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검은 티셔츠·하얀 우산 물결'···1500명 나선 카카오 첫 파업 현장 보니
성과급·고용불안 갈등 평행선···노사 끝내 접점 못 찾아
노조 측 "29일 로그오프 데이"···추가 단체행동 예고

[시사저널e=김도영 기자] "그냥 제일 큰 사이즈로 주세요."
10일 오전 판교역 광장. 투쟁 티셔츠를 받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에서 한 남성 조합원이 너스레를 떨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광장 좌측에 설치된 물품 수령 데스크에서 티셔츠를 받고 마스크와 우산, 빵, 물, 피켓을 차례로 챙긴 뒤 집회 준비에 나섰다. 광장 중앙에선 풍물패의 장구, 북, 꽹과리 소리 사이로 노래 '질풍가도'가 흘러나왔다.
1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가 '카카오 파업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카카오 창사 이래 첫 공동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달 카카오 본사를 비롯한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총 5개 법인이 임금 교섭 과정에서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이뤄진 공동행동이다. 이번 파업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4시간 부분 파업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판교역 광장 일대는 오전 11시경이 되자 카카오 법인을 비롯한 조합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번 집회에는 카카오 본사와 계열사 조합원들은 물론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위원회 소속인 네이버, 야놀자, 우아한형제들 등 노조 관계자도 참여했다. 이날 집회는 점심시간을 사이에 두고 진행돼 광장 곳곳에선 본격적인 집회 전 음료와 빵을 빠르게 섭취하는 조합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당초 카카오 노조는 오전 11시 30분 판교역 광장에 집결해 유스페이스까지 약 800m 구간을 행진한 뒤 유스페이스 광장에서 본집회를 열 예정이었다. 그러나 거리 행진은 현장 상황에 따라 예정 시간보다 30분 늦은 오후 12시경부터 시작됐다.
집회 현장은 흑백의 물결로 가득했다. 조합원들은 검은색 투쟁 티셔츠를 입고 한 손에는 하얀 우산을, 다른 한 손에는 "고용안정 쟁취! 무책임한 경영진 퇴진!", "카카오 파업 승리로 공동교섭 쟁취하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에 나섰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검은색 티셔츠와 하얀 우산의 상징성에 대해 "검은 티셔츠는 고용 불안정, 구조조정 등에 반대하고 공격하는 검, 하얀 우산은 이 같은 위기에서 우리를 지키는 방패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번 갈등의 쟁점은 성과급 규모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반영 여부다. 노조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인 약 1000만원의 성과급과 별도의 RSU 지급을 요구했다. 사측은 RSU를 포함한 성과보상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은 거듭된 조정 절차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발표에 나선 한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최근 퇴사한 홍민택 전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언급하며 "홍민택 CPO를 중심으로 무리하게 진행됐던 빅뱅 프로젝트 당시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도 없이 일했지만, 인당 1500만 원, 심지어 3000만 원 등 확실한 보상을 하겠다는 경영진들의 약속만을 믿고 버텼다"며 "그러나 회사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크루들에게 한 달 월급도 못 미치는 인센티브를 지급한 반면 대표이사에겐 5억 원이 넘는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런데 이젠 어제 약속한 장기 보상을 오늘 성과급으로 둔갑해 RSU까지 성과급 재원에 포함시키려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 측이 제안한 보상안은 과도한 요구가 아닌 공정한 배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노조는 오는 29일 추가 파업 및 단체 행동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직원들이 하루 연차를 내고 모든 업무 시스템에서 로그아웃하는 이른바 '로그오프 데이'를 추진하는 방식이다. 로그오프 데이는 기본 업무 시간인 총 8시간 동안 진행되며 별도의 집회는 열리지 않을 계획이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5000여 명의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도 "실제 참여 인원은 5000명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서 카카오 노조는 지난달 7일 사측과의 임금협약이 결렬됐음을 밝히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바 있다. 이후 카카오 본사를 제외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페이·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4개 법인은 교섭 조정 절차를 중단하면서 쟁의권을 획득했다.
카카오 본사 노조는 지난달 18일 1차 조정에 실패하고 조정 기일을 27일로 한 차례 연장했지만 2차 조정까지 실패로 끝나며 카카오는 창사 이래 첫 공동 파업 국면에 직면하게 됐다. 2차 조정 '중지 결정' 이후에도 최근까지 카카오 노조는 사측과 물밑 협상을 이어왔지만 결국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이날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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