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FIFA, 미국, 그리고 불공정 논란… 월드컵은 왜 관심서 멀어졌나

한정연 칼럼니스트 2026. 6. 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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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협회 불공정 감독 선임
문체부 감사, 법원 판결 모두 무시
징계 대상자 모두 월드컵 출전
결승전 입장권 가격 수억원
이란 관계자 비자 발급 거부
불공정으로 점철되자 대중은 기피

세계 최대 축구 축제라는 월드컵이 11일(현지시간) 막을 올린다. 하지만 개막일이 고작 며칠 후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이 많다. FIFA는 온갖 방법으로 입장권 가격을 올리고, 개최국 중 하나인 미국은 대중교통 요금을 10배씩 올리는 불공정이 만연하다. 대중의 관심이 줄어든 이번 월드컵을 '불공정 경제학'으로 분석해 봤다.

지난해 10월 10일 열린 남자 축구 국가대표 10월 A매치 친선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에 앞서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악수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올해 월드컵 시청률은 얼마나 나올까. 2002 한일 월드컵처럼 경기당 합산 시청률이 70%를 넘진 못하더라도, 4년 전 카타르 월드컵 당시의 합산 시청률 40%대는 넘을 수 있을까. 힘들어 보인다. 이번 월드컵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부터 중계권 문제, 주최국 중 하나인 미국의 무관용 비자 정책까지 포함해 거의 모든 영역이 불공정으로 점철돼 있어서다.

■ 홍명보와 대한축구협회의 불공정=발단은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였다. 국민 대다수가 '홍명보 감독의 선임을 불공정했다'고 판단했다. 2024년 7월 리얼미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명보 감독 선임은 잘못한 결정이었다'는 응답은 50.1%에 달했다. 그런데도 대한축구협회가 이런 의견을 무시하자 같은해 11월 동일 기관의 설문조사에선 '홍 감독 선임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78%까지 치솟았다.

단순히 감독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훈수가 아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4년 11월 발표한 감사 보고서를 통해서 감독 선임에 명백한 절차상 하자가 있었음을 밝혀냈다. 문제를 찾아내는 게 특별히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대부분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이하 당시), 홍명보 감독,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이미 2년 전 국회 현안질의에서 직접적 혹은 간접적으로 시인한 사안들이었다.

그렇다면 감사 결과는 어땠을까. 먼저 2024년 7월 8일 대표팀 감독으로 홍명보 후보를 내정했다는 사실을 발표한 이임생 기술총괄이사에게 감독 추천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관련 규정을 근거로 축구협회의 최고집행기관 역할을 해야 하는 이사회 권한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무시된 사실도 밝혀졌다.

일부 이사는 "(이사회가) 단순 요식행위에 그쳤고, 가부 판정으로만 의견을 낸다는 것이 유감"이라는 의견을 냈고, 축구협회 부회장조차 "차기 국내 감독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투명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2024년 11월 축구협회에 감사 결과를 통보하며 정몽규 회장을 포함한 3명의 자격정지 징계를 요구하고, 후보를 재추천해 이사회가 감독을 재선임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끈질기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문체부에 재심의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정부를 상대로 특정 검사 결과 통보 및 조치 요구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해 '시간끌기'에 들어갔다.

[사진 | 뉴시스]
법원은 올해 4월 23일 축구협회의 패소를 판결했다. 정부는 범정부 협의체를 통해서 5월 22일 '축구협회 정상화'란 안건이 포함된 국가정상화 1차 과제를 발표했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5월 24일 법원 판결의 효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

정 회장이 지난 5월 29일 "북중미 월드컵 이후 물러나고자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징계받아야 하는 사람이 사퇴하는 게 이치에 맞느냐는 의문이다. 축구협회가 2년 가까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회장과 감독을 옹위한 결과, 홍명보 감독과 정몽규 협회장 등 문제의 인물을 모두 데리고 2026 북미 월드컵에 참석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협회의 성공은 한국 축구 불행의 시작일지 모른다.

