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로 통합돌봄 서비스 ‘주목’…서비스 전반 확대는 한계 ‘지적’

이시내 기자 2026. 6. 10.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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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빨래 등 노인일자리 연계 확산
소득 보탬·돌봄 공백 완화 ‘윈윈’ 기대
이동·부축 등 신체 부담 큰 활동은 한계
의료 인프라·전문인력 보완도 과제로
1일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동호마을회관 앞에서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김문용씨(72, 오른쪽)가 이동식 세탁차량으로 이불을 나르고 있다.
1일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동호마을회관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동식 빨래방 앞에 이불을 내놓는 모습.

통합돌봄 전면 시행 이후 농촌 현장에서는 노인일자리 인력을 활용해 돌봄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농촌 돌봄 공백을 줄이고 노인 소득 보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돌봄 인력난을 ‘노노케어(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것)’에 의존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전남 영암군 군서면 동호마을회관 앞. 70~80대 어르신들이 묵직한 이불을 한아름 안고 하나둘 모였다. 곧이어 세탁기와 건조기를 실은 5t 트럭 한대가 마을회관 앞에 멈춰 섰다. 

영암군과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영암군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이동식 빨래방 ‘기찬빨래방’이다. 어르신이 홀로 하기 어려워하는 이불 빨래를 도와 낙상 위험을 줄이고, 마을을 정기적으로 찾아 안부를 살피는 통합돌봄 사업의 일종이다. 

주목할 점은 이 사업을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했다는 점이다. 어르신의 소득 보전과 사회참여 확대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추진하는 일자리 지원 제도다. 올해 노인일자리는 115만 2000여개로 역대 최대 규모다. 

이동식 빨래방에서 일하는 김문용씨(72·영암군 덕진면)는 “은퇴 전 세탁소를 운영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동참했다”며 “한달 60시간(하루 3시간) 일해서 76만원가량을 받는데 소득도 쏠쏠하고, 무엇보다 우리 지역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영범 영암군시니어클럽 관장은 “자체 설문조사 결과, 지역 어르신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이 빨래와 식사로 파악돼 이동빨래, 식사지원을 노인일자리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며 “수혜 어르신들은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고, 참여 어르신들은 적당한 노동을 통해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보성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마을건강지킴이’는 사업 참여자가 이웃 어르신 가정을 찾아 안부를 살피는 활동으로, 현재 보성지역 137개 마을에서 265명이 참여하고 있다. 보성시니어클럽

3월27일 전면 시행된 통합돌봄은 어르신과 장애인이 살던 곳에서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농촌에서는 돌봄 인력 확보가 쉽지 않고 읍면지역 전담 공무원이 사실상 1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촘촘한 사업 대상자 발굴과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복지부는 고시를 통해 지역 돌봄 통합 지원 업무를 노인일자리 사업의 ‘우선지정일자리’로 지정했다. 노인일자리 사업을 돌봄 분야와 연계하려는 취지다.

노인일자리 참여자들은 대부분 해당 지역에 거주하며 마을 사정을 잘 아는 주민들이다. 이 때문에 돌봄 사업을 하는 데 있어 행정 인력의 빈틈을 보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보성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마을건강지킴이’는 이같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업 참여자가 이웃 어르신 가정을 찾아 안부를 살피는 활동으로, 현재 보성지역 137개 마을에서 265명이 참여하고 있다.

농촌지역에서는 이미용 서비스도 통합돌봄 사업의 하나로 이뤄지고 있다.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어르신의 머리카락을 다듬고 있다. 보성시니어클럽

박찬숙 보성시니어클럽 관장은 “마을건강지킴이가 어르신 상태를 꾸준히 살피면서, 현재 운영하는 식사 배달, 병원 동행, 이미용 서비스 등으로 연결하는 관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 전주시는 선도 사례로 꼽힌다. 2020년부터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통합돌봄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어르신 320여명이 다른 어르신 가정을 직접 방문해 혈압·혈당 측정과 기록 관리를 돕는 건강지킴이 활동, 시장·병원 방문을 돕는 일상동행 활동 등을 수행한다. 이들은 통합돌봄 사업을 홍보하는 역할도 맡는다. 

다만 노인일자리 참여자를 돌봄 영역에 어디까지 투입할 수 있느냐를 두고는 우려도 나온다. 

박 관장은 “병원동행 사업은 수요가 있지만  대상자를 부축하거나 이동을 돕는 일이어서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맡기에는 난도가 높은 서비스”라며 “이동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현재는 기관 차량 대신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인일자리와 연계하려면 비교적 경증 대상자로 수요자를 좁힐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어르신 가정에 식사를 배달하고 있다. 보성시니어클럽
보성군과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보성시니어클럽은 병원동행 서비스를 노인일자리와 연계해 운영하고 있다. 보성시니어클럽

한 지자체 관계자는 “노인일자리 사업은 하루 3시간 안팎의 공익형 일자리가 많은데, 이를 요양보호사 업무에 준하는 돌봄 현장에 투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도 “노인일자리 사업은 저소득 어르신들의 소득을 보전하는 취지로 운영되는 사업인데, 이를 일반 노동력 확보 수단으로 바라보면 사업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농촌의 기본적인 의료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이동식 빨래방이 운영된 영암군 군서면만 하더라도 가까운 병원이 없는 상황이었다. 군은 5월 군서면 보건지소에 은퇴한 시니어 의사를 배치해 기본 진료가 이뤄지도록 했지만, 농촌에서 의료 인력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이 같은 공백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최옥주 동호마을 이장은 “마을에 거주하는 120여명 대부분이 노인인데, 지난해 유일한 병원이 폐원하면서 약국까지 문을 닫았다”며 “이 때문에 지병이 있는 주민들은 혈압약 등을 타기 위해 하루 두 차례 운행하는 버스나 1000원 택시를 타고 읍까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합돌봄 사업이 농촌지역에서 체감되려면 생활돌봄뿐 아니라 기본적인 의료 접근성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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