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조원 시한폭탄’ 새로운 금융위기의 전조

2026년 2월 3천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사모대출 전문 운용사인 블루아울이 환매를 중단한 이후 사모신용(Private Credit)에 대한 우려가 급증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차입 기업들의 이자 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만기가 도래한 대출금의 재융자가 어려워지자, 미국 사모신용 채무 불이행률이 2026년 4월 기준 지수 창설 이후 최고치인 6.0%를 기록했다.
금융안정위원회(FSB), 국제통화기금(IMF), 연방준비제도(Fed),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글로벌 규제기관들은 2조달러 이상으로 성장한 사모신용의 채무 불이행률이 더 오르면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금융업계는 사모신용 규모가 크지 않고 정교한 위험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어 일부 펀드의 파산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해칠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사모신용의 두 얼굴
사모신용은 은행이 아닌 투자자의 돈을 받은 펀드가 기업에 직접 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사모신용이 미국 자본시장에서 부상한 계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이후 은행권 규제가 강화되면서 연간 매출액이 1억~10억달러 규모의 중견기업은 단일은행에서 차입하기가 어려워졌다. 사모펀드는 차입 기업의 상황에 최적화된 대출 조건을 설계해 빠르게 심사를 진행함으로써 중견기업의 대출 수요를 충족해왔다. 투자자 입장에서 사모신용은 주식이나 채권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매력적 수단이다. 만기까지 환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모신용은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며, 변동금리 기반으로 인플레이션 위험을 완화한다.
반면 사모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기관투자자의 사모신용 위험 노출액 확대다. 사모신용에 투자한 기관투자자가 많아지면서 사모신용 시장의 위험이 실물경제와 공적연금 시스템으로 직접 전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차입 기업이 현금이 아닌 추가 부채로 이자를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현물지급(PIK·Payment-In-Kind) 방식도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수익을 충분히 내지 못하는 차입 기업은 현금으로 이자를 지급하지 않고 채권으로 이자를 적립하는 방식으로 채무상환을 유예할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채무 불이행이 발생하기 전에 실제 부실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게 한다.
사모신용의 대출 기간은 긴 데 반해 자금 회수 기간이 짧아 발생하는 유동성 불일치도 간과할 수 없다. 이 문제는 만기에 대출을 다 갚는 폐쇄형 펀드가 아니라 정기적으로 일정 비율을 환매할 수 있는 부분적 개방형 펀드에서 심각해질 수 있다. 많은 투자자가 일시에 환매를 요청해 운용사가 대출 채권을 시장가격 이하로 매각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환매 한도는 제한된다.
사모신용펀드의 연이은 손실
2025년 말 인공지능(AI) 거품론과 경기 둔화의 우려 속에 기업대출 부실화 조짐이 감지되자 사모신용의 위험이 급증했다. 2026년 2월 3천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블루아울이 환매를 중단한 이후 세계 5대 사모펀드인 블랙록,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아폴로의 사모신용펀드도 큰 타격을 피할 수 없었다. 개인투자자들의 환매 요청으로 대규모 자금이 이탈했고 신규 자금 유입도 급감했다.
사모신용의 위기설은 정보통신(IT)·AI·데이터센터 관련 기업에 대출을 많이 했던 ‘블루아울 캐피털 코퍼레이션 II’의 분기별 환매 영구 중단으로 본격화됐다. 펀드 자산을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환매 수요가 몰리면서, 블루아울이 환매를 더 이상 해줄 수 없게 됐다. 환매와 부채 상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블루아울은 여러 펀드에서 14억달러 규모의 대출채권을 액면가에 근접한 수준으로 매각해버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사모신용이 은행대출보다 규제가 덜하고 수익률이 높다는 장점 대신 자산 유동성이 낮아 환매 압력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갑자기 더 부각됐다. 경기 둔화나 금리 인상이 예상될 때 자본집약적이고 미래 수익 가정에 의존하는 AI·데이터센터 투자의 리스크 프리미엄에 대한 우려가 증폭된 것이다.
