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마지막 퍼즐… 용인반도체고가 답하다

강한수 기자 2026. 6.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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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칭)용인반도체고등학교 조감도. 용인교육지원청 제공


용인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흥 삼성전자 연구개발단지에서 이동·남사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원삼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L자형 반도체 벨트’가 용인을 중심으로 구축되고 있다. 이동·남사와 원삼 클러스터에 예정된 민간 투자 규모만 482조원에 달하며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집중된 민간 투자 총액은 622조원에 이른다.

최첨단 생산시설과 글로벌 기업, 수많은 협력업체가 모여들고 있지만 산업계는 또 다른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숙련된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622조원 규모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이끌 미래 인재를 어디서, 어떻게 키울 것인가’. (가칭)용인반도체고등학교의 출발은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622조원 규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핵심 과제인 인재 양성 문제를 조명하고 용인반도체고가 제시하는 새로운 교육·산업 연계 모델을 들여다본다.

경기 광주시 광주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이론 수업을 받고 있다. 용인교육지원청 제공


■ 반도체 도시 용인, 인재 양성의 숙제
반도체 산업은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로봇, 국방산업 등 미래 산업 성장과 함께 인력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 전망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 규모는 2024년 약 5만1천명에서 2030년 약 10만7천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공정 운영과 장비 유지보수 등 생산 현장을 책임지는 기술인력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시간이다.

용인 이동·남사지역의 삼성전자 클러스터와 원삼지역의 SK하이닉스 클러스터는 2027년 이후 본격 가동 단계에 들어설 예정이다. 반면 용인반도체고 설립부터 첫 졸업생 배출까지는 최소 3~4년이 소요된다.

산업계에서는 지금 인력 양성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2030년대 초반 대규모 생산시설 가동 시점에 핵심 인력 수급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적 불균형이다. 수요는 경기권에 집중(경기권 산업 비중 77.1%)돼 있지만 교육 공급(마이스터고 학생 비중 6.3%)은 다른 권역에 분산된 구조가 지속돼 온 것이다.

용인반도체고는 이러한 산업 수요와 교육 공급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한 첫 시도다.

성남시 수정구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학생들이 클린룸에서 실습하고 있는 모습. 용인교육지원청 제공


■ 설계보다 중요한 생산 현장의 힘
반도체 산업은 설계와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실제 생산 현장의 핵심은 공정 운영과 장비 유지보수 인력이다.

클린룸에서 생산 공정을 관리하고 노광기·식각기·증착장비 등 핵심 설비를 운영하며 장비 이상 발생 시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술인력이 생산 경쟁력을 좌우한다.

업계에서는 신규 인력이 현장에 즉시 투입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추가 교육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학 전기·전자·화학공학 계열 졸업생들 역시 FAB 현장 적응을 위해 별도의 실무 교육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도체 공정 특성상 실제 생산설비와 유사한 교육 환경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존 교육과 산업 현장 사이에서는 일정한 간극이 존재해 왔다.

용인반도체고는 이러한 현장 수요와 교육 공급 간 격차를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경기 광주시 광주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이 클린룸에서 실습하고 있다. 용인교육지원청 제공


■ 공정부터 취업까지, 현장 품은 교육과정
용인반도체고는 2027년 3월 반도체 특성화고로 개교한 뒤 2028년 3월 마이스터고로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는 반도체제조공정과와 반도체장비과 등 2개 학과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반도체제조공정과는 공정 운영, 품질 관리, 수율 관리 중심의 실무형 FAB 엔지니어 양성을 목표로 한다. 반도체장비과는 장비 설치, 유지보수, 기술 지원 분야의 장비 엔지니어 양성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반도체 8대 공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전공정 실습 중심 교육체계 구축이 핵심이다. 여기에 AI 데이터 활용 역량과 공정 데이터 분석 능력을 접목해 미래 산업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추진한다.

교육과정은 학년별 성장 단계에 맞춰 운영된다. 1학년은 반도체 기초 소양과 직업기초능력, 외국어 역량을 강화하고 2학년은 전공 심화 교육과 자격증 취득과정을 진행한다. 3학년은 기업 맞춤형 교육과 현장실습을 통해 취업 연계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성남시 수정구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학생들이 클린룸에서 실습하고 있는 모습. 용인교육지원청 제공


■ 기업과 함께 만드는 인재 공급망
용인반도체고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과 취업을 분리하지 않고 산업계 수요를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반영했다는 점이다.

학교 설립 추진 과정에서 국내외 52개 기업이 협력 의사를 밝히고 교육과정 개발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확보된 채용 약정 인원은 109명이다. 이는 단순한 취업 연계를 넘어 수요 기업이 먼저 참여해 인재 양성 체계를 함께 설계한 구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교육과정 설계 단계부터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핵심 직무 역량을 반영해 왔다”며 “우수한 졸업생이 배출될 경우 적극적인 채용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도 “반도체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은 기초 실무 역량과 협업 능력을 갖추게 돼 현장 적응 기간을 단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인 협력 의지를 드러냈다.

반도체 장비 기업 저스템 역시 향후 생산시설 확장에 맞춰 졸업생 우선 채용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수의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인력 수요 확대를 전망하고 있다.

2027년 3월 개교를 앞둔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남곡분교장 부지에서 용인반도체고등학교 신설 공사가 진행 중인 모습. 용인교육지원청 제공


■ 결국 사람,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용인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클러스터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기업, 연구개발시설, 산업단지 등 산업 생태계가 집중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산업시설과 교육기관이 같은 지역 안에서 연결될 경우 학생들은 졸업 후 지역 내 취업과 경력 성장을 이어갈 수 있고 기업은 안정적인 인재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물론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반도체 기술 변화 속도에 맞춘 교육과정의 지속적 개편, 현장 경험을 갖춘 교원 확보, 첨단 실습장비 구축과 유지·보수 체계 마련 등은 꾸준히 점검해야 하는 부분이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용인반도체고를 통해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한 인재가 지역 산업의 핵심 인재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용인반도체고는 단순히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학교가 아니라 지역의 전략산업과 교육을 연결하는 새로운 인재 양성 모델”이라며 “산업 현장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교육과정에 충실히 반영하고 학생들이 지역에서 배우고 성장해 다시 지역 산업을 이끄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용인교육지원청은 기업, 지자체, 지역사회와 함께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이끌 인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강한수 기자 hskang@kyeonggi.com
박소민 기자 so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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