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름 딴 암호화폐로 23억달러 수익, 투자자들은 빈손
트럼프 쪽은 자본 투자없이 이름만으로 수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한 이후 그 일가는 암호화폐 사업으로 23억달러를 벌었으나, 투자자들은 23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를 앞둔 지난 2025년 1월 암호화폐 열풍 속에서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에 사는 파티메 엘그다위는 ‘트럼프’ 토큰 출시를 알리는 홍보를 접했다. 트럼프가 직접 “지금 당장 $트럼프를 사라”고 선전했다. 엘그다위는 2천달러를 투자했다. 트럼프가 자신의 이름을 건 ‘오피셜 트럼프’ 밈코인에 신뢰를 준 것이다. 토큰은 2025년 1월 출시 직후 최고가 75달러(코인마켓캡)에서 내리막길로 치달았다. 97%가 하락해, 5월 말 현재 2천달러를 투자한 그의 $트럼프 토큰 가치는 120달러 미만이다.
9일 로이터의 탐사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일가는 2024년 11월 대선 이후부터 2026년 4월까지 암호화폐 관련 4개 사업인 $트럼프,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아메리칸 비트코인’, 그리고 ‘알트(ALT)5 시그마’로 23억달러를 벌어들였으나, 투자자들은 그만큼의 손실을 봤다.
$트럼프는 실제 사업이나 수익에 연동되지 않은 밈코인이다. 소셜미디어와 유명인에 의존하는 투기적 토큰이다. 이 토큰 물량의 80%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계열사 2개가 보유하고, 일반 투자자들이 나머지 물량을 구매했다. 트럼프 가문은 자신들의 돈은 거의 투자하지 않고 토큰 판매 수익으로 약 6억1600만달러를 챙겼다. 반면 외부 투자자들은 약 7억달러를 손해봤다.
월드리버티파이낸셜은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 중 가장 많은 수익을 냈다. 트럼프의 아들 3명, 트럼프의 사업 친구인 중동 특사 스티브 윗코프와 그의 두 아들 등이 공동창업자인 월드리버티는 지분의 60% 소유한 트럼프 일가에 14억달러 이상을 안겨줬다. 2024년 9월에 설립된 이 회사가 발행한 토큰(WLFI)은 처음에 별 주목을 끌지못하다가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자, 중국계 가상자산 억만장자 저스틴 선 등이 매입하면서 가치가 부풀려졌다. 트럼프 쪽은 판매수익의 75%를 챙기는 구조로 대박이 났다. 하지만, 거래소에서 토큰을 구매한 투자자들은 2025년 9월 고점 대비 87% 하락한 가격으로 6억74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월드리버티 토큰 가격 부풀리기에 결정적 도움을 줬던 저스틴 선은 증권거래위가 제기한 거래량 조작 소송에서 벌금 납부 조건으로 합의하고 법원이 승인해 사건을 종결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설립자 자오창펑도 월드리버티가 2025년 4월 출시한 스테이블코인 ‘USD1’에 20억달러를 투자하고는, 자금세탁혐의 등과 관련한 소송을 증권거래위로부터 취하를 받아냈다.
나스닥 상장사인 알트5시그마는 지난해 8월 월드리버티 토큰을 15억달러나 구매해, 가격 부풀리기에 가세했다. 이 과정에서 월드리버티의 수익금 75%인 5억달러가 트럼프 일가로 갔다. 알트5시그마는 트럼프 일가와 사업한다는 소식에 주가는 폭등해, 그 해 8월8일 8.97달러로 올랐다. 그러나, 10개월 사이 주가는 93% 폭락했다. ‘에이아이(AI) 파이낸셜’로 이름을 바꾼 알트5시그마는 9일 현재 15영업일 이내에 주가를 올리지 못하면 나스닥 지수에서 상장폐지될 수 있다.
트럼프의 아들 형제 쪽이 20% 지분을 가진 ‘아메리칸 비트코인’은 비트코인 채굴 사업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주가는 출시 당시인 지난해 9월 11달러에서 지난 4월 말 1.15달러로 폭락했다.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었으나, 차남 에릭 트럼프가 현금 투자없이 획득한 지분 9%의 가치는 여전히 7천만달러 이상이다.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페 사업에서 직접 투자를 거의 하지않아 자본위험을 최소한하면서 트럼프라는 이름에 기대어 수익을 올렸다는 공통점이 있다. 로이터는 “트럼프의 암호화폐 각본에서, 가족은 항상 이기나, 투자자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산은 자녀들이 관리하는 신탁에 맡겨져 있어 이해충돌은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미국 국민 이익을 위해 행동해 왔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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