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아의 금쏭달쏭] “집 한 채 있으면 평생 월급?”… 주택연금, 나도 받을 수 있나

70대 초반 은퇴자 A씨는 최근 생활비 부담이 부쩍 커졌다. 국민연금을 받고 있지만 물가가 오르면서 매달 나가는 돈은 예전보다 늘었다. 현금 자산은 많지 않은 반면, 수십 년 동안 살아온 아파트 한 채가 사실상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러던 중 집을 팔지 않고도 매달 연금처럼 생활비를 받을 수 있다는 주택연금 이야기를 듣게 됐다.
A씨는 "국민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빠듯해 주택연금을 알아보고 있다"며 "집에 계속 살면서 매달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좋은데 가입하면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기 어려운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A씨처럼 집은 있지만 노후 생활비가 부족한 고령층 사이에서 주택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집을 처분하지 않고도 매달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월지급금이 늘고 초기 비용 부담이 낮아지면서 실제 가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주택연금 보증공급 건수는 2322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월보다 80% 넘게 늘어난 수준이다. 보증공급액도 3조3992억원으로 전월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가입 증가의 배경에는 제도 개선이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 신규 가입자부터 월지급금을 인상했다. 평균 가입자 기준 월 수령액은 기존 129만7000원에서 133만8000원으로 약 4만원 늘었다. 가입 시 한꺼번에 내야 하는 초기보증료도 주택가격의 1.5%에서 1.0%로 낮아졌다.
이달부터는 거주 요건도 완화됐다. 질병 치료를 위한 입원이나 요양, 자녀 봉양 등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되면 가입 주택에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실거주 요건 때문에 가입을 망설였던 고령층의 이용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
주택연금은 주택 소유자가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달 연금을 받는 제도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지급을 보증한다. 부부 중 한 명이 55세 이상이고 공시가격 12억원 이하 주택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을 보유하고 있다면 가입할 수 있다. 다주택자도 부부가 보유한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가 12억원 이하면 가입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집을 국가에 넘기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가입자와 배우자는 기존처럼 해당 주택에 계속 거주할 수 있다.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더라도 남은 배우자는 같은 금액의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월지급금은 보유 주택 가격과 가입 시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비쌀수록, 가입자의 나이가 많을수록 매달 받는 금액이 늘어난다. 다만 연령은 부부 중 더 젊은 사람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주택연금은 단순히 매달 연금만 받는 상품도 아니다. 일반형 외에도 주택담보대출을 먼저 상환하고 남은 금액을 연금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소상공인 대출 상환용 주택연금 등이 있다. 기초연금 수급자이면서 부부 기준 시가 2억5000만원 미만의 1주택 보유자라면 일반형보다 월지급금을 더 받을 수 있는 우대형 주택연금도 이용할 수 있다.
상속 문제를 걱정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주택연금은 부부가 모두 사망한 뒤 주택을 처분해 그동안 받은 연금과 비용 등을 정산하는 구조다. 집값이 연금 수령액보다 많으면 남는 금액은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반대로 연금 수령액이 집값보다 많더라도 부족분을 자녀에게 청구하지 않는다.
다만 가입 전 따져봐야 할 점도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집값 상승 가능성이다. 주택연금은 가입 시점의 주택가격과 연령을 기준으로 월지급금이 결정된다. 이후 집값이 크게 오르더라도 월지급금이 자동으로 늘어나지는 않는다. 향후 주택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경우라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비용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초기보증료는 주택가격의 1.0% 수준이다. 여기에 연보증료와 대출이자가 발생한다. 다만 등록면허세 감면, 재산세 감면, 소득공제 등 각종 세제 혜택도 제공된다. 결국 주택연금은 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현금 흐름이 부족한 고령층에게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지만 가입 이후 집값 흐름, 상속 계획, 실제 필요한 생활비 규모 등을 함께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연금은 집을 처분하지 않고도 평생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노후 대비 수단"이라며 "다만 집값 상승 기대와 가족 간 상속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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