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폭동’에 불탄 북아일랜드…이민자 흉기 난동 뒤 반감 폭발

윤연정 기자 2026. 6. 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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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각)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북부에서 한 남성을 흉기로 찌른 혐의를 받는 수단 출신 남성이 체포된 이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동부 렌드릭 거리에서 시위대가 불을 지른 차량이 불타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국령 북아일랜드에서 발생한 수단 출신 이민자의 흉기 난동 사건으로 반이민 정서가 폭발하며 북아일랜드 전역에서 폭력 시위와 소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비비시(BBC)와 가디언 등 보도를 보면, 전날 밤 벨파스트 북부 카나드가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직후 북아일랜드 곳곳에서 반이민 시위가 벌어졌다. 벨파스트와 런던데리, 앤트림, 뉴타운애비 등에서는 방화로 주택과 차량, 버스 등이 불탔고 폭력 사태로 도로가 봉쇄되고 대중교통 운행이 중단됐다.

사태의 발단은 벨파스트 북부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이다. 지난 8일 밤 10시반께 수단 국적의 30살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40대 현지 주민 남성의 얼굴과 목 등에 중상을 입혔다. 피해자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며 눈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현장에서 주방용 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용의자는 현장에 있던 시민들에 의해 제압된 뒤 경찰에 체포됐다. 북아일랜드 경찰은 그가 2023년 2월 수단을 떠나 프랑스를 거쳐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입국한 뒤 육로로 북아일랜드에 들어와 2028년까지 체류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영국과 아일랜드는 공동여행구역을 운영하고 있어 양국 간 육로 이동에는 일반적인 입국 심사가 이뤄지지 않는다. 그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금됐으며 10일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번 사태가 반이민 시위로 이어진 것은 토미 로빈슨 등 극우 활동가들이 사건 영상을 널리 퍼뜨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로빈슨이 올린 게시물을 일론 머스크가 재 공유하면서 파급력이 더욱 커졌다. 이들은 거리 한복판에서 쓰러진 피해자 위에 용의자가 올라타 폭행을 가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전파했다.

소요 사태가 격화한 벨파스트 동부 일대에서는 약 100명의 복면을 쓴 괴한들이 주택 문과 창문을 부수고 이민자 거주지를 공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렌트릭 거리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비비시에 “도로에 세워진 차량에 불이 났고 그 불길이 집으로 번졌다”며 “이후 복면을 쓴 남성들이 집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고 말했다. 밤새 사이렌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불에 탄 버스 잔해 인근 벽에는 “이슬람 엿먹어라”라는 낙서가 적혔다. 벨파스트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됐고, 북아일랜드 소방구조대는 이날 저녁부터 자정까지 62건의 화재·안전사고에 출동했다.

9일(현지시각) 저녁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도심 샌디로 지역에서 건물 한 채가 불길에 휩싸여 있는 가운데 시위자들이 주변에 모여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 현지 지역 목사는 “20년 동안 평화롭게 살아온 흑인 교인들까지 피부색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고 있다”며 “지역사회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존 버로우스 북아일랜드 얼스터연합당(UUP) 대표는 폭력 행위에 가담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10대 청소년이라고 밝혔다.

당국과 정치권은 자제를 촉구했다. 라이언 헨더슨 북아일랜드 경찰청 부청장은 “시민들이 공포와 분노를 느끼고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지역사회 지도자들이 평화로운 시위를 독려하고 폭력과 소요에 가담하지 않도록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에마 리틀펭겔리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부총리도 “많은 사람이 분노를 느끼고 항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폭력은 어떤 대의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해를 끼칠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시크교 출신 이민자가 백인 대학생을 흉기로 찔러 사망케한 사건으로 ‘백인 역차별’ 논란이 인 바 있다. 이번 사건으로 영국에서 이민 정책과 치안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영국 남부 사우샘프턴에서는 반이민 시위에 맞서 이를 규탄하는 ‘맞불 시위’도 이날 열렸다. 영국 내무부가 난민 신청자들을 수용하는 사우샘프턴 하이필드하우스 호텔 앞에서 열린 반이민 시위에 맞서 ‘사우샘프턴 인종차별 반대 운동’ 단체가 “이번 비극을 더 광범위한 반이민 운동에 이용하지 말라”라고 경고하며 맞불 시위를 벌였다.

9일(현지시각)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벨파스트 흉기 사건 용의자인 수단 출신 남성의 체포 이후 촉발된 반이민 시위에 맞서 이를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AP 연합뉴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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