3월 초 위기설은 세계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에도 전염됐다. 블랙스톤의 사모신용펀드(BCRED)에 전체 자산의 7.9%에 이르는 38억달러 규모의 사상 최대 환매 요청이 접수됐다. 블랙스톤은 시장의 충격을 막기 위해 기존 분기 환매 요청 한도인 5%를 7%로 늘리고 남은 0.9%는 회사 자본과 블랙스톤 임직원 펀드가 직접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충당했다. 동시에 이와 유사한 펀드에 투자한 국외 투자자들의 불안을 진화하기 위해, 블랙스톤 핵심 경영진이 직접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국을 방문해 대책을 설명하기도 했다.
블랙스톤 다음으로 많은 자산을 운용하는 KKR도 위기설을 피해갈 수 없었다. 2026년 3월 123억달러 규모의 사모신용펀드인 FS KKR 캐피털이 소프트웨어 업체 메달리아와 치과 서비스 업체 어포더블케어에 빌려준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1분기 5억6천만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펀드의 채무 불이행률이 5.5%까지 상승하자 무디스는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수준인 ‘Ba1'로 강등했다. KKR은 이런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2026년 4월 선순위 지분 매수와 주식 매입 용도로 3억달러의 자본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도 위기설의 희생양이 됐다. 2026년 3월 순자산 대비 11.2% 규모의 환매 요청을 받았던 151억달러 규모 아폴로부채솔루션은 환매 한도를 5%로 제한했다. 4월 7억5천만달러를 환매해줬지만, 아폴로는 사모신용 시장의 혼란과 펀드 내 부실채권 비율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약 30억달러 규모의 상장 사모신용펀드인 미드캡파이낸셜 매각을 추진 중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데자뷔?
월스트리트를 대표하는 사모펀드의 사모신용 대출이 대규모 환매 요청에 시달리면서, 금융위기 가능성이 논의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금융시장에서 전혀 주목하지 않았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에서 기인했듯이, 사모신용 환매 중단이 새로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로 차입 기업의 상환능력이 약해지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본적 지출(CAPEX)에도 수익을 내지 못하는 AI와 데이터센터에 사모신용 대출이 집중됐다는 사실도 위기론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블루아울, 블랙스톤, KKR, 아폴로 모두 환매 요청을 성공적으로 방어한 후 위기설은 잠잠해지고 있다. 즉, 사모신용 부실 때문에 2008년 같은 시스템적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이다. 전형적인 사모신용펀드는 투자금이 수년간 묶여 있는 폐쇄형이라, 은행처럼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돈을 빼내가는 대규모 인출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사모신용은 한두 개의 대형 운용사가 기업과 일대일로 직접 대출을 진행해, 차입 기업이 일시적 자금난에 빠지더라도 만기 연장이나 출자전환 등을 통해 위기 확산을 차단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사모신용에 내재한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사모신용 위기가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사모신용은 공모시장에 견줘 폐쇄적이므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정보 격차가 존재한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보고·공시 체계 개선이 필수적이다. 운용사가 규제 당국 및 투자자에게 대출 자산의 가치 평가, 부실 위험, 차주의 재무 상태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동시에 복잡하고 개별적으로 체결되는 사모신용 계약에 대해 위험을 평가하는 일관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자본 건전성에 무리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 환매될 수 있도록 환매 규정도 더 정교하게 설계돼야 한다. 유동성 위기를 막으려면 대규모 환매를 제한해야 하지만, 투자자의 환매 요구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은행권 금융 통계 시스템 구축을
IMF가 2026년 4월 발표한 글로벌금융안정보고서에서 우리나라를 신흥국 중 유일하게 비은행권 위험 노출도가 높은 잠재적 위험 국가로 평가했다. 보험사, 증권사, 은행 및 연금 등 기관투자자가 글로벌 대형 운용사의 사모신용펀드에 출자하는 형태로 사모신용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온 탓에 우리나라의 국외 사모신용펀드 위험 노출도는 60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정도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모신용 같은 비은행권의 금융 통계를 체계적으로 하지 않아 차입 기업의 가치, 부채 비율, 유동성 조건 등을 종합한 전체 위험 노출도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포괄적이고 투명한 금융 통계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세기 질서가 무너진 격변의 시대. 복잡한 세계경제 현안을 깊은 시각으로 해설합니다. 4주마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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