행정 조치도, 법도 제대로 통하지 않자 국민은 축구 대표팀 자체를 기피했다. 국가대표팀 경기 예매율은 2023년과 2024년 95%에 달했지만, 2025년에는 무려 78%로 급감했다(진종오 국민의힘 의원실).

대표팀이 월드컵 전 국내에서 가진 마지막 경기인 2025년 11월 18일 가나전 관중 수는 3만3256명으로 서울월드컵경기장 총 좌석의 50%에 불과했다. 합산 시청률은 가나전도 4.7%로 참패 수준이었는데, 올해 3월 1일 유럽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전에서는 1.1%까지 떨어졌다. '세계인의 축제'란 월드컵의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다.

■ 주최국 미국과 FIFA의 불공정=국제축구연맹(FIFA)은 온갖 부패 스캔들에 시달려왔다. 심지어 지난 9일(현지시간)에는 프랑스 축구선수 출신 미셸 플라티니가 자신을 FIFA 회장 선거에서 배제하려 했다며 연맹과 잔니 인판티노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플라티니는 2015년 FIFA의 부패 스캔들로 물러난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의 후임으로 거론되던 인물이었는데, 정작 자신도 부패 혐의로 스위스 검찰의 조사를 받았다. FIFA는 이를 빌미로 플라티니에게 장기 징계를 내려 현 회장이 2016년 당선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월드컵 주최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바가지 요금이 화제다.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메트라이프 경기장은 뉴저지주에 있다. 그런데 주정부 산하 교통공사인 NJ트랜짓은 월드컵 기간 전철 요금을 평상시 12.90달러보다 10배 이상 비싼 150달러로 책정했다.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펜스테이션 역에서 뉴저지주 이스트 러더퍼드 역까지는 15분 정도 걸린다. 비난이 쏟아져 가격을 내렸는데도 여전히 98달러에 달한다.

그런데 개최 도시들이 이런 식으로 대놓고 바가지를 씌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FIFA는 이번 월드컵으로 110억 달러 이상 수익을 확보했지만, 막대한 개최 비용을 미국 내 11개 개최 도시에 떠넘겼기 때문이다.

FIFA와 개최 도시의 계약 규모는 비공개지만, 전철 요금까지 10배 이상으로 올려야 할 정도면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시카고는 아예 개최를 포기했다. 미국 정부는 테러 방지 등 보안 비용으로 휴스턴시에 6500만 달러 등 11개 도시에 6억2500만 달러를 지원한다.

2025년 12월 5일 워싱턴 케네디 센터에서 열린 2026년 월드컵 개최지 추첨식에서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FIFA 평화상을 수여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이렇게 FIFA는 온갖 비용과 보안 등 사무를 개최 도시와 국가에 떠넘겼지만, 입장권 가격 책정권과 판매권만은 포기하지 않았다. FIFA는 이른바 '동적動的 가격 전략'을 취하고 있다. 수요에 따라서 입장권 가격이 달라지는 방식인데, 공교롭게도 미국과 영국의 공정거래 담당 부처가 2024년 이후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정책이다. FIFA가 재판매 입장권, 동적 가격 전략을 모두 동원한 결과, 결승전 입장권은 최저 8625달러에서 최고 69만 달러에 달했다.

그 와중에 주최국 중 하나인 미국은 전쟁 상대국인 이란 대표팀 관계자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이란 축구연맹은 지난 6일 대표팀 선수들이 멕시코로 출국했지만, 주요 협회 관계자들 비자가 거부된 사실을 공개했다.

미국과 비자 면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42개국 축구 팬을 포함해 누구도 입장권이 있다고 해서 미국에서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 6월 발표한 비자 정책을 보면 알제리, 세네갈 등 본선 참가국들 국민은 입장권을 소유해도 입국 보증금으로 약 1만5000달러를 내야 한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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