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촉진하나”···예매 쉽잖은데 티켓 한도 ‘ID당 49장’ 설정한 서울국제도서전
530여개 출판사 참여, 은희경·김애란 등 주제 강연
행사 인기에 작년 이어 올해도 티켓 판매 잡음

서울국제도서전이 질문하는 인간, ‘호모 두두리’를 호명하며 돌아왔다. 도서전은 인공지능(AI)의 안전한 대답을 거부하고 질문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인간의 역할을 조명한다. 국내 최대 책 축제답게 올해도 530여곳의 출판사 등이 참여해 다양한 도서를 선보인다. ‘텍스트힙’ 열풍에 인기가 높아지면서 올해도 입장권 예매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인간선언 Homo duduri(호모 두두리)’이다. 소설가 김연수가 AI ‘클로드 소네트 4.6’, ‘제미나이3’과 공동 작성한 주제문에 따르면 두두리는 한국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로 도깨비의 원형이며, 대장장이의 옛 이름이다. 불은 나무로 된 두두리의 몸을 태워버릴 수도 있는 두려운 대상이지만 두두리는 불 앞에서 달아나지 않고 불을 응시한다. 두두리에게는 불을 다루는 슬기가 있기 때문이다.
도서전은 불과 두두리의 관계를 AI와 인간에 비유한다. 인간은 AI를 다룰 슬기가 있는가. 그리고 “안전한 대답을 거부하고 새로운 불을 응시하며 영혼의 대장간에서 더 큰 질문을 벼려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자”를 호모 두두리라 명명한다.

김연수는 인터넷 도서관 프로젝트 구텐베르크(Project Gutenberg)에서 인간 존재를 깊이 탐구한 고전 10편을 선정해 AI에 학습시키고 AI와 대화하며 주제문을 완성했다. 이러한 주제문 작성 과정은 도서전 특별 기획도서 <리미티드 에디션>에 담겼다. 해당 책은 도서전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다.
소설가 은희경·김애란 등이 참여해 문학적 관점에서 인간과 AI를 성찰하는 ‘주제 강연’도 열린다. AI 시대의 인간을 생각하는 ‘주제 세미나’에선 뇌과학자 장동선,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배우 김신록 등이 나와 대담을 나눈다.
올해 도서전에는 총 18개국 530여개 출판사와 출판 관련 단체, 저작권 에이전시 등이 참여한다. 주빈국은 프랑스다. 베르나르 베르나르, 그림책 작가 안느 라발,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 등 프랑스 작가 12명이 참여한다.

지난해에는 ‘얼리버드 티켓’ 예매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현장 판매분이 소진돼 논란이 일었다. 현장에서 표를 구매해 입장하려던 이들이 항의했고 도서전 사무국은 진행 미숙을 사과한 바 있다. 올해는 얼리버드 티켓, 일반 티켓, 당일 티켓의 세 갈래로 나눠 입장권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에도 얼리버드 티켓(오는 12일까지 구매 가능) 판매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판매 첫날인 지난 8일 입장권 구매자가 몰리며 구매 대기 시간이 과도하게 길어졌고, 한때 대기자가 3만명대까지 근접했다. 한 아이디 당 표를 49매까지 구매할 수 있게 한 것도 ‘사재기’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서울국제도서전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항의 댓글이 100개 넘게 달렸다. SNS에는 ‘얼리버드 등 티켓 수량을 정확히 공개해 달라’, ‘네이버가 아닌 전문 티켓 예매 사이트를 활용해 달라’, ‘ID 당 예매 가능한 표를 2~4매로 제한해 달라’는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도서전을 운영하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측은 올해 예매 방식에 대해 “얼리버드는 판매 촉진을 위한 제도로 티켓이 금방 마감되는 행사에서는 없어도 되는 제도이나 관람객 할인 혜택 제공을 위해 아직 유지하고 있다”며 지난해 사전 예매 매진 사태에 따른 “(제도) 개선을 위해 올해 얼리, 일반, 현장 판매까지 모두 운영하다 보니 (각각의) 티켓 수량이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문제 해결 방안을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출판계 일각에선 100매 한정으로 판매한 ‘두두리 패키지’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6만6000원에 판매된 해당 패키지는 뱃지와 에코백 등 도서전 공식 굿즈와 5일간 무제한 입장이 가능한 ‘두두리 패스’를 제공한다. 두두리 패스 사용자는 별도의 대기 줄을 서지 않고 바로 입장이 가능한데, 이것이 놀이공원의 ‘매직패스’와 닮았다는 지적이다. 매직패스는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대신 입장을 위한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제도로 돈을 이용한 일종의 ‘새치기’라는 논란이 있었다. 도서전 역시 주말 등에는 입장을 위해 방문객들이 긴 줄을 선다.
도서전은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A홀과 B1홀에서 열린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광주 첨단3지구’에 15만평 사실상 확정···앰코도 증설
- “6.3 지방선거 출구조사, 서울·대구 등 4곳 분석 데이터 오류 있었다”
- 한성숙, 본인·모친 재산 250억원 신고···주택 2채·오피스텔 등 보유
- “휴대전화 비밀번호 모른다”…임성근 ‘국회 위증 혐의’도 1심 실형
- ‘월 15만원’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 강원 화천 등 7개 더 추가된다
- 이용자 1170만명 인터넷 사용 기록 무단 수집한 쿠팡···‘납치 광고’도 도마에
- 제주 전통시장서 수학여행 온 학생들 추행·폭행 50대 현행범 체포
- “지금 깃발 못 꽂으면 끝 ‘풀대출 자가’ 선택”···올해 서울 아파트 매수자 절반이 ‘30대’
- “수능 부정행위 막겠다더니 전국 인터넷 마비”…튀니지의 극단 처방
- 침대축구·꼼수 작전지시 더는 안 통한다···FIFA, 월드컵 규정 대폭 손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