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페루 대선 초박빙, 좌파 산체스-우파 후지모리 피말리는 접전

박영서 2026. 6.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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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수도 리마에서 로베르토 산체스 후보 지지자들이 숨죽인 채 개표 상황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페루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피말리는 초접전 양상입니다. 좌파 로베르토 산체스(57) '함께하는 페루' 후보와 우파 케이코 후지모리(51) '민중의힘' 후보는 개표 막판까지 불과 수만 표 차이의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산체스 후보는 농민과 저소득층의 지지를, 후지모리는 도시 중산층과 보수층의 지지를 기반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권 선택을 넘어 페루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누가 승리하더라도 앞날은 순탄치 않을 전망입니다. 극심한 정치적 분열, 만성적인 정국 불안이라는 난제를 마주해야 합니다.

페루21 등 페루 현지 언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개표율 96% 기준 산체스 후보가 50.06% 득표율로 후지모리 후보(49.95%)를 앞서고 있습니다. 불과 2만여 표 차이입니다. 아직 해외 투표와 일부 농촌지역 표가 남아 있습니다. 해외 투표는 전통적으로 우파에 유리해 개표가 모두 끝날 때까지 결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앞서 투표 직후 발표된 출구조사에선 후지모리 후보가 1%포인트 내외로 앞섰고, 그는 개표 초반에서도 선두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산체스 후보의 텃밭인 농촌과 내륙 산악지대 표가 본격적으로 집계되기 시작하면서 선거 판세가 뒤바뀌었습니다. 격차는 빠르게 좁혀졌고, 개표율 93.9% 시점에서 산체스 후보는 역전을 이뤄냈습니다.

최종 당선인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전망입니다. 그레시아 렌테리아 페루국가선거심판원 대변인은 공개 재검표와 이의 신청 심사 가능성을 언급하며 "결선투표 결과는 7월 중순에나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도 개표 및 검증 작업이 7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1년 대선 때도 초접전 끝에 결선투표 43일 만에 당선인이 확정된 바 있습니다. 지난 4월 대선 1차 투표 역시 결선투표 진출자를 가리는 데만 한 달이 걸렸습니다.

산체스 후보는 5년 전 대선에서 후지모리 후보에게 패배를 안긴 페드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평가받습니다. 그는 카스티요 정부에서 통상관광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대선 첫 도전인 그는 선거운동 내내 카스티요 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챙 넓은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다녔습니다. 그는 부의 공정한 재분배를 위해 페루의 친시장적인 현행 헌법을 개정하고, 광업과 농업 등 핵심경제 영역에서 국가의 역할을 확대해 사회적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 사면도 제안했습니다. 이 같은 공약은 대도시 중심의 성장에서 소외됐다고 느껴온 농촌 유권자들의 호응을 얻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우려를 키웠습니다.

후지모리 후보는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1990~2000년 재임)의 딸이자 정치적 후계자입니다. 2011년, 2016년, 2021년 대선에 도전했으나 상대 후보에게 적은 표 차로 패배했지요. 대선 4수째인 그는 고질적인 치안 불안에 시달리는 페루에서 강력한 치안 정책과 함께 미국, 아르헨티나, 칠레, 에콰도르의 보수 지도자들과의 우파 연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선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데다 두 후보 모두 과거 정치 세력을 연상시키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승자와 무관하게 사회적 분열과 정치적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실제로 페루는 지난 10년간 임시 대통령을 포함해 9명의 대통령이 들어서는 등 극심한 정국 불안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대통령 3명이 의회에 의해 축출됐습니다. 정치 불신이 깊어지면서 지난 대선에서도 전체 유권자의 4분의 1이 넘는 650만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조마리 버트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정치적 혼란과 대립은 계속될 수 있다"면서 "향후 5년 역시 쉽지 않은 통치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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