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이 만든 '왁뿌 소금빵' 열풍, 자영업자들만 더 지친다

이시호 인턴기자 2026. 6.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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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초콜릿 코팅 깨뜨리는 쾌감 입소문
SNS 알고리즘 타고 폭발적인 검색량 증가
자극적인 음식 트렌드에 젊은 소비자 피곤
울며 겨자 먹기로 신제품 좇는 동네 카페들
왁뿌 소금빵을 부수며 그 소리를 즐기는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영상. SNS 갈무리

장난감에서 시작된 '왁뿌(왁스 뿌시기)' 열풍이 디저트 시장까지 번지며 전국 카페가 경쟁적으로 신메뉴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유행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면서 소비자들은 "맛보기도 전에 끝난다"는 피로감을 호소하고, 자영업자들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SNS 트렌드를 쫓아야 하는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숏폼이 만든 초단기 유행이 새로운 소비문화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외식업계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SNS 숏폼 콘텐츠를 중심으로 '왁뿌볼'이 큰 인기를 끌었다. 왁뿌볼은 겉면의 단단한 왁스 코팅을 깨뜨릴 때 나는 경쾌한 파열음과 특유의 쫀득한 촉감을 즐기는 완구다.

이를 디저트에 접목한 것이 바로 '왁뿌 소금빵'이다. 빵 속에 크림과 과일을 듬뿍 채운 뒤 겉을 초콜릿으로 두껍게 코팅한 디저트로, 먹기 전 초콜릿을 '와그작' 깨뜨리는 시청각적 재미가 특징이다.
최근 1개월 간 네이버 내 '왁뿌 소금빵' 검색어트렌드. 조회기간 내 최다 검색량을 '100'으로 설정한다. 네이버 데이터랩 캡쳐

SNS 영상 타고 전국 유행…"3시간이면 전량 소진"
실제 반응도 뜨겁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깨뜨려 먹는 왁뿌 소금빵', '우리 동네 왁뿌 소금빵 상륙' 등의 후기 영상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통계에 따르면 왁뿌 소금빵 검색량은 지난달 14일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소리와 촉감이라는 '콘텐츠적 재미'가 숏폼 알고리즘을 타며 전국적인 유행으로 번진 셈이다.

광주지역 카페들도 발 빠르게 트렌드에 탑승했다. 광주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양모(37)씨는 "아직 광주에서는 유행 초기 단계라 하루 최대 20개 정도만 한정 생산하고 있는데, 낮 12시30분에서 1시 사이에 빵이 나오면 늦어도 오후 4시 전에는 전량 품절된다"며 "손님 대부분이 SNS 영상을 보고 찾아오신다"고 설명했다.
왁뿌 소금빵의 유행을 소개하는 게시물. SNS 갈무리

"맛보기도 전에 유행 끝" 소비자의 피로감
하지만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자극적인 트렌드 속에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점차 피로감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소 유행하는 디저트를 즐겨 찾는다는 장모(24)씨는 "요즘은 유행 주기가 너무 짧아 미처 맛보기도 전에 끝나버릴 때가 많아 아쉽다"며 "두쫀쿠 이후로 변화 속도가 훨씬 빨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디저트 본연의 퀄리티보다는 오직 SNS에서 어떻게 '반짝' 인기를 끌지에만 몰두하는 느낌"이라며 "카페들도 유행이라면 일단 무작정 따라 만들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도 호기심에 한 번 맛보고 마는 일회성 소비로 전락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초단기 유행 쫓아가는 상인들 "압박감 한계 달해"
실제 제품을 만들어 파는 상인들의 고충은 더욱 깊다. 숏폼이 주도하는 기형적인 초단기 유행을 쫓아가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피로감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동명동 카페 사장 양씨는 "SNS를 통해 손님이 유입되는 구조다 보니 그 안의 유행에 극도로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며 "인근 카페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억지로라도 유행을 따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어 "유행하는 디저트가 있어야 손님들이 찾아온다는 것을 확실히 체감한 터라, 신메뉴 개발에 대한 부담이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북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추모(28)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그는 "주로 수도권에서 형성된 디저트 유행이 지방으로 퍼지다 보니 서울 유명 카페들의 신메뉴를 매일같이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메뉴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골치 아프지만, 상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울며 겨자 먹기로라도 유행에 편승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씁쓸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