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캐나다서 '북미 공급망' 세일즈…경영 명분 강화하나

민지형 기자 2026. 6.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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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지역 공급망 협력의 연결고리 역할 구상
사업 미래비전 강조하며 경영권 강화 포석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캐나다 '한-캐나다 에너지 자원 공급망 협력 포럼'에서 연사로 나선 모습. 고려아연 제공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캐나다에서 '북미 핵심광물 공급망' 세일즈를 펼쳤다. 미국 통합 제련소 건설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앞세워 한국과 캐나다, 나아가 북미 지역 공급망 협력의 핵심 연결고리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3년째 이어지고 있는 경영권 다툼에서 방어 명분을 두텁게 다지려는 행보로도 비친다.

10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최 회장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캐나다 방문에 맞춰 민관합동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지난 2일 현지를 찾았다. 최 회장은 이날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한-캐나다 에너지 자원 공급망 협력 포럼'에서 캐나다 정부와 광산업계 관계자를 만나 북미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가 전면에 내세운 미국 제련소 사업 프로젝트 크루서블은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함께 약 11조 원을 투자해 추진하는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구리와 은,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미국이 전략적으로 관리하는 핵심광물과 반도체용 황산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2030년 상업 생산이 목표다.
최 회장은 "고려아연이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연결하는 핵심 파트너 역할을 하겠다"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잔재물 재처리를 제시했다. 그는 "캐나다에서 발생하는 고품위 제련 잔재물을 처리해 유가금속을 추가로 회수하면 자원 활용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며 "단순한 폐기물 처리를 넘어 한국과 캐나다가 함께 만드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 해외 일정은 올 들어 잦아졌다.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핵심광물 공급망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고, 2월에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에너지기구(IEA) 각료이사회의 핵심광물 공급망 세션에서 캐나다 에너지천연자원부 장관과 공동의장을 맡았다. 국내 기업인 중 유일하게 2회 연속 IEA 각료이사회에 초청된 데 이어 의장직까지 수행한 것이다.
그의 글로벌 행보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맞닿아 더욱 관심이 쏠린다.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 자체가 분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기도 하다. 영풍과 MBK는 미국 제련소 건설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합작사에 19억 달러 규모의 신주를 발행해 지분 10%를 넘기는 방안이 자신들의 지분을 희석하고 최 회장 지배력을 굳힌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캐나다와 미국을 잇는 공급망 구상은 최 회장의 사업 비전인 동시에 신주 발행과 경영권 방어에 명분을 제공하는 성격을 함께 지닌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최 회장의 경영에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영풍·MBK가 맺은 경영협력계약의 콜옵션이 오는 10월 행사될 수 있다. 최 회장 움직임이 경영권 방어와 연결된다는 시선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2024년 9월 영풍과 장형진 고문, MBK 측 특수목적법인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체결한 계약에서 MBK는 영풍이 보유한 지분 일부에 대해 콜옵션을 부여받았다. 시장에서는 공개매수가격이 오를수록 콜옵션 행사가격이 낮아져 MBK가 영풍 지분을 저가에 인수하는 구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고려아연 계열사 KZ정밀은 이를 배임으로 보고 장형진 고문 등을 상대로 9300억 원대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콜옵션으로 취득 가능한 물량은 약 257만 주, 지분율로는 약 12%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르면 올 10월(공개매수 완료 2년 또는 이사회 과반 확보 중 앞선 날) MBK는 영풍 지분 일부를 현 주가보다 한참 낮은 가격에 사들일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1심과 항고심에서 모두 계약서 제출을 명령했지만, 장형진 고문 측은 영업비밀 침해를 이유로 재항고에 나서면서 여전히 계약서는 베일에 쌓인 상태다.

앞서 대법원은 4월 2일 영풍의 최종 항고를 기각하며 1·2·3심 모두 고려아연의 의결권 제한 조치가 적법함을 확인했다. 배임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경영진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법리적인 측면에서는 최 회장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정황상 최 회장에 마냥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은 지켰지만 이사회 구도가 11대 4에서 9대 5로 좁혀졌고,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최 회장 측 후보에 찬성표를 던지지 않은 바 있다. MBK·영풍 연합은 합쳐서 의결권 지분 41% 이상을 여전히 쥐고 있다.

재계에서는 분쟁의 최종 승부처를 내년 봄 정기주총으로 본다. 고려아연 정기주총은 통상 3월에 열린다. 이번 주총은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 만료가 걸려 있어 비중이 한층 크다는 관측이다. 양측 모두 지분 과반 확보에 실패한 상황에서 최윤범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정기주총이 실질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립을 지켜온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결국 6월 캐나다 세일즈로 명분을 쌓고, 10월 콜옵션 행사와 계약서 공개 여부에 따라 분쟁의 양상이 출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때(콜옵션 행사 시점부터)부터 내년 3월 주총까지 약 반년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지형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