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못 내고 자격시험도 못 볼 판" 시위대에 막힌 체육단체 업무 '올스톱'
체육지도자 자격증 시험도 차질
"일터를 돌려달라" 호소문 발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시위대가 서울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개표소를 엿새째 봉쇄하면서, 경기장에 사무실을 둔 체육단체들이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당장 세금 납부도 못 하고, 각종 자격증 시험에도 차질이 생겼다.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체육회 산하 대한핸드볼협회, 대한펜싱협회, 대한당구협회 등 9개 단체와 대한수중핀협회 등 사단법인 3개 단체는 10일 오전 8시쯤 경기장 2-1 출입구로 경찰과 함께 접근해 시위대에 내부 진입 의사를 밝혔다. 체육회와 시위대는 체육회 직원 한 명이 경찰·시위 참가자 각각 한 명과 동행하는 조건으로 사무실에 들어가 노트북 등 사무 물품을 챙겨 나오기로 의견을 모아 갔다.
그러나 시위대 일부가 "노트북 안에 선관위 자료가 들어있을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해 끝내 무산됐다. 시위대는 체육회 측에 반출할 물품 목록을 요구하면서 체육회 직원들이 경기장에서 갖고 나온 물품을 해당 목록과 비교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오전 11시쯤에는 단체 측 3명과 시위 참가자 4명이 함께 들어가는 조건으로 합의했지만, 시위대가 개인정보가 담긴 자료까지 영상으로 촬영해야 한다고 요구해 또다시 결렬됐다.

체육단체들은 업무 마비를 호소하고 있다. 체육회 관계자는 "오늘까지 부가세와 원천세를 납부해야 하는데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해 내일부터 체육단체들이 가산세를 물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일부 종목 단체는 아시안게임 준비를 위해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 중인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 감독들에게 급여를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종 자격증 시험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13일에는 건강운동관리사 필기시험이 예정돼 있다. 같은 날 아이스하키 스포츠지도사 자격증 시험 장소는 개표소 바로 옆 우리금융아트홀에서 올림픽회관 신관으로 급히 변경됐다.
체육회 관계자는 "이번 달에 체육지도자 자격증 시험이 몰려 있다"며 "이 시험을 위해 짧게는 1년, 길게는 수년을 공부하는 분들이 계신데 자료를 갖고 나오지 못해 시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우리가 우리 사무실에 들어가는 건데 왜 욕을 먹는지 모르겠다"며 "선거관리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대체 뭘 하고 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핸드볼경기장 입주 체육단체는 호소문을 내고 "각종 대회와 사업이 전부 중단됐다. 세금도 납부하지 못하고 선수와 지도자에게 지급해야 할 수당도 묶여 있다"며 "우리의 일터를 돌려달라"고 밝혔다. 체육단체들은 11일 오전 9시 30분 개표소를 다시 찾아 진입을 시도할 예정이다.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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