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삼성 반도체 투자 1위, 광주 새공장…미래성장 국가적 과제
지난해 삼성전자가 세계 반도체 기업 중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설비(52조1531억원)와 R&D(37조7404억원)를 합해 총 89조8935억원으로 TSMC(69조4109억원), 인텔(40조4499억원), SK하이닉스(35조450억원), 엔비디아(34조9369억원) 등을 제치고 10대 글로벌 반도체 기업 중 최고였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 안에 지방 신규 반도체공장 건립 계획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를 비롯한 호남 지역이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도 호남·충청권에 시설을 확대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산업 10대 기업 중 투자 규모 순위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 4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지금의 경이적인 한국 제조업 부흥의 비결이 무엇인가에 대한 자명한 답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업황 악화로 영업이익이 6조5670억원으로 전년대비 85%가 급감했지만, 그 13.5배에 달하는 88조8739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 글로벌 시장의 혹한기를 견뎌낸 두 반도체기업의 투자가 없었다면 우리 경제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반도체가 빠진 수출과 증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미래를 내다본 우리 기업들의 선제적인 투자 덕분에 제조업과 첨단산업 전 분야에 걸친 부흥기를 맞게 됐지만, 앞으로의 환경과 우리의 처지를 보면 마냥 낙관만 하긴 어렵다. 엄혹한 대외 여건 뿐 아니라 우리 주체적인 문제들도 풀어야 할 것이 많다. 당장 호남·충청권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투자 및 시설 확대는 경기 평택과 용인 이후의 새로운 생산 거점 확보와 지역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계획이기도 하지만, 이재명 정부의 지방균형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호응이라는 의미도 크다. 철저한 경제성과 효율성 대신 지역안배라는 정치 논리가 투자의 기준이 된다면 글로벌 경쟁력은 순식간에 훼손될 수 밖에 없다.
최근 방한한 젠슨 황 엔디비아 최고경영자(CEO)가 남긴 메시지는 뚜렷하다. 한국의 반도체와 첨단·인공지능(AI)산업을 자사의 생태계로 공고히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픈AI와 앤스로픽의 미국 증시 상장계획은 세계적인 AI주도권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고 있다. 우리 목표는 제조업 역량 강화,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 확대, AI주권 확보에 맞춰져야 한다. 투자는 기업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정부는 규제완화와 인재육성, 인프라 구축으로 지원해야 한다. 노동계 역시 기업의 장기 경쟁력과 투자를 고려하는 성숙한 협력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아무도 예외일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가 망라된 뒷받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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