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SE 삼전닉스채권혼합 흥행…"ETF 승부처는 상품 기획력" "정답 없는 ETF 기획"…서사부터 상품명까지 치밀하게 접근
10일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정상우 KB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이 머니투데이방송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제공=KB자산운용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기대수익률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단기간에 개별 종목으로 승부를 보기보다는, ETF를 활용해 분산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상우 KB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10일 머니투데이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기본적으로 50%의 수익률을 기대할 정도로 최근 투자자들의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진 측면이 있다"면서 "중위험·중수익 기준 수익률은 연 6~8% 수준으로 보고,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증시는 큰 폭으로 출렁이고 있다. 지난 5일과 6일 코스피는 각각 5.54%, 8.29% 하락했다. 이어 9일에는 8.18% 오르며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정 본부장은 이런 국면일수록 ETF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봤다. 특히 지수추종형 상품은 시장 흐름을 따라가는 구조인 만큼, 급등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이른바 포모(FOMO) 심리를 일부 보완할 수 있어서다.
ETF의 기본 구조가 분산투자라는 점도 투자 매력으로 꼽힌다. 개별 종목 투자는 기업별 이슈와 정보 격차, 특정 종목 변동성에 그대로 노출된다. 이와 달리 ETF는 여러 종목이나 자산을 한 바구니에 담는 구조여서 단일 종목 집중투자보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정 본부장은 "개별 종목은 이슈를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특정 기업 리스크도 있다"며 "ETF는 기본적으로 분산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투자자가 테마나 산업에 접근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 승부처는 보수보다 '상품 기획력'
최근 운용사 간 경쟁의 축은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낮은 보수와 브랜드 인지도, 유동성 공급 능력이 핵심이었다면 최근에는 투자자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품을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정 본부장은 "기존에는 운용사가 운용하기 쉬운 상품이나 해외 성공 사례를 참고한 상품이 많았다"며 "이제는 결국 상품 기획력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사례로는 'RISE 삼성전자SK하이닉스채권혼합50'을 들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담으면서도 채권을 결합해 변동성을 낮춘 구조가 투자자 수요를 끌어냈다는 것이다. KB자산운용은 지난 2월 국내 첫 삼전닉스채권혼합 상품을 상장했다.
그는 "통할 수 있을지 걱정도 했던 상품이었지만, 아무도 하지 않았던 것을 기획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또 ETF에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종목을 묶는 데 그치지 않고, 투자자가 납득할 수 있는 배경을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정 본부장은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려면 성과뿐 아니라 어떤 흐름에 올라타는 상품인지, 왜 지금 필요한 상품인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서사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품명에도 기획의 고민은 묻어난다. 정 본부장은 '현대차고정피지컬AI' ETF를 두고 굉장히 고민이 많았던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당초 투자자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상품명을 염두했지만, 승인 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해지면서 대체 표현을 찾아야만 했다. 정 본부장은 "투자자들에게 와닿을 수 있으면서도 현대차가 피지컬AI 기업으로 가는 방향성을 상품에 담기 위해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 "정답 없는 ETF 기획"…젊은 조직문화로 경쟁력 확보
상품 기획의 바탕에는 조직문화도 있다. 정 본부장은 KB자산운용 ETF 조직을 '굉장히 젊은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실제로 KB자산운용 ETF운용본부와 상품마케팅본부를 통틀어 가장 나이가 많은 구성원은 1980년생, 가장 어린 구성원은 1999년생이다.
두 본부를 합친 인력은 약 30명이다. 이들은 평소 각자 업무를 맡다가 2주에 한 번가량 15명 안팎이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나온 안건 가운데 가능성이 있는 내용은 문서화해 본격 검토에 들어간다.
그는 "상품 기획은 정답이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아이디어가 나오면 지수화해 백테스트를 해보고, 성과가 어땠는지와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는 서사가 있는지를 함께 본다"고 말했다.
끝으로 단순히 유행하는 테마를 좇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ETF는 상품 기획부터 상장까지 통상 2~3개월이 걸린다. 지금 시장에서 뜨는 섹터를 따라가기보다 상장 이후에도 흐름이 이어질 수 있는지를 따져야 하는 이유다.
정 본부장은 "지금 수급이 몰린다고 계속 주목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며 "상장 이후에도 최소 5~6개월 이상 더 갈 수 있는지 중장기적 관점에서 상품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