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9000만분의 1 확률” “과학적 사고 포기”…장동혁표 ‘부정선거론’ 공방

변문우 기자 2026. 6. 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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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전남광주서 속출한 ‘쌍둥이 득표’ 결과…다시 불붙은 ‘부정선거 음모론’
선관위 “우연한 결과”…장동혁 “지구 멸망까지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우연”
보수 내부서도 ‘張 신중’ 촉구…이준석 “통계는 의혹 제기 대신 해소의 도구”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9일 국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득표수 논란에 관한 현안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우연'의 일치를 정쟁화한 것일까, '실체'가 분명한 의혹 제기일까. 부정선거 음모론을 놓고 정치권이 다시금 공방전에 돌입했다. 같은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관내 두 지역의 1·2위 후보 사전투표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하는 '쌍둥이 득표' 현상이 여럿 포착되면서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5억9000만분의 1 확률이다. 불가능에 가깝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전면 띄웠지만,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검증 의무를 건너뛰고 과학적 사고를 포기한 것이냐"며 일축했다.

선관위가 발표한 6·3 지방선거 득표 결과에 따르면, 인천광역시장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사전투표에서 1·2위 후보가 동시에 두 곳에서 각각 동일한 득표를 한 지역은 총 12곳(6쌍)으로 나타났다. 일단 인천시장 선거의 경우 송도 1·2동에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후보(3030표)와 유정복 국민의힘 후보(1440표)의 득표수 일치 현상이 발생했다.

전남광주시장 선거에서도 민형배 민주당 후보와 이정현 국민의힘 후보 간 득표수가 일치한 경우가 5쌍에 달했다. 광주 송정 1동-전남 고흥군 금산면(민형배 1401표-이정현 120표), 신안군 하의면-여수시 삼일동(민형배 506표, 이정현 42표), 화순군 이양면-강진군 병영면(민형배 444표, 이정현 46표), 함평군 엄다면-장성군 북하면(민형배 606표, 이정현 57표), 보성군 노동면-신안군 팔금면(민형배 356표, 이정현 42표) 등이다.

이 같은 결과로 온라인상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이 다시금 확산되자, 장동혁 대표는 직접 음모론 띄우기에 나섰다. 장 대표는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유정복·박찬대 후보 간 득표수가 완전히 일치할 확률은 5억9000만분의 1"이라며 "전남광주 선거 사례까지 더하면 5억9000만분의 1의 확률을 6번 곱해야 하는 것이다.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일어나기 힘든 우연한 사실이 발생했다면 (선관위는)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이에 선관위는 즉각 "우연한 결과일 뿐"이라는 입장을 냈다. 인천시선관위는 장 대표의 주장과 일부 보수 강성 지지층이 주장하는 음모론에 대해 "2개 동의 관내 사전투표 결과가 일치해 조작된 것처럼 주장하지만 상세 내역을 보면 전체 투표자 수와 나머지 표수는 모두 다르다"고 반박하며,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확산하는 행위의 자제를 당부했다.

전남선거관리위원회 역시 "각 사전투표소의 선거인 수와 후보자별 득표수, 무효투표수 등 전체 투표 데이터는 서로 달랐다"며 "우연한 결과로 득표수만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10개 관내 사전투표함은 각각 서로 다른 개표소에서 독립된 개표 경로로 집계됐다"며 "서로 다른 장소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집계한 결과가 우연히 맞아떨어진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5월11일 국회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제1차 중앙선대위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윤어게인 회귀할라"…보수 내부서도 張 질책

정치권 반응 역시 신중한 분위기다. 특히 같은 보수 진영인 이준석 대표조차 장 대표 주장에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가 언급한 수치가 만약 유튜브에서 가져온 수치라면 한 정당의 수준이 유튜브 알고리즘과 같아졌다는 고백"이라며 "검증의 의무를 건너뛰고 자극적인 숫자부터 내지르는 것은 과학적 사고를 포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확률을 무기로 빼 들었으면 그 산식부터 공개해야 한다"며 "가정도 분포도 내놓지 않고 결론만 외치는 것은 계산이 아니라 주술"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계는 의혹을 제기하는 도구가 아니라 의혹을 해소하는 도구여야 한다"며 "산식을 공개하든지 발언을 거두든지 둘 중 하나여야 한다. 그것이 공인의 무게이고 정치의 최소한"이라고 역설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장 대표가 공당을 대표하는 메신저로서 신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확증이 나오지도 않은 내용을 당대표가 직접 언급하면 다시 당 기조가 윤어게인 노선인 것처럼 내비칠 수 있다"며 "보수 재건이 어려워지는 셈"이라고 우려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장 대표가 부정선거론자들을 위한 메시지만 내고 있다"며 "메신저로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앞으로 무슨 말을 한다 해도 누가 신뢰할까"라고 반문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부정선거 음모론은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정치권 화두에 올라왔다. 6년 전인 2020년 4월 총선 직후엔 민경욱 전 의원이 "서울·인천·경기에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사전투표 평균 득표율이 각각 63%와 36%로 일치한다"는 이유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22년 7월 "부정선거와 개표 조작은 없었다"며 민 전 의원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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