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먹통' 피했지만 불씨 남은 카카오 파업…빅테크 전반 확산 촉각

박선강 기자 2026. 6. 1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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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등 5개 계열사 1500명 동참
29일 2차 파업 로그오프 데이
RSU 성과급 산입 여부 핵심 쟁점
필수 인력 제외해 서비스 차질 없어
부분 파업에 들어간 카카오 노조원들이 10일 경기도 성남시 유스페이스 광장에서 열린 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대표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노동조합이 성과급 보상 체계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의 성과급 산입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10일 창사 이래 첫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창사 이래 첫 본사 파업…리더십 쇄신 시험대
이번 파업은 2006년 카카오의 전신인 '아이위랩'이 설립된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단행된 본사 차원의 파업이다.

그동안 대외적 사법 리스크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논란 등으로 내홍을 겪어온 카카오가 내부 조직 갈등이라는 대형 암초를 추가로 만나면서, 향후 그룹 전체의 리더십과 거버넌스 쇄신 작업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판교 가로지른 외침…초강경 연차 투쟁 예고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이하 카카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점심시간 1시간 제외) 총 4시간 동안 부분 파업을 전개했다. 이번 파업에는 카카오 본사를 포함해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그룹 내 5개 법인이 공동 투쟁 형태로 참여했다.

노조 측은 전체 계열사 조합원 2700여명 중 본사 조합원 1000여명을 포함해 총 1500여명이 업무를 중단하고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오전 11시 30분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 광장에 집결해 유스페이스 광장까지 약 800m 구간을 행진하며 "고용 안정 쟁취", "경영진 퇴진" 등의 구호를 외쳤다. 테크 업계에서 이처럼 대규모 인원이 거리 행진 시위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이날 집회에서 오는 29일 2차 파업인 '로그오프 데이(Log-off Day)'를 단행하겠다고 추가 선언하며 투쟁 수위를 한층 높였다. 로그오프 데이는 조합원들이 사내 업무 시스템에서 일제히 로그아웃하고 연차를 쓰거나 비근무 상태인 오프(Off)를 설정해 업무를 완전히 중단하는 일종의 연차 투쟁으로, 사태 장기화 시 사실상의 전면 총파업으로 확산할 기로에 놓였다.

보상 재원 둔 시각차…주식 산입 vs 현금 지급
이번 사태를 촉발한 가장 핵심적인 쟁점은 올해 4월 직원들에게 지급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s)을 성과급 재원에 포함할 것인가에 대한 여부다.

RSU는 직원이 일정 기간 회사에 근무하며 성과를 내면 주식을 직접 지급하는 중장기 보상 제도로, 지난 2021년 말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주식 대량 매도 논란으로 불거진 스톡옵션 제도의 폐해를 보완하기 위해 노사 합의로 도입됐다.

카카오는 지난 4월 1년 이상 근속한 정규직 직원들에게 1인당 135주(지급 당시 기준 약 500만원 상당)의 RSU를 지급했다.

하지만 임금 교섭 과정에서 RSU의 성격을 두고 노사의 해석이 극명하게 갈렸다.

노동조합 측은 지난해 영업이익의 13~14% 수준을 순수 현금 성과급 재원으로 반영해 직원 1인당 약 1000만원 상당의 성과급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측이 제안한 500만원 규모의 RSU는 별도의 보상으로 인정해야 하며, 이를 성과급 재원 산정에 산입해 성과급 규모를 부풀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주가 변동 리스크가 크고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 주식을 성과급과 퉁치려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경영진 측은 RSU를 포함한 전체 보상 재원 비율을 약 10.5% 수준으로 제안했다. 사측은 코로나19 호황기가 끝나고 업계 전반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만큼 비용 효율화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사측은 지난 교섭 결렬 직후 노조가 요구하는 성과 보상안의 총 규모가 영업이익 기준으로 볼 때 회사 경영에 큰 부담이 되는 수준이며 현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감내하기 어렵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사전 약속 불이행 논란에 불만 최고조
노조 측은 이번 파업이 단순한 임금 인상 투쟁을 넘어 경영진의 무책임한 태도와 불투명한 보상 기준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 2025년 카카오톡의 대대적인 개편인 '빅뱅 프로젝트'를 추진할 당시, 사측은 프로젝트만 성공하면 인당 1500만원에서 최대 3000만원이라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하며 보상을 약속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회사는 올해 어떠한 사전 설명도 없이 약속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의 성과급을 책정했으며, 배분 기준조차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 노조의 주장이다.

서승욱 지회장은 "성과는 경영진이 독점하면서 실패의 책임은 고용 불안과 비용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노동자에게만 나누는 구조가 카카오 공동체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플랫폼 마비 비껴가…업계 전반 쟁의 확산 주시
사상 첫 본사 파업이라는 강대강 대치 속에서도 다행히 우려했던 '카카오톡 먹통'이나 서비스 마비 등 대규모 이용자 불편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IT 플랫폼 기업 특성상 서비스 운영 시스템의 상당 부분이 자동화돼 있는 데다, 노조 측에서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필수 시스템 운영 인력은 파업에서 제외하고 현장에 대기시켰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번 파업에 대비해 사전에 비상 대응 체계를 긴밀히 점검했으며, 사측은 "어떤 상황에서도 서비스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지킬 것이며, 노조와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조속한 합의점에 도달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카카오 파업이 단발성 쟁의행위에 그치지 않고 네이버, 쿠팡, 토스 등 RSU 제도를 도입했거나 검토 중인 국내 주요 테크 기업 전반의 노사 갈등으로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성장 둔화기에 접어든 빅테크 기업들의 비용 절감 기조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MZ세대 중심 테크 노조의 연대 투쟁이 본격적인 충돌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