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잭팟에 넓어진 K-바이오 영토…하반기 변수는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상반기 역대 최대 규모의 수출 실적을 올리면서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굵직한 대규모 계약이 연달아 성사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기술 수출 규모는 85억6,675만달러(약 13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수출 규모 12조원보다 1조원이나 뛰어넘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지난달 중국 푸싱제약을 상대로 경구용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R1001'을 기술이전한 아리바이오가 47억달러(7조1000억원) 규모를 기록하며 전체 수출 규모를 키웠다.
한미약품과 큐라클·맵틱스(공동개발)도 각각 단장 증후군 치료제 '소네페글루타이드'·망막질환 치료제 'MT-103'을 각각 1조9000억원(일라이릴리)·1조6000억원(메멘토 메디신즈)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오스코텍·제노스코는 공동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세비도플레닙'을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에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하며 상반기 성과에 힘을 보탰다.
올해 2분기 들어 대규모 계약이 줄이어 체결됐고, 단일 후보물질 기술을 수출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통상 조 단위의 큰 수출은 기반기술인 '플랫폼' 중심이었는데, 개별 신약 후보물질로 대규모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고, 빅파마 만이 아닌 다양한 파트너사로 수출 대상이 다변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구권 제약사들은 자체개발한 물질을 실을 수 있는 신뢰도 높은 플랫폼과 병용물질이 필요해 K바이오를 활용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빅파마향 뿐 아니라 뉴코(NewCo) 같은 다양한 기술 거래가 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추가 기술수출이 예상되는 가운데 오는 22일부터는 미국 샌디에고에서 '바이오USA'가 열린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박람회로, 국내외 바이오 산업 관계자가 한 곳에 모이는 만큼 글로벌 성과가 두드러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번 바이오USA에선 항암분야 차세대 기술인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유력 기술수출 후보군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반기 ADC 기술수출 가능성이 높은 회사로는 국내 기업 가운데 리가켐바이오가 꼽힌다.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ADC 플랫폼 '콘주올'을 기반으로 한 표적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이중항체 ADC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자회사 네옥바이오를 통해 이중항체 ADC 파이프라인 ABL206과 ABL209의 미국 임상 1상 첫 환자 투약을 시작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역대급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주가에서는 빛을 발하기 못하고 있다. 초대형 호재인 기술 수출 소식도 수급 문제로 주가 상승폭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기술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안정적인 산업 구조를 바탕으로 주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실적을 보면 K바이오의 체급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바이오USA를 기점으로 추가 기술수출 달성이 가시화되면 바이오 주가가 재평가받을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수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