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군사정권 상징 논란 ‘516로’ 도로명 안 바꾼다···“유지 의견 더 높아”
유지 의견이 더 높게 나와···민원·의견 지속 관리

제주도가 명칭 변경을 추진해 온 ‘516로’ 도로명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현행 유지 의견이 변경보다 더 많았던 데 따른 조치다.
제주도는 516로 명칭 변경에 따른 토론회와 설명회, 두 차례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한 결과 주소사용자의 의견을 존중해 516로 도로명을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잠정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향후 관련 민원과 의견은 지속적으로 관리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1~2월 열린 두 차례의 권역별 도민 공감 토론회에는 260여명, 3월 열린 두 차례의 아라동·영천동 주민설명회에는 100여명이 참석했다. 지난 4월 실시한 도민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369명 중 209명(57%)이 현행 유지를, 160명(43%)이 변경을 택했다.
이어 도는 5월 11일부터 31일까지 3주간 주소사용자 1238명을 대상으로 큐알코드 안내장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해 추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주소 사용자 가운데 179명이 응답(응답률 14.5%)했고, 현행 유지(117명·66%)가 변경(62명·34%)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유지를 택한 이유로는 주소 변경에 따른 혼선과 행정적·경제적 부담이 주로 꼽혔다. 지역별로는 서귀포시가 제주시보다 유지 의견이 높았고, 연령대별로는 40대부터 60대 이상에서 다수 나왔다.
도로명 변경을 선택한 62명은 ‘5·16의 역사적 배경이 적절하지 않다’ ‘새 도로명이 더 적합하다’ ‘제주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 등을 이유로 들었다.
현행 도로명주소법에 따르면 도로명을 변경하려면 주소사용자 5분의 1 이상의 신청과 주소정보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주소사용자 과반수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516로는 한라산을 가로질러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일직선으로 연결하는 도로다. 일제강점기 목재를 운송하기 위한 임도로 쓰이다 1961년 5월16일 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대통령이 국토건설단을 투입해 본격적으로 확장·정비했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이 반영돼 516 도로로 불렸고, 2009년에는 도로명 고시를 통해 공식적으로 ‘516로’ 명칭이 부여됐다.
그간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해당 도로명이 과거 군부 독재 정권을 미화하고, ‘세계평화의 섬 제주’ 이미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516로 도로명비가 빨간 페인트로 훼손되는 등 명칭을 둘러싼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이에 서귀포시가 2018년 516로 명칭 변경을 위한 주소 사용자 의견 수렴을 실시했으나 대상 주민 약 20명만 참여하는 데 그쳐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이번 도로명 명칭 변경 추진은 지난해 말 도의회에서 “온 국민이 12·3 불법계엄을 막아냈으나 제주에서는 56년간 5·16의 망령을 붙잡고 도로명으로 사용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직무 유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다시 불이 붙었다.
박재관 제주도 건설주택국장은 “공론화 과정을 거치며 516로 도로명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으나, 변경을 원하는 주민은 여러 차례 의견 수렴에서 모두 소수에 머물렀다”고 말했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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