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200만 배럴 풀렸다”… 국제유가 급등 막은 건 ‘유령 원유 수송’?

김송이 기자 2026. 6. 10.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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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트유 90 달러 수준서 거래
고점 114달러 대비 20% 감소
위치추적장치 끈 ‘유령 항해’↑
송유관 수송·비축유 방출도 영향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5%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이란 전쟁으로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국제유가가 최악의 수준까지 치솟지 않은 배경으로 ‘유령 원유 수송’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8일(현지 시각) 이란 반다르아바스 해변 인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 중인 선박들 / 로이터=연합

9일(현지 시각) CNN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새어나가는 석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원유 선물 가격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위험한 수준까지 치솟지는 않았다”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양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의 ‘이중 봉쇄’를 빠져나가고 있다는 것이 하나의 가설”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국제유가도 최근 다소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이날 전 거래일보다 2.97% 하락한 배럴당 91.4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전쟁 이전 약 70달러 수준보다는 훨씬 높지만, 최근 기록했던 배럴당 114달러 고점보다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예상보다 많은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JP모건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 2주 동안 하루 약 210만 배럴의 원유가 은밀하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쟁 이전 하루 평균 1560만 배럴이 해협을 통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규모 자체는 제한적이지만, 전쟁 초기와 비교하면 원유 수송이 일정 부분 재개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유조선들이 탐지를 피하기 위해 위치추적 장치(트랜스폰더)를 끄고 봉쇄를 우회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 투자은행(IB) 파이퍼 샌들러는 이란 관련 기관에 통행료를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선박들을 포함해, 이른바 ‘유령 항해’를 통해 지난달 하루 평균 약 290만 배럴의 원유가 호르무즈 해협을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했다.

JP모건의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인 나타샤 카네바는 지난주 고객 메모에서 “계속되는 해상 봉쇄와 상업용 선박 운항 급감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규모의 원유와 석유 제품이 여전히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설립자 밥 맥널리 역시 이러한 은밀한 유출이 위기를 지연시키거나 일부 완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량이 전쟁 이전 대비 0~10%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있지만, 이런 유출 물량까지 고려하면 실제 통과량은 조금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사우디 유전을 홍해 연안 얀부 항구와 연결하는 동서 송유관(East-West Pipeline)을 통한 원유 수송, 각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이 국제유가 안정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 가운데 하나인 중국 역시 원유 수입을 줄이는 대신 대규모 비축분을 활용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다만 이러한 방식들이 근본적인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파이퍼 샌들러의 글로벌 에너지 이코노미스트 얀 스튜어트는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며 브렌트유 가격이 7~8월 평균 배럴당 130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JP모건은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운항량이 전쟁 이전의 약 15%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아파치 헬기 추락 사건을 계기로 보복과 재보복을 이어가면서, 해협의 전면 재개방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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