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은 눈 다시 젊어질까…'세포 회춘' 세계 첫 임상 시작

인류의 오랜 과제인 '노화'를 정복하는 첫 걸음이 시작됐다.
미국의 한 환자가 9일(현지시간) 손상된 눈 세포를 되살리는 치료를 받았다. 세포를 초기화하는 유전자 치료법 임상 시험의 첫 참가자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생명과학 기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가 이번 임상을 진행한다. 역노화 연구 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학자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창업한 회사다. 세포 초기화나 노화 역전 관련 임상 시험이 진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상 내용을 이해하려면 이번 연구의 핵심 개념인 '세포 재프로그래밍'을 알아야 한다.
컴퓨터도 아니고…세포 초기화 후 다시 프로그래밍?
2006년 일본 교토대 재생의학연구소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는 획기적인 발견을 했다. 성체 세포를 완전히 리셋하는 기술이었다.
배아줄기세포는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 세포다. 이 세포에 특정 역할이 부여되면 혈액세포, 피부 세포, 지방세포 등으로 분화할 수 있다.
그런데 야마나카 교수는 특정 유전자 4종류를 주입하면 이미 분화한 성체세포를 다시 배아줄기세포와 유사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발견으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야마나카 교수의 발견을 토대로 후대 과학자들은 수명을 연장하거나 세포 재생 능력을 끌어올리는 연구를 진행했다. 야마나카 유전자 4종 중 3종만 주입하면 세포가 완전히 초기화되는 것이 아니라 원래 기능을 유지하면서 나이만 젊어지는 효과가 나타났던 것이다.
"노인이 역기 든다고 청년 되나"
세포 재프로그래밍 기술을 가장 먼저 적용할 수 있는 장기로는 '눈'이 꼽힌다.
눈은 우리 몸에서 대사가 가장 활발하고 구조가 복잡하다. 물체를 보는 기능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망막 세포는 재생 능력이 없어 노화에 매우 취약하다.
이중에서 녹내장은 실명을 부르는 대표적인 안과 질환이다. 눈에서 뇌로 시각 정보를 전달하는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지만 현재 치료는 안압을 낮춰 진행을 늦추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되살리는 치료법은 아직 없다.
이런 한계를 감안, 그간 의학계는 눈의 노화는 되돌리기가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왔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노화한 망막신경절세포를 다시 젊게 만들어 시신경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처음 시험하기 때문이다.
싱클레어 교수는 2020년 노화로 시력을 잃은 생쥐와 녹내장을 앓는 생쥐의 시신경을 재생해 시력 회복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탄력을 받은 그는 인체 대상 실험도 진행하게 됐다.
싱클레어 교수와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 연구팀은 이번 임상에서 총 12명의 녹내장 환자들의 망막 세포를 재생할 계획이다. 추적 관찰은 최소 5년간 이어진다.
일단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사전 연구에서는 별다른 부작용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호주 멜버른 안과연구소의 피트 윌리엄스 박사는 "나이 든 노인이 훈련을 통해 힘이 세졌다고 해서 그가 다시 젊음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이번 임상 시험이 성공한다면 안과 질환 치료에 굉장한 진전이 있겠지만, 회춘으로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전했다.
반면 이준원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눈은 뇌와 연결된 중추신경계의 일부다. 노화를 되돌리는 치료의 효과를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기"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안구 회춘 개념을 이용한 안과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싱클레어 교수와 협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안구 세포에서 회춘이 성공하면 향후 심장, 간 등 다른 주요 장기의 노화를 정복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자원 기자 (jang@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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