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체코 비교해보니…피지컬은 체코, 기술 경험 환경은 한국 우위[여기는 과달라하라]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16강을 꿈꾸는 홍명보호의 첫 경기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한국이 조별리그라는 첫 관문을 순탄하게 통과하려면 12일 오전 11시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체코와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승리해야 한다. 역대 월드컵 도전사를 살펴보면 최소한 비기거나 이겨야 16강에 올랐다.
그런데 운명이 걸린 한국의 첫 경기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영국의 ‘가디언’과 카타르의 ‘알자지라’가 한국의 승리에 무게를 둔 반면 미국의 ‘디애슬레틱’은 한국의 전술 혼란을 지적하면서 체코를 두둔했다.
심지어 스포츠통계업체 ‘옵타’는 최근 1주일 사이 슈퍼컴퓨터로 분석한 12일 한국과 체코의 전망을 조정하기도 했다.
두 나라가 난형난제의 전력을 갖췄다는 의미일지 모른다.

■피지컬은 체코…190㎝ 넘는 선수만 10명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5위인 한국이 41위의 체코를 쉽게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는 원인은 역시 ‘피지컬’에 있다.
체코는 이번 월드컵에 참가하는 26명의 선수 가운데 190㎝를 넘는 장신 선수만 10명에 달한다. 한국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와 이한범(미트윌란)이 190㎝의 장신이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큰 키로 볼 수 없다.
체코가 자랑하는 무기도 큰 기를 살린 선 굵은 축구다. 프리킥과 코너킥 등 세트피스 뿐만 아니라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에 이은 고공 폭격으로 유럽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20년 만에 본선에 올랐다. 덴마크에서 3년째 뛰고 있는 이한범은 “플레이오프에서 체코를 상대한 덴마크 축구대표팀 친구들은 체코가 공을 (페널티지역에) 때려넣고 세컨볼 싸움을 한다고 했다”고 떠올렸다.
체코를 직접 상대한 선수들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였던 기성용(포항)은 최근 한 방송에서 “(자신이 마지막으로 참가한) 2018 러시아 월드컵 첫 경기였던 스웨덴전(0-1 패)도 세트피스 때마다 불안했다. 체코를 상대하는 후배들도 190㎝대 선수 4명이 페널티지역에 들어오면 위압감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7년간 체코에서 뛰었던 김승빈(부천)도 175㎝ 정도의 선수는 단신 취급을 받는다면서 상대의 힘이 실린 축구를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기술과 경험은 한국, 11회 연속 월드컵의 힘
그럼에도 한국이 체코전 승리를 자신하는 비결은 기술에 있다. 축구는 몸과 몸이 부딪치는 종목이지만, 섬세한 기술이 때로는 피지컬의 열세를 뒤집는다.
한국이 자랑하는 천재 미드필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을 비롯해 황인범(페예노르트)과 이재성(마인츠) 등이 과감한 침투 패스와 크로스로 체코의 수비 뒷공간을 노린다면 얼마든지 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손흥민(LAFC)과 황희찬(울버햄프턴), 오현규(베식타시) 등이 모두 체코의 약점을 찌를 수 있는 빠른 발을 자랑하는 선수들이다. 황희찬은 “(체코의 약점을 노리는 것을) 개인적으로 잘 준비하고 있다. 컨디션도 좋다. (체코전까지) 며칠 안 남았지만 그 부분을 잘 다듬어 팀으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 상대 수비를 최대한 분석해 매일 미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의 경험차도 한국에 힘을 실어준다. 온세상이 관심을 갖는 무대에 첫 발을 내디딘 선수가 처음부터 잘하기는 쉽지 않다. 이재성은 “내 역할은 월드컵을 처음 경험하는 선수들을 잘 이끄는 것”이라고 했다.
FIFA는 이번 월드컵부터 처음 월드컵을 경험하는 선수들에게 유니폼에 데뷔 패치를 달아준다. 한국은 26명의 선수 중 절반인 13명이 이 패치를 달지만, 체코는 26명 전원이 대상자다.

■고지대·잔디·이동거리도 한국이 유리해
어느 한 쪽으로 기울지 않는 팽팽한 흐름에선 환경이 주요 변수가 된다.
한국은 과달라하라에 베이스 캠프를 차리면서 해발 1571m 고지대에 적응했다. 베이스 캠프 훈련장이 경기를 치르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과 관리 주체가 동일해 경기 전날 잔디를 밟는 일정을 생략할 정도로 만반의 준비를 다했다.
반대로 체코는 환경과 먼저 싸워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 불리하다. 체코는 월드컵 막차를 타면서 평지에 가까운 미국 텍사스주 헬스 맨스필드에 베이스 캠프를 차렸다. 고지대에 적응을 포기하는 대신 경기 하루 전 과달라하라에 입성한다. 체코과 무더운 날씨 속에 마지막까지 버틸지 의문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에 적합한 잔디(버뮤다 그래스)도 극복해야 한다.
체코를 괴롭히는 긴 이동거리는 덤이다. 미국 댈러스에서 과달라하라까지 3시간 가량을 날아와야 한다. 한국이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20분이면 이동해 컨디션 관리에 유리한 것과 비교된다. 체코의 베테랑 수비수 야로슬라프 젤레니(스파르타 프라하)는 “조별리그를 치르지 않는 도시에 훈련장이 배정된 게 공정한지 잘 모르겠다”며 “이동 거리가 너무 길어서 비행기에서 3시간 반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과달라하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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