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집팔아 ‘삼전닉스’ 들어간 야수들…생각보다 훨씬 더 많았다

오대석 기자(ods1@mk.co.kr), 추경아 기자(choo.kyoungah@mk.co.kr) 2026. 6. 1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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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자산 30억 이상 보유
고액자산가 동향 살펴보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부활에
똘똘한 한채만 남겨놓고 처분
차익으로 코스피 대형주 배팅
하이닉스·삼전·현대차順 매수
54% “국내 주식이 가장 유망”
[사진 = 연합뉴스]
# 서울 압구정동에 거주하는 60대 사업가 A씨는 최근 보유 중이던 코스닥 주식 일부를 정리했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억 원을 투자하고 있었지만 새로 확보한 현금도 반도체 대형주에 투자했다. 그는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주도주 비중을 더 높일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 50대 대기업 임원 B씨는 지난달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일을 앞두고 보유 중인 아파트 두 채가운데 한 채를 정리했다. ‘똘똘한 한 채’만 남기고 회수한 목돈을 들고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찾은 그는 반도체주와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집중 매수했다.

초고액 자산가들이 최근 부진한 코스닥시장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 비중을 줄이고, 대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주도주 투자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이익이 급증하며 반도체 대형주가 주도하는 장세가 이어지자 유연하게 전략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국내 한 대형증권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이 회사의 금융자산 30억원 이상 초고액 자산가 7000여 명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국내 주식 종목은 SK하이닉스(3753억원)로 집계됐다. 삼성전자(3509억원)에도 뭉칫돈이 몰렸고, 현대차(1526억원) 비중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반년 전 전망과 달리 코스피 주도 장세가 이어지자 전략을 발빠르게 바꾼 결과다. 6개월 전 설문에서 이들의 올해 투자 전략은 ‘K.O.R.E.A.’라는 다섯 글자로 압축됐다. 한국 주식(Korea) 선호, 한국·코스닥의 시장 수익률 상회(Outperform), 주식 비중 확대(Rebalancing), ETF 활용, 인공지능(AI) 주도라는 뜻을 담았다. AI의 강한 수혜가 예상되는 한국 시장에 투자한다는 예측을 정확히 행동으로 옮겼지만, 코스닥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자 유연하게 투자 종목을 교체한 것이다.

설문에서 자산가들은 주식형 자산 확대 시 유망 국가로 한국(54.3%)을 미국(32.9%)보다 크게 앞세웠고, 실제 자산가들의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은 40.2%에서 55.7%로 15.5%포인트 확대됐다. 다만 국내 주식 포트폴리오 내에서 코스피 비중이 지난해 11월 64.9%에서 올해 5월 85.4%로 급증한 반면, 코스닥 주식 비중은 29.8%에서 14.2%로 낮아졌다.

또 가장 선호하는 종목으로 삼성전자(18.2%), 테슬라(14.1%), SK하이닉스(8.6%)를 꼽았는데 결과는 명확히 갈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베팅은 적중했다. 반면 테슬라 주가가 부진하자 장밋빛 전망에 매몰되지 않고 냉정하게 해외 주식 상위 매수 종목에서 제외했다.

ETF와 상장지수증권(ETN)을 활용해 주식 자산에 투자하겠다고 답변한 대로 반년 새 자산가들의 전체 자산 가운데 ETF 비중은 5.2%에서 7.5%로 늘었다. 여기서도 코스피와 반도체 중심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ETF 보유 상위 종목에 KODEX 레버리지(5118억원), KODEX 반도체레버리지(2573억원), KODEX 200(2188억원)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한편 PB업계에선 부자들의 투자 전략이 부동산이나 다른 금융자산보다 반도체 대장주 매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용진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팀장은 “다주택자 규제 이후 주택을 처분하며 주식시장으로 넘어온 사례가 많고 상담 문의도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증권 초부유층 전담 채널인 SNI를 총괄하는 오선미 상무는 “자산가들이 단순히 시장을 잘 예측하는 것을 넘어 예측이 빗나갔을 때 누구보다 빠르게 행동을 조정하는, 유연한 운용을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김승환 미래에셋증권 압구정WM팀장은 “고액 자산가들의 은행·보험 자금 등이 국내 주식 예탁금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추세”라며 “현금성 자산을 확보해 저가 매수 타이밍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재필 메리츠증권 강남1센터장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한 날 두 종목 비중을 늘린 고객이 많다”고 했다. 일부 종목의 차익 실현 후에도 채권이나 예금으로 자산을 이동하기보다 재매수 시점을 노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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