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태국 마약창고 급습…‘7억명 투약분’ 원료 50톤 압수

김유승 기자 2026. 6. 10. 18:4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국마약통제청과 합동작전 펼쳐
정부기관의 첫 해외 마약기지 단속
아세톤·염산 등 필로폰 21톤 분량
“주요 마약 생산·경유국과 협력 강화”
국정원은 9일 태국 마약통제청(ONCB)과 합동으로 방콕 등 10곳의 마약 원료 물질 보관 창고를 급습, 마약 원료로 쓰일 수 있는 아세톤·염산·황산 등 화학물질 49.98톤을 전량 압수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태국 당국과 합동 급습 당시 모습.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태국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현지 마약 생산 기지를 급습해 50톤 규모의 마약 제조용 원료를 압수했다. 국내 정부기관이 해외의 마약 공급 기지를 직접 단속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은 9일 태국 마약통제청(ONCB)과 합동으로 방콕 등 10곳의 마약 원료 물질 보관 창고를 급습해 마약 제조에 사용되는 아세톤·염산·황산 등 화학물질 49.98톤을 압수했다고 10일 밝혔다. 국정원에 따르면 압수 분량이 모두 마약 제조에 사용될 경우 필로폰 21톤이나 11억 정 규모의 신종 마약인 ‘야바’로 제조될 수 있었다. 이는 7억 명이 동시 투약이 가능하며 시가로는 8조 4000억 원대에 달하는 막대한 양이다.

이번 작전은 국정원이 ONCB의 긴급 요청에 따라 4월 국내에서 태국인 ‘마약왕’ 타파난을 검거·송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국정원은 타파난이 국내 병원에서 성형 시술을 받기 위해 위장 신분으로 한국에 입국했을 때 태국 정보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그를 검거했다. 타파난은 태국 내 마약의 절반 이상을 유통하며 ‘아시아 최대 마약왕’으로 불리기도 했다. 지난 10년간 타파난에 대해 태국 당국이 발부한 체포영장만 50회에 이른다.

국정원과 ONCB는 이후 공조를 유지하며 타파난이 해외에서 마약 원료를 구매해 미얀마·라오스·태국 접경지대인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서 마약을 제조해 한국과 호주 등으로 유통한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태국 내 대규모 원료 물질 은닉 창고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번 작전을 진행했다는 것이 국정원의 설명이다. 태국 당국은 이번 작전에 ONCB와 군경 등 100여 명을 투입했으며 국정원 마약 대응 전문요원들도 현지에 파견돼 합동작전을 펼쳤다.

국정원에 따르면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가 9일(현지시간) 이번 작전과 관련해 “이번 수사는 한국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뤄졌다”면서 “국정원은 정보 분석 및 관련 첩보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마약상 타파난의 검거 및 송환 과정에도 적극 협조했다”고 사의를 표명했다.

국정원은 최근 한국과 태국이 연계된 마약범죄가 늘자 ONCB와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2024년에는 태국에서 국내로 유입된 마약이 294㎏에 달하며 전체 마약 밀수량의 39%를 차지한 바 있다. 국정원 국제범죄정보센터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공급되는 마약의 생산 원점을 붕괴시켰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한국이 글로벌 위상에 걸맞은 책임과 의무를 다해 국제 마약 대응을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유럽 3개국 순방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태국 정부와의 공조로 대규모 마약 밀수 조직을 일망타진한 국가정보원을 공개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국정원의 활약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면서 “대한민국 국정원의 새 모습”이라며 “잘 드는 칼은 쓰기에 따라 사람을 해칠 수도 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