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와의 조우’ 넘은 스필버그… 가장 현실적인 외계인 시나리오[더 리뷰]

신재우 기자 2026. 6. 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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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뷰 - ‘디스클로저 데이’ 오늘 개봉
평범한 기상캐스터 마가렛과
사이버보안 전문가인 다니엘
외계존재 공개하기 위해 싸워
촘촘한 고증으로 리얼리티 더해
기이한 현상 연출로 긴장 유지
에밀리 블런트 등 호화 출연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는 외계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은폐하려는 비밀조직 ‘워덱스’와 이를 폭로하려는 다니엘 켈너(조시 오코너)·마가렛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의 사투를 다룬다.

‘디스클로저 데이’(10일 개봉)는 스티븐 스필버그(사진) 감독이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장르를 끝까지 밀어붙인 영화다. ‘미지와의 조우’(1977)를 시작으로 ‘E.T.’(1982) ‘우주전쟁’(2005)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에서 외계인 영화를 잘 다뤄온 이 거장은 이제 상상을 넘어, 마치 진실을 ‘폭로’하듯 외계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영화는 미확인 외계 생명체의 존재 사실을 은폐하려는 정부와 이에 맞서 진실을 밝히려는 저항 세력의 사투를 다룬다. 그 중심에는 비밀조직 ‘워덱스’(WARDEX)가 있다. 워덱스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다니엘 켈너(조시 오코너)는 자신이 관리하던 외계 존재와 UAP(미확인 비정상 현상)에 관한 극비 자료를 세상에 공개하기 위해 빼돌린다. 한때 워덱스의 핵심 멤버였으나 이제는 폭로를 주도하는 ‘저항군’의 리더 휴고 웨이크필드(콜먼 도밍고)가 이를 지원한다. 반대 측은 워덱스의 수장 노아 스캘런(콜린 퍼스) 국장이다. 휴고가 외계인의 존재가 인류가 오랫동안 굶주려온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노아는 이 사실이 인류에게 면역이 없는 ‘바이러스’라는 입장이다.

이들의 위험한 여정에 합류하는 또 다른 주인공인 마가렛 페어차일드(에밀리 블런트)는 극 중에서 가장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 캔자스시티 지역 방송국의 평범한 기상캐스터였던 그는 어느 날 붉은 새와 ‘조우’한 뒤 신비로운 능력을 각성한다. 이 뜻밖의 각성을 계기로 다니엘과 합류하게 된 마가렛은 처음 보는 이의 얼굴만 봐도 그의 숨은 사연을 전부 아는가 하면,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한국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한다. 다니엘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마가렛은 모든 것을 알고 해결하는 ‘전지전능’한 능력을 발휘한다. 하늘을 날거나 괴력을 발휘하는 물리적 힘이 아니라 상대방의 사연, 이를테면 가족사나 깊은 고민을 알아채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 아무도 그를 막을 수가 없다. ‘전지’하기 때문에 ‘전능’할 수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이야기를 현실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힘은 워덱스가 감춰온 기밀 자료들이 실제 역사적 사건들과 촘촘히 겹쳐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영화는 때로는 잘 만들어진 외계인 폭로 다큐멘터리처럼 다가온다. 영화는 1947년 로즈웰 사건을 영리하게 각색해, 당시 미국 정부가 외계인 사체를 수습해 비밀리에 생체실험을 자행해왔다는 음모론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밖에도 습득한 적 없는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신비한 현상(제노글로시)이나 미스터리 서클 등 대중에게 익숙한 UFO 괴담들에 리얼리티를 더했다.

‘미지와의 조우’ 속 외계인과 E.T.를 섞어놓은 듯한 외형의 외계 생명체는 스필버그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지구인에게 적대적이지 않다. 이들은 인간에게 생체실험을 당하는 ‘피해자’이자 마가렛에게 능력을 주는 ‘조력자’에 가깝다. 이 세계관에서 외계 존재들에게 ‘친화력’이란 곧 진화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스필버그의 세계 안에서 외계의 존재는 이제 ‘조우’를 넘어 ‘교우’하기를 원한다.

동시에 영화는 상업 대작으로서의 미덕도 잊지 않는다. ‘쥬라기 공원’ ‘우주전쟁’ 등에서 스필버그와 호흡을 맞췄고 ‘미션 임파서블’ ‘인디애나 존스’ 등에 참여했던 베테랑 각본가 데이비드 켑이 가세한 만큼 극에 지루할 틈이 없다. 서사가 정체될 조짐이 보이면 여지없이 기이한 현상이 벌어져 긴장감을 주고, 차량이 집을 뚫고 돌진해 쾌감을 더한다. 에밀리 블런트와 콜린 퍼스, 콜먼 도밍고 등 초호화 출연진의 호연 덕분에 ‘할리우드 대작’ 느낌도 물씬 난다.

과거 스필버그는 ‘미지와의 조우’ 제작 당시 나사(미 항공우주국)로부터 기술 지원 거절은 물론 제작 취소 압박을 받았던 일화를 밝히며 “정부가 반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오히려 확신을 얻었다. 분명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고 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현재 이 영화의 흥행에 가장 큰 불을 지피고 있는 것은 현실의 미국 정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UAP 공식 공개 사이트를 개설하고 정부가 감춰왔던 문건과 영상을 잇달아 공개했다. 해당 사이트는 누적 조회 수 10억 회를 돌파하며 전 세계적으로 화제다. 외계인은 정말 존재하는 걸까. 극 중 다니엘은 연인에게 “모든 걸 말 할 수 있을 때가 오면 전부 알려주겠다”고 약속한다. 스필버그는 그 약속을 지켰다. 145분. 12세 관람가.

신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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