, 앞으론 시위에 안 나가야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7일까지 집회에 참여한 이모(33)씨도 "'대진연 몰이'가 혐오스럽다"며 "원치 않는 부정선거나 USA 구호를 강제로 외치고 싶지 않아 이제 불참한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 설치된 개표소 앞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대진연 몰이'는 모욕죄 성립이 가능하고 허위사실 적시로 인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도 있다"며 "모욕적 표현의 수위가 높고 피해자가 특정되는 얼굴 사진을 공유했다면 처벌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도 있듯, 소수 극우파가 시위를 주도하게 됐다"며 "서부지법 사태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극우파라는 딱지를 신속 정확하게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nowlight@hankookilbo.com
나민서 기자 iam@hankookilbo.com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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