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학위 따려면 ‘논문 VS 창업’···난도 극악의 밸런스 게임?
최소 59곳 발명·창업·창작 등 실무학위 운영
‘학술 논문’ 획일적 잣대 극복 위한 실험
“논문이 나을 수도” 또다른 성과 압박 우려도

중국에서 학위논문 대신 발명·창업·창작 등의 성과로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한 ‘실무 학위’ 제도를 채택한 대학들이 늘고 있다. 학계의 획일적 평가 기준과 연구 윤리 부정 문제를 해결할 만한 실험으로 평가된다. 다만 획일적 적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10일 펑파이신문은 자체 집계 결과 최소 59개의 대학이 실무 학위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25개 대학은 이 제도를 토대로 첫 석박사 졸업생을 배출했다고 전했다.
실무 학위는 논문 대신 현장에서 사용되는 신제품이나 신기술로 학위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2024년 관련 법이 통과돼, 이듬해부터 대학들이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학원생이 개발한 신기술이나 발명품이 창타이 창장(長江·양쯔강)대교 건설, CR400 고속 열차 등 국책 프로젝트에 채택되거나 창업 이후 국가첨단기술기업으로 인증되거나 수출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경우 ‘성과’로 인정된다. 2025년 9월 하얼빈공업대 재료공학과에서 ‘1호 실무 박사’가 된 중국원자력설계연구원 연구원인 웨이롄펑도 진공 레이저 용접 공정과 관련한 장비 개발이 성과로 인정받았다.
실무 학위 제도는 애초 엘리트 엔지니어 양성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도였지만 문학, 농학 등의 분야로 확대됐다. <인민문학> 등 권위 있는 문예지에 작품을 게재하고 성과로 인정받은 사례도 있다. 지난 5월 화둥사범대 인문학 전공 대학원생 26명이 소설을 포함해 작품으로 학위를 받았다.
난징항공항천대는 학부생의 경우 경진대회 참가, 과학기술 혁신 프로젝트 참여, 유명 학회지 게재 논문 작성, 특허 취득 등 졸업 논문 없이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경로를 다양화했으며, 후난공업대는 혁신과 창업을 평가 기준에 포함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일자리를 창출한 경우도 졸업 논문 작성을 대체할 수 있게 해 줬다.
톈진대는 공식 웹사이트에 “학술 논문이 전문적인 역량을 측정하는 유일한 척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논문 평가 시스템에 기반한 전통적인 교육 모델에서는 학생들이 이론적 혁신에만 치중하고 응용의 가치를 경시하기 쉬운데, 이는 산업계 요구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대학에서 실무학위 제도를 확산하려는 것은 산업계의 요구에 따른 것만은 아니다. 중국 학계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획일적 평가’와 ‘연구윤리 부정’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중국은 인재 유치 전쟁이 치열한 만큼 대학의 학술 성과 압박도 심하다. 가짜 데이터를 이용해 만든 가짜 논문 양성도 국제적 문제가 돼 왔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2014~2024년까지 10년간 철회 논문 목록을 분석한 결과 상위 10개 기관 중 7개 기관이 중국 기관이라고 보도했다. 인도, 에티오피아, 파키스탄이 나머지 기관에 포함됐다.
라오이 베이징대 석좌교수는 지난달 11일 저장성 닝보 동방이공대학에서 ‘중국 과학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중국의 과학 분야 학술 부정행위가 세계 역사상 전례를 찾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폭로했다. 라오 교수는 최고 과학자 등을 호칭하는 ‘원사’, 국가로부터 유망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인 ‘우수청년과학기금’ 등 학술 칭호, 연구비, 승진 체계가 결합한 과학계 성과주의 문화를 원인으로 지목하며 대학과 정부 기관의 엄격한 감독과 처벌을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실무 학위 제도 역시 또 다른 성과 경쟁의 장이 되는 것과 관련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류쉬 난팡과기대 고등교육센터 연구원은 저장성 매체인 차오신문에 “물리학이나 수학과 같은 기초 과목은 이론적 탐구와 연구에 더 많이 의존한다”고 밝혔다. 인민정치협의회의보는 실무 학위 제도가 공정한 평가 보장에 어려움을 초래한다고 언급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차라리 논문을 쓰는 것이 더 쉽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펑파이신문은 전했다. 제1저자로서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거나 제1발명자로서 특허를 받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펑파이신문은 실무 학위 제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논문을 연구 결과로 대체하는 관행은 논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현행 평가 기준에 다른 길이 있다는 것도 보여준다”고 전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6012043005
https://www.khan.co.kr/article/20260530060002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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