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한국, 美·日과 연대해 中 대응하는 ‘전략적 명확성’ 보여야”

권순완 기자 2026. 6. 10. 17: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CSIS 논평서 “전략적 모호성 벗어나야”
“韓 기업·국민은 이미 ‘명확성’ 선택”
“‘자주파’보다 ‘동맹파’ 전략이 효율적”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가 지난 5월 19일 서울 앰배서더서울풀만호텔에서 열린 포토맥포럼 대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빅터 차 미국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 석좌가 이재명 정부의 대중(對中) 외교 방향에 대해 “최대한 빨리 전통적인 ‘전략적 모호성(ambiguity)’에서 벗어나 ‘전략적 명확성(clarity)’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 석좌는 5일(현지시각) CSIS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략적 명확성: 한국에 있어서 중국 가치 재평가’란 제목의 논평에서 이같이 밝히며 “한국은 중국과의 전략적 자산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전략을 추구해 왔다”며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 같은 역내 안보 이슈는 회피하는 한편, 중국과 ‘이웃사촌’ 관계를 유지하며 북한 문제부터 핵심 광물의 안정적 공급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협력을 구하는 것을 중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미국과의 군사·경제적 동맹을 심화하는 ‘균형 잡기’ 전략을 추구해 왔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이에 대해 “현명하지 못하며 잠재적으로 위험하다”고 했다.

차 석좌는 그 근거로 ▲경제적으로 중국이 더 이상 한국과 보완적이지 않고 경쟁적이며 ▲북핵 등 대북 문제에서 중국이 비협조적이고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구조물을 설치하며 주권 영역을 확대하려 한다는 점을 들었다. 한국이 국익을 희생해 가며 중국의 입맛에 무리하게 맞춰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한국 기업들과 일반 국민은 이미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최대 수백억 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벌이는 반면, 중국 공장은 현상 유지하는 정도에 머문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외교 당국자들은 미·중 사이에서 전술적이고 수사적인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지만, 한국 기업들은 핵심·첨단 산업에서 중국보다 미국에 훨씬 더 많이 투자하며 이미 전략적 명확성을 선택했다”고 했다.

또 퓨(Pew) 리서치 센터의 여론 조사 등을 인용하며 한국인들의 인식 조사에서도 중국인에 대한 비호감 응답률이 2002년 31%에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 조치를 겪은 뒤 2017년 61%, 2022년 80% 등 추세적으로 오른다고 했다. 결국 이재명 정부가 기업·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따라가야 한다는 취지다.

차 석좌는 한국이 중국을 혼자 상대하기보단 미국·일본과 뭉쳐야 한다고 했다. 그런 관점에서 ▲일본과의 양자 안보 선언 ▲중국의 강압 행위에 대한 공동 규탄 등을 제안했다.

특히 최근 일본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유사시’ 발언으로 중국으로부터 경제 보복을 당하는데, 한국이 이를 그냥 두고 보기만 하면, 나중에 중국이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 개발을 비난하며 압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일본을 방치하는 것은 동맹을 이간질할 수 있다는 중국의 자신감만 키워줄 뿐”이라고 했다.

차 석좌는 그러면서 이재명 정부 내에서 서로 충돌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독자 노선(자주파)은 중국을 다룰 때 덜 실효적인 전략이며, 강력한 동맹 노선(동맹파)을 취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한·미·일 연대를 통해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다.

차 석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논평 시점은 방북 전)에 대해서도 “평양에서 시진핑 주석과 북한 김정은이 축배를 드는 모습이 베이징이 마치 한국의 이익을 대변해주고 있다는 식으로 왜곡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며 “중국이 북한을 버리거나, 한반도의 자유민주주의적 통일을 지지하거나, 한국의 입지를 약화시켜 중국에 종속시키려는 목표를 포기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