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도 벤처캐피털도 'A급'만 살아남는다
자금력 약한 중소 VC도 생존기로
“2026년 ‘빈티지’(올해 결성한 펀드)엔 별 기대가 없어요.”
요즘 벤처캐피털(VC)업계에선 올해 결성한 벤처 펀드가 만기를 맞는 8년 뒤 회수 실적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성장펀드 등 정책금융 자금이 시장에 풀린 영향으로 대어급 스타트업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어 시장에 거품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이다.
최근 국민성장펀드가 자금을 투입하는 유니콘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의 몸값이 두 배 넘게 올랐다. 국민성장펀드는 ‘K엔비디아’ 육성 전략의 일환으로 지난 3월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리벨리온에 2500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당시 이 회사는 3조5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4년 말 기업 가치 1조원을 넘긴 것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른 편이다.
지난달 국민성장펀드에서 8000억원을 지원받은 퓨리오사AI를 놓고도 비슷한 평가가 나온다. 이 회사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34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보다 큰 금액을 한 번에 받게 됐다. AI 플랫폼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도 최근 국민성장펀드로부터 5600억원 투자를 유치하면서 2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AI, 로봇 등 일부 분야 우량 스타트업은 투자를 골라 받는 상황”이라며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다른 섹터의 스타트업도 부르는 몸값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벤처 시장에 자금이 풀리고 있지만 대다수 스타트업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스타트업 플랫폼 더브이씨에 따르면 지난 1~4월 국내 VC의 투자 건수는 3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80건)보다 줄어들었다. 이 기간 투자 금액이 1조6910억원에서 3조306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VC들이 일부 대어급 기업에만 뭉칫돈을 넣고 있다는 얘기다.
벤처캐피털업계의 부익부 빈익빈이 한층 심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쩐의 전쟁’이 심화하면 투입 금액이 적고, 교섭력이 떨어지는 중소 VC는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중소 VC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신생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액셀러레이터(AC)와 경쟁한다”며 “VC업계의 생존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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