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과목 갈아타자'… 수능 사탐·확통런 열풍, 고득점도 불리할 수 있는 '역설'
입시 전문가 "응시 집단 커지면 평균 상승해 표준점수 오히려 낮아질 수도" 경고
반도체 계약학과는 10명 중 8명 '수시' 선발… 수능 전 학생부 경쟁력 점검해야

[파이낸셜뉴스] 대학들이 수능 응시 지정 과목을 잇따라 폐지한 영향으로 수험생들이 사회탐구와 수학 '확률과 통계'로 대거 이동하는 이른바 '사탐런·확통런' 현상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입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규모 쏠림이 오히려 표준점수 경쟁을 심화시키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10일 입시업체 이투스에듀가 최근 3개년(2024~2026학년도) 수능 탐구·수학 영역 응시 인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탐구 2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비중은 59.8%로 전년 대비 9.7%포인트 급증했다. 반면 과학탐구 2과목 응시자 비중은 22.9%로 감소했다. 사탐과 과탐을 하나씩 섞어 응시하는 혼합 응시자 비율도 2024학년도 3.7%에서 17.2%로 늘었다.
수학 영역에서도 쏠림은 뚜렷했다. 확률과 통계 선택 비율은 56.1%로 최근 3개년 중 처음으로 미적분(41.0%)을 앞질렀다. 국어 영역에서도 화법과 작문 선택자가 68.0%로 집계됐다.
이 같은 대이동의 배경에는 대학들의 지정 과목 폐지라는 '입시 규제 완화'가 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자연계열을 중심으로 과학탐구 응시 지정이 폐지되면서 미적분이나 과학탐구의 높은 학습 부담을 피해 확률과 통계나 사회탐구로 이동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학습 비용 절감 심리가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 선택이 정시 모집에서 역효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이다. 수능 표준점수는 응시 집단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기반으로 산출되기 때문이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오랫동안 미적분 선택이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하다는 것이 입시 전략의 정설이었다"며 "응시자가 늘면 집단 내 상위권 비중도 늘어 평균 성적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어, 고득점을 받더라도 표준점수 최고점이 하락하거나 같은 원점수에서 표준점수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쉽다고 몰린 과목이 오히려 점수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6월 모의평가 결과를 보고 섣불리 과목을 바꾸는 것을 경계했다. 김병진 소장은 "원점수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무작정 과목을 변경하기보다 변경에 필요한 학습 시간과 목표 대학의 가산점 현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반도체 계약학과를 목표로 하는 상위권 수험생들은 수능 과목 선택에 앞서 학생부 경쟁력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진학사가 2027학년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 협약 반도체 계약학과 선발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460명 중 수시 선발 인원이 377명으로 82.0%에 달했다. 이 중 319명(84.6%)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모집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반도체 계약학과는 수능 성적보다 학업 역량과 탐구 역량, 전공에 대한 잠재력을 종합 평가하는 선발 방식을 선호한다"며 "학생부에 수학·과학적 탐구 역량이 얼마나 담겼는지가 중요한 평가 요소"라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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