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은 반도체가 살렸지만…기업 10곳 중 4곳은 이자도 못 냈다
"삼성·SK 빼면 개선폭 미미"…영업적자 기업 비중 28.2%

지난해 국내 기업의 성장세는 둔화됐지만 반도체 산업에 힘입어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호실적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과 대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으로 번 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비중은 40%에 육박하며 기업 간 양극화가 뚜렷해졌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속보)'에 따르면 외부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3만4456곳의 지난해 매출액증가율은 전년(4.2%)보다 하락한 2.5%를 기록했다. 매출 성장세 둔화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전반에서 나타났다.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석유정제·코크스 및 화학물질·제품을 중심으로 5.2%에서 3.2%로 낮아졌고 비제조업도 건설업과 운수·창고업을 중심으로 3%에서 1.6%로 하락했다.
총자산 증가율은 6.7%로 전년(6.5%)보다 소폭 상승했다. 설비투자뿐 아니라 관계사 지분 가치 상승과 배당수익 등 금융자산이 증가한 영향이다.
반면 수익성은 개선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은 5.4%에서 6.2%로 상승했고 매출액세전순이익률도 5.2%에서 6.3%로 높아졌다. 모두 2021년(6.85%, 7.6%) 이후 최대치다.
이미주 한은 경제통계1국 기업통계팀장은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의 매출 증가율은 2024년 21.6%에서 지난해 15.1%로 낮아졌지만 이는 2023년 기저효과로 2024년의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데 따른 것"이라며 "절대적인 실적 수준은 크게 개선됐고 영업이익률 상승에는 반도체 가격 상승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다만 반도체 업종을 제외하면 전체 기업 실적 개선 폭은 크지 않았다. 이 팀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할 경우 전체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24년과 2025년 모두 4.9% 수준"이라며 "주요 반도체 기업을 제외한 전반적인 기업 실적은 크게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모별로도 차이가 나타났다. 대기업은 매출액 영업이익률(5.6%→6.6%)과 세전순이익률(5.6%→6.9%)이 모두 오른 반면, 중소기업은 영업이익률(4.8%→4.6%)과 세전순이익률(3.6%→3.5%)이 나란히 하락했다.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은 305.8%에서 369.8%로 상승했다. 다만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 비중은 38.5%에서 39.9%로 확대됐다. 2020년 이후로 5년 만에 100%를 밑돈 기업 비중이 40%에 육박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연간 이익이 이자 등 금융비용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미다. 영업적자를 낸 기업 비중도 26.2%에서 28.2%로 2.0%p 늘었다.
재무구조는 개선됐다. 부채비율은 103.4%에서 98.3%로 하락했고 차입금의존도도 28.4%에서 27.3%로 낮아졌다.
한은은 올해도 반도체 업종이 기업 실적 개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팀장은 "올해 1분기에도 AI 수요를 바탕으로 반도체 업종 실적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다만 하반기 수요 여건과 통상환경 변화 등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현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