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는 법만 알려줘, 1년 내내 같은 훈련"…박주호가 꼬집은 한국 유소년 축구 현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축구 국가대표 출신 해설위원 박주호가 한국 유소년 축구 시스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박주호는 9일 분데스리가가 국내 매체를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현재 도르트문트 아카데미 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약 40분 동안 취재진과 만나 유소년 육성 철학과 한국 축구 시스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박주호는 현역 시절 A매치 40경기(1골)를 소화했고, 두 차례(2014 브라질·2018 러시아)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다.
2008년 일본 미토 홀리호크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는 가시마 앤틀러스, 주빌로 이와타를 거쳐 FC 바젤(스위스), 마인츠, 도르트문트(이상 독일) 등 유럽에서 활약했다. 이후 울산 현대와 수원FC에서 뛰며 K리그 생활을 이어갔고, 2023년 선수 생활을 마무리했다.
은퇴 후에는 축구 해설위원과 대한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는 도르트문트 아카데미 코리아 대표로서 국내 유소년 선수 육성과 국제 교류 사업에 힘쓰고 있다.
최근에는 '분데스리가 드림 프로젝트 2.0' 기간 현지를 방문해 한국 U-16 대표팀 선수들을 직접 만났다.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대한축구협회와 독일축구리그(DFL)가 체결한 업무협약 및 쿠팡플레이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U-16 대표팀은 2주 동안 독일에 머무르며 프랑크푸르트와 도르트문트를 방문해 현지 훈련을 소화했고, 양 구단 유소년 팀과 친선 경기를 치르며 유럽 축구를 직접 경험했다.
먼저 박주호는 도르트문트 아카데미 코리아 대표를 맡게 된 배경에 대해 "사실 한국에 들어왔을 때 코치나 행정에는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11년간 해외에 나가 있었는데 한국의 시스템이 아직 많이 부족하고, 대부분 그대로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 위주의 시스템이다 보니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분야가 유소년이었고 유소년이 잘 자리 잡아야 한국 축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독일과 한국 유소년 시스템의 차이에 대해서도 전했다. 그는 "한국은 아이들에게 계속 이기는 방법을 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다. 방법을 계속해서 알려주면서 아이들을 가둬놓기 시작하면 창의성이 오히려 부족해진다"고 했다.
이어 "독일은 아이들이 훈련을 통해 스스로 방법을 터득하게 만든다. 청각적으로 듣고 행동으로 옮기게 하는 게 아니라 시각적으로 보고 공략할 수 있을지 판단하는 훈련 프로그램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건 즐거움이다. 아이들은 좀 더 자유로워야 되고 축구라는 종목은 즐겁게 배워야 한다. 지금 아카데미 아이들이 다른 팀들과 다른 부분은 즐거워하면서도 실력이 늘고 있는 것"이라 덧붙였다.
특히 그는 "승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승리할 수 있는 선수를 만드는 게 포인트"라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지만 한국 축구는 1년 내내 훈련이 똑같다. 그러니 재미도 없고 경쟁이 안 된다"고 짚었다.
최근 유럽에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한국 축구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박주호는 "현 시스템으로는 많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각 프로 팀에서 16, 17세 선수를 곧바로 경기에 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본다면 K리그에서는 아직 쉽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는 16, 17세 선수들을 키워내려고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훈련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그래야 성인 무대의 스피드나 힘을 따라 갈 수 있다"며 "결국 환경부터 바뀌어야 한다. 환경이 바뀌면 지도자 풀도 달라지고 어린 선수를 육성하는 데도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드림 프로젝트 기간 U-16 선수들과 직접 만난 박주호는 유럽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멘털'을 꼽았다.
그는 "관중과 낯선 환경에서 부딪혀야 되는 상황이다. 유럽 생활은 외로운 싸움이 계속될 거다. 그런 걸 이겨낼 수 있는 멘털적 준비를 해야 한다"며 "실패도 해보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느끼는 것들을 잘 쌓아서 유럽에 나갔을 때 준비된 모습이 되어야 한다. 프로에 가기 전에는 계속해서 시도해 보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보여주려고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sport